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이라... 벌써 20년 흘렀으니 요즘 젊은이들에겐 이것도 고전 영화로군요. ㅋㅋ 런닝타임은 1시간 51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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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나와서 '왜 제목이 이탈리안 잡인지 모르겠어'라던 친구들 생각이 납니다. 그땐 저도 이유를 몰랐죠.)



 - 베니스에서 시작합니다. 도널드 서덜랜드 할아버지가 자기 딸래미 샤를리즈 테론과 통화를 하고 있어요. 대충 아빠는 범죄자이고, 보호 관찰을 상큼히 무시하고 외국까지 나가서 크게 한 탕을 하려 하네요. 거기엔 마크 월버그, 에드워드 노튼, 제이슨 스타뎀에 세스 그린까지 함께 하구요. 

 요란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왠지 크게 재밌진 않았던 우당탕탕 금고 털이를 성공한 이들은 행복하게 라랄랄라 도주하는데... 에드워드 노튼이 배신을 하고, 서덜랜드 할배는 살해 당하고 나머지는 죽은 척 성공으로 살아 남습니다. 그리고 뭐... 길게 말해서 뭐하겠습니까. 살아 남은 자들이 샤를리즈 테론을 끌어들여 복수를 위한 화려한 한 탕을 계획합니다. 요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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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나오신 서덜랜드옹. 근데 이 캐릭터 은근 웃깁니다. 나와서 하는 대사가 싹 다 곧 죽을 사람 대사들 뿐이에요. ㅋㅋㅋㅋㅋ)



 - 오늘도 간단 요약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1. 원작과 닮은 점이라면 몇몇 주요 캐릭터들의 이름. 클라이막스의 미니 쿠퍼 탈출 작전 정도입니다. 스토리가 사실상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 수준이라서 뭐 고작 이 정도를 갖고 판권 사서 리메이크를 했나? 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요. 다 보고 나니 이해는 가더군요. 마지막 하이스트 작전의 아이디어나 큰 그림이 많이 닮았고, 미니 쿠퍼 액션 중 몇 장면은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찍어 놨어요. '전혀 상관 없는 영화잖아'와 '어쨌든 판권 안 샀음 표절 시비는 나왔겠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기묘한 리메이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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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이탈리아'가 나오기는 했다는 거!!!)


 2. '톤 & 매너'의 측면에서 보자면 역시나 그냥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팔랑팔랑 가벼운 범죄극이다... 라는 기본 태도는 같습니다만. 일단 리메이크는 그저 '가벼운 범죄극'일 뿐 원작처럼 본격 코미디 영화 같은 식은 전혀 아니구요. 또 원작이 '옛날 옛적 영국 영화' 느낌 가득이라면 이 영화는 '세기말, 뉴밀레니엄 헐리웃 발랄 범죄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라요. 진짜 범죄자라기 보단 어쩌다보니 좀 위험한 방향으로 능력이 출중해져 버린 너드들 같은 팀이 나와서 귀엽게 투닥거리면서 대의명분이 붙어 있는 나쁜 짓을 벌이는 훈훈하고 경쾌하면서 참 안전한 장르물 말이죠. 나쁜 뜻은 없습니다. 이런 영화도 요즘엔 잘 안 나오다 보니 옛스러운 느낌이 풀풀 풍겨서 정겨운 기분으로 잘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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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 다르게 유능한 동료들. 덕택에 주인공 원탑이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왜냐면... 그 주인공이 마크 월버그니까요;)


 3. 뭣보다 리메이크에는 마이클 케인처럼 '이건 내 영화임!' 하고 화면과 이야기를 휘어잡는 캐릭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일단 마이클 케인과 바보 군단(...) 같은 느낌이었던 원작과 다르게 이 영화의 팀원들은 소수 정예 능력자들이란 컨셉이고. 그래서 하나하나 캐릭터 설명도 따로 들어가구요. 임무 수행 중에도 각자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그게 착착 맞아들어가는 식으로 활동을 해요. 주인공 격인 마크 월버그 캐릭터도 그저 유능한 설계자이자 서덜런드 할배 복수에 가장 불타는 자... 정도일 뿐 대단한 뭔가를 하진 않구요. 


 오히려 정식 팀원은 아니라는 식으로 등장하는 샤를리즈 테론 캐릭터가 그나마 개별적인 존재감을 살짝이나마 보이는 편입니다. 유일한 여성이고, 유일한 정상인(?)이고, 또 거의 유일하게 '드라마' 비슷한 걸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인물이어서요. '스타'로서의 아우라도 가장 강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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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어 버리신 그 분... 둘 사이에 로맨스가 없는 건 아닙니다만, 거의 없는 듯이 표현해줘서 감사했지요.)



 4. 원작과 비슷한 점이라면 결국 마지막 하이스트 작전에 몰빵을 하는 영화라는 건데요.

 일단 그 작전이 생각보다 더 원작과 닮았습니다. 전혀 다른 작전으로 가려는 전개인데 막판에 갑작스런 상황 변경을 통해 결국 원작과 비슷해져요. 각본가님이 머리 많이 쓰셨구나! 하고 살짝 감탄했구요. 그리고 원작 대비 오히려 그 작전이 더 디테일하고 뭔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재미' 같은 게 있는 편입니다. 뭐 거의 40년 후에 나온 영화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잘 했다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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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보다 원작과 닮았던 미니 쿠퍼 액션씬입니다만. 어쨌든 40년 후 헐리웃 영화이다 보니 스케일은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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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랑도 싸워요. ㅋㅋㅋㅋㅋ 분노의 질주인 줄!!!)


 - 개인적으론 샤를리즈 테론의 캐릭터를 구경하는 게 좀 재밌었습니다. 영화가 이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시대상을 참 잘 반영한다는 느낌이어서요. 

 그러니까 일단 당연히 미인입니다. 그런데 그냥 배우가 미인인 걸로 끝이 아니라 극중에서도 이 캐릭터가 미인이라는 게 스토리에 영향을 줄 정도의 설정으로 활용이 되구요. 단순한 병풍 캐릭터가 아니라 자기 주관도 있고 또 당당히 한 몫을 할 정도로 비중 있는 인물로 다뤄져요. 그런데 그와 동시에... 자꾸만 그 미모를, 특히 몸매를 뽐내는 복장을 하고 그런 역할들을 하고 그럽니다. ㅋㅋㅋ 20세기와 2023년 사이 중간 정도 어딘가에 위치한 캐릭터라는 느낌이었네요. 세상이 이런 식으로 변화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보는 가운데 어쨌거나 20년전 샤를리즈 테론인지라 참으로 예뻐서 좋았습니... (쿨럭;;)


 또 원작엔 존재하지 않다시피 했던 '메인 빌런' 역할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도 좋았구요. 별 대단할 건 없는 캐릭터지만 그냥 딱 필요한 만큼, 아주 적절하게 짭짤하게 잘 소화해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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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내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하는데 정말 예쁘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납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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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리웃 영화답게 '분명한 악당'이 등장하고 그걸 우리 노튼찡이 열심히 잘 해 줍니다. 하찮은 악당이지만 그게 또 이 영화의 톤에는 적절하고.)



 -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대체로 평이하고 평범한 성향의 헐리웃 오락 영화입니다만. 그 와중에 나름 성실하게 원작에서 가져올 것들을 챙겨오고, 자기 아이디어도 적당히 넣어서 만들어낸, 완성도 괜찮은 오락물이었어요. 원작 생각 안 하고 그냥 봤다면 '와 의외로 잘 만든 영화네요! 재밌어요!!' 라고 칭찬하면서 깔끔하게 글을 마무리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바로 하루 전에 원작을 봐 버린지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근데 원작 같은 유니크한 매력은 부족하구먼'. 이라구요. ㅋㅋㅋ

 늘 좀 튀는 성격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데다가 마이클 케인이 나오면 그냥 '멋져요!!!' 모드가 되는 제 입장에선 원작이 더 좋았습니다만. 리메이크가 더 재미난 영화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태클 걸 생각은 진심으로 전혀 없구요. 뭐 그랬습니다. 이것도 괜찮게 잘 봤어요.




 + 의무 방어전으로 베니스에서 영화를 시작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이탈리안 잡'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붙여 놓은 건 좀 많이 어색한 느낌입니다.


 ++ 이 영화 감독님은 먼 훗날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도 감독을 하시구요. 그 영화엔 샤를리즈 테론과 제이슨 스타뎀도 나오구요... 하하. 그러고 보면 샤를리즈 테론은 유난히 자동차와 관련된 오락 영화와 인연이 깊은 여배우였던 거군요.


 +++ 근데 대체 에드워드 노튼 캐릭터의 원래 역할은 뭐였던 겁니까? 유일하게 아무 특기가 없는 캐릭터였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 별 쓸 데 없어 보이는 카메오 내지는 이스터에그들이 있습니다. 세스 그린이 연기하는 컴퓨터 천재가 '냅스터는 내 아이디어였는데 도둑맞았다고!!' 라는 하소연을 계속 하는데 그 아이디어 도둑질 장면에 실제 냅스터 만든 사람이 특별 출연을 한다든가. 에드워드 노튼이 저택에서 혼자 보는 영화가 마이클 케인 버전 '이탈리안 잡'이라든가... 원작 영화가 존재하는 세상이었다면 주인공들 역시 다 그 영화의 팬이었던 걸까요. 그래서 그런 작전을... (말이 되네? ㅋㅋㅋ)


 +++++ 대충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원래 주인공들의 계획은 에드워드 노튼이 숨어 사는 대저택에 침입해서 금괴를 훔치는 거였습니다. 미니 쿠퍼가 등장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었구요. 그게 진짜로 '대저택'이라 집 복도를 미니 쿠퍼로 달릴 수 있어서 무거운 금덩어리를 빨리 나를 수 있다는 이유였죠.

 근데 노튼을 집에서 끌어내기 위한 작전상의 데이트 자리에서 샤를리즈 테론이 던진 한 마디가 그 아빠가 늘 하던 말이라는 걸 눈치 챈 에드워드 노튼이 바로 금괴를 들고 나르기로 결심하면서 일이 꼬입니다만. 미리 준비해 놓은 교통 신호 장치 해킹과 미니 쿠퍼들을 활용하면서 살짝 세팅을 바꾼 새 작전으로 주인공들은 결국 금괴 털이에 성공합니다. 그리고 도중에 괜히 성질만 더러운 노튼찡이 죽여 버린 우크라이나인의 친척 갱단이 출동해서 노튼을 잡아가 버리죠. 결국 그 시절 헐리웃 영화답게 주인공들은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완벽한 복수에 성공하고.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에필로그와 함께 해피해피 엔딩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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