[Inside Job]

올해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찰스 퍼거슨의 다큐멘터리 [Inside Job]는 2008년에 일어난 글로벌 금융 위기 사태의 원인을 상세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전달합니다. 오래 전부터 월 스트리트의 은행들과 금융 기업들은 자신들을 막는 정부 규제들을 완화하거나 없애면서 돈 벌기에 혈안이 되었고 그 결과 월 스트리트는 간판만 안 달았지 라스베가스 저리가라 할 정도의 도박판 꼴이 되었습니다. 다들 돈을 버니 가만히 있었지만 어느 순간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고 그 결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전작 [No End in Sight]에서 어떻게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망쳐먹었는지를 차분하면서도 매섭게 보여준 퍼거슨은 본 작품에서도 가차 없습니다. 맷 데이먼의 내레이션이 동반된 가운데 다양한 전문가들과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이 재난에 간접적으로나마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런 동안 우리 눈앞에서 드러나는 큰 그림은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워싱턴뿐만 아니라 옳은 자문을 해야 할 학계에도 손을 뻗쳤고, 여기에다 영화는 그들 중 몇몇 인간들이 얼마나 저질이었는지도 까발립니다. 그럼에도 퍼거슨은 아직 희망은 있다고 얘기합니다. 글쎄요, 본인이 지난 달 아카데미 시상식 때 지적하듯이 이 재난에 책임이 있는 작자들은 한 명도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돈만 더 벌었지요. (***1/2)

 

 

 

 

 [The Illusionist]

[벨빌 랑데부]의 실방 쇼메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The Illusionist]도 전작처럼 자크 타티의 영화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중년 마술사는 세월의 변화 때문에 자신이 설 곳을 잃어서 이리 저리 떠돌다가 에딘버러에 그를 따라온 소녀와 함께 잠시 머물게 되고 비교적 말수가 적은 그를 중심으로 여러 소소한 코미디들이 벌어지지요. 타티의 영화 [내 삼촌]도 잠깐 카메오 출연도 하는 본 작품은 사실 타티 본인이 자신의 자전적 면을 바탕으로 쓴 각본을 기초로 해서 만들어졌고, 그래서 영화가 작년에 깐느 영화제에서 공개될 때 타티의 손자는 쇼메가 타티의 원래 의도를 왜곡했다고 비난하는 편지를 로저 이버트에 보내기도 했지요. 어쨌든 간에, [The Illusionist]는 너풀거리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고 멜랑콜리한 분위기 아래서 아름답게 묘사된 에딘버러도 그런 매력에 일조합니다. 그리고 그걸 즐기다 보면 우린 어느 덧 달콤 씁쓸한 결말에 이르게 됩니다. (***1/2)

 

 

 

 

 [리프 오브 그래스]

배우이자 각본가/감독이기도 한 팀 블레이크 넬슨의 [리프 오브 그래스]는 처음엔 띨띨하고 불균일한 코엔 형제 범죄 코미디 같아 보이지만, 놀랄 정도로 진지한 구석이 있기도 한 독특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빌 킨케이드는 아이비 리그 대학 철학 교수인데, 하버드 대학 교수직이 보장된 그의 탄탄한 인생 기로는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그의 고향에서 온 갑작스러운 소식 때문에 꼬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쌍둥이 동생 브래디는 마리화나 딜러 겸 제배자로 활동해 온 범죄자인데 최근 그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짠 계획에는 형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스포일러라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실제 오클라호마 출신인 넬슨은 자신의 고향 분위기를 화면에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어처구니없게 돌아가는 줄거리 속의 소소한 순간들을 통해 삶에 대한 철학을 통찰력 있게 녹여 냈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넬슨 본인뿐만 아니라 멜라니 린스키, 케리 러셀, 수전 서랜든, 리처드 드레퓌스를 비롯한 좋은 조연 배우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멋진 1인 2역 연기를 해낸 에드워드 노튼도 잊을 수 없지요. (***)

 

 

 

 [메이드 인 다겐햄]

1960년대 영국 다겐햄의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남성 근로자들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차별을 당하는 것도 부족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데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이러니 그들은 행동에 나서기로 작정했고 여기에 그들 중 한 명인 리타 오그래디(샐리 호킨스)가 리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처음엔 이 역할을 맡길 주저했지만 리타는 곧 그녀가 그 역할에 적합함을 보여주고 얼마 안 되어서 그녀는 자신과 동료들에 대한 부당함에 대한 항거로써 파업을 주도합니다. [메이드 인 다겐햄]은 한마디로 기성품 실화 바탕 영화고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도 뻔합니다. 그래도 이야기엔 진솔한 힘이 있고 샐리 호킨스를 비롯한 능력 있는 배우들이 선사한 좋은 연기들이 뒷받침하니 영화는 전반적으로 볼 만하지요. (***)

 

 

 

 

 

 [증명서]

영화 도입부에서 두 주인공들을 볼 때 그들은 남남인 듯합니다. 한 명은 영국 에세이 작가인 제임스 밀러로 그는 자신의 최근 책 소개를 위해 이탈리아 토스카나에 왔고, 다른 한 명은 그 동네에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여인인데 그녀는 밀러의 책 소개회에 그녀 아들과 함께 좀 늦게 와서 미리 예약된 좌석에 잠시 앉아서 밀러의 책 설명을 듣다가 가버립니다. 얼마 후, 그들은 그녀의 골동품 가게에서 만나고 그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그들 간에 뭔가 싹트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부터 그들 간에 뭔가 있던 것이었을까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이에 대한 해답을 쉽게 내줄 감독은 아니고, 진짜와 허구 간의 소꿉장난 속에서 영화 내내 아리송함과 어긋남이 연달아 튀어나오지만, 쥘리에트 비노쉬와 윌리엄 쉬멜은 둘 간의 상당한 경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한 한 쌍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예, 그들을 둘러싼 토스카나 풍경도 보기 좋습니다. (***1/2)

 

 

 

 [신과 인간]

1996년 실제 일어난 사건에 바탕을 둔 영화 [신과 인간]의 주인공들인 수도승들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집니다.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원이 있는 알제리의 한 시골 마을에서 그들은 그곳 주민들을 여러 모로 도와주는 가운데 신앙생활을 충실히 해왔지만, 알제리가 테러리스트들로 인해서 나라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주변에선 크로티아 노동자들이 단순히 외국인들이란 이후로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지니 그들도 언제든지 위험에 처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이러니 그들 중 몇몇은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나 하는 의견을 표하기도 하고 알제리 정부 측도 그들이 떠나길 바라지만, 결국 그들은 상식보다는 그들 믿음을 따르기로 결정합니다. 감독 자비에 보브와는 이런 그들의 모습을 일상의 느릿한 흐름 속에서 냉정하게 담아내고 그 와중에서 여러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떠나는 게 더 현명했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해는 좀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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