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스타워즈 시리즈를 단 한 개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 한 개도.

이 소식을 접한 제 친구가 너무너무 화들짝 놀라해서... 거의 반강제로 에피소드 4 (가장 처음 나온 시리즈)를 봤습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유명한 영화 시리즈가 되었을까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다 보고 난 현재 제 심경은... "으응....응? 이게 뭥미?"



실망이 큽니다....


기나긴 서사를 지닌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성의없는 영화 같다고 해야 하나. 

할 말은 많지만 시간은 부족하니 대충대충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간단한 설명만 짚고 넘어가는 느낌. 그렇다고 메시지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루크와 오비완이 만나서 같이 여정을 시작하는 장면은 RPG 게임 같았어요. 이야기에 필요한 존재니까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적당히 끼워맞춘 느낌

가족이 몰살된 걸 확인한 루크... 전혀 슬픔은 느껴지지 않고, "그래, 가족이 죽어야 오비완이랑 같이 여행을 다니겠지. 편리한 설정인걸"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얄팍함..

후반부에 반란군 기지에서 쌩뚱맞게 친구를 만나는 장면이 아무런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고, 그 친구 죽는 것으로 끝. ㅇ.ㅇ;;; 이 모든 게 다 너무 의미가 없어요. (친구는 왜 등장한 거야...)


다스베이더는... 전 이 영화 보기 전에 굉장히 깊이 있는 캐릭터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는데, 웬걸, 그냥 전형적인 악당이잖아요. 텅 빈 깡통 같은 느낌.

"I find your lack of faith disturbing" 이 유명한 대사 치는 거 하나 기억나네요. (근데 왜... 유명하지??)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고, 그냥 검은 옷을 입었으니 악당이겠거니 하는 느낌.

전 영화 끝난 지금도 The Empire가 도대체 뭐가 그리 나쁜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아 참. 생각해 보니 행성 하나 날려버렸죠. 근데 왜 행성 하나를 없앴더라... 잘 기억나지 않네요. 레아 공주가 무슨 똥고집을 부린 것 같기도 하고... 방금 본 영화인데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아 참. 다스베이더는 악당이었죠.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 악당은 나쁜 짓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총은 항상 목표를 비껴가야 합니다. 레이저 총알이 난사되고 있어도 어쩜 우리 주인공들은 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습니까. 이것도 포스인지...


레아 공주는... 오비완에게 원조 요청을 한 뒤, 본인의 고향 행성이 사라지고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린 뒤에,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루크의 포스있는 총싸움 (+비행기 조정 실력) 구경을 조금 한 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셔서 루크에게 상장을 수여합니다. (참 잘했어요)


한솔로는... 우와, 해리슨 포드가 이렇게 젊은 적도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한 솔로야말로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캐릭터는 대본에 끌려다니느라 어린이 TV채널의 봉제인형처럼 행동하는데, 한솔로만큼은 인간 같잖아요. 캐릭터에 깊이도 (그나마) 있고. 



뭐 어쨌든... 

한 줄로 요약하자면, 모든 것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관에, 연기는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땠어?"라고 묻는 친구의 똘망똘망한 눈동자에 "별로였어"라고 말하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근데 에피소드 5가 훨씬 낫다고 하네요. 당연히 낫겠죠-- 이것보다 안 좋으면 어쩌라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4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33
123835 지금 제 다리는 저의 것이 아니에요 [10] 장외인간 2010.07.06 2888
123834 볼수록 애교만점 크리스탈 첫등장 (자동재생) [6] fan 2010.07.06 3253
123833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여자 [3] 차가운 달 2010.07.06 3100
123832 강아지 이야기 + 잡담 [12] 늦달 2010.07.06 2857
123831 마피아 게임 종료했습니다 [5] 셜록 2010.07.06 2039
123830 아.. 전 어쩌다 왜 떡밥쟁이가 됐을까요. (바낭) [25] 프레데릭 2010.07.07 3044
123829 전 이제서야... [14] 셜록 2010.07.07 3075
123828 [영화 질문] 임상수 하녀에서 이정재 욕-_-의 의미가 어떤 거였나요? [7] 키엘 2010.07.07 4455
123827 연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경옥의 설희 [3] 스위트블랙 2010.07.07 3864
123826 육식의 폐해 [9] 늦달 2010.07.07 3324
123825 개 맛있습니다. [28] 메피스토 2010.07.07 3465
123824 나이트앤데이 & 방자전 간단리뷰 [2] 귀검사 2010.07.07 3213
123823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하는 라쇼몽(10일) 저 데려가시면 저녁 쏠게요 ㅜㅜ [12] 새옹지마 2010.07.07 2347
123822 기운이 없어요. [5] marc1 2010.07.07 2536
123821 요새 어떤 음식 자주 드세요? [22] 모설희 2010.07.07 2918
123820 '이상' 시 해설서 낸 조영남씨. [17] 전기린 2010.07.07 4314
123819 음 그냥 연애관련해서 여쭙니다. [21] 풀밥 2010.07.07 4019
123818 마트에서 사온 묵밥을 먹는데 [12] 사람 2010.07.07 3122
123817 개고기의 영양학적 체험담? [25] soboo 2010.07.07 3937
123816 [듀나in] 한국에 hummus 파는 곳 어디 있나요? [10] 베지밀 2010.07.07 56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