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1f004e0272b8cff263294a4219517b708f3e1d


이 전작인 <팬텀 스레드>를 하도 감명깊게 봐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류의 영화는 아니더군요. <팬텀 스레드>가 꽉 틀어막힌 실내에서 단 세명의 대결과 화합을 번갈아가며 다룬다면 <리코리쉬 피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인물들과 엉킵니다. 그래서 좀 정신없기도 하고 그 산만함을 나름 즐겼습니다. 나중에 정성일 평론가의 평을 들으니 아직 저의 내공이 부족한 탓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결론을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렵거나 뭔가 상징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누가 봐도 그냥 남자주인공이랑 여자주인공이 계속 티격태격하면서 연애를 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리듬이 끝내준다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먼 훗날 다시 보는 수 밖에 없겠네요.


다만 이 영화가 뭔가 영화같지 않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또 감독의 의도라고 하더군요. 일부러 미드 시즌 1처럼 만든 거라고. 뭔가 이야기에 딱 꽂을 만한 기점이 없습니다. 왜 갈등이 있으면 그 갈등을 극복하고 일단락되는 그런 게 일반적인 시나리오일텐데, 저는 이상하게 개운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면 오히려 영화를 정확히 본 것일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평론가님 말로는 그게  PTA 의 가장 큰 개성이랍니다. 찍을 수 없는 건 안찍어버리니까 관객 입장에서 찍히지 않는 것을 미스테리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고.


처음에는 피자 이야기인줄 알고 보러 갔습니다. 전 피자를 좋아하니까요. (치킨 파들에게는 여전히 한때의 유행에 너무 심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ㅎ) 그런데 이 영화에 피자는 전혀 안나옵니다. 리코리쉬 피자는 LP 판을 뜻하는 은어랍니다. 리코리쉬의 L 과 피자의 P 이렇게 앞글자를 따서 읽으면 LP 가 되니까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으로 뭔가를 돌려돌려 말하는 그런 은어가 있었던가 싶네요. 아, 영화 가운데에 한국 영화 제목도 나오는데 그건 실제로 이 영화 캐릭터의 모델이 되는 배우가 정말로 찍은 <원한의 도곡리 다리>라는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한 거랍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만들고 무려 그레이스 켈리가 출연했다고 하네요. 재미는 드럽게 없다고 하니 그냥 알고만 가시면 영화 내용을 이해하는데 좀 더 이해가 갈지도... (저는 처음에 저게 뭔 개삽소리들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있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5
123801 "물 조심해라"…소방관-순직 해병 父子의 마지막 2분 통화 [2] 모스리 2023.07.20 364
123800 돈 룩 업 (2021) catgotmy 2023.07.20 213
123799 프레임드 #496 [2] Lunagazer 2023.07.20 94
123798 어느 교사의 죽음 [10] Sonny 2023.07.20 1022
123797 완전한 망각. [7] 잔인한오후 2023.07.20 428
123796 도서관 경영 관련 책 catgotmy 2023.07.20 111
123795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합시다 (시리즈전체스포일러) [6] skelington 2023.07.20 311
123794 14년전 드라마 시티홀 재밌는데요 본거지만 [2] 가끔영화 2023.07.20 177
123793 Topaki.+미임파 7짧은 잡담 [4] daviddain 2023.07.20 195
123792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스포일러) + 일사 파우스트에 대해서 [10] skelington 2023.07.20 510
123791 넷플릭스 [첸나이 익스프레스], [베이워치 SOS 해상구조대] 는 핑계고... 인도 미녀 3대장 [10] 영화처럼 2023.07.20 314
123790 터전 찾기도 어려운 장애인…“이사 잦다”며 구속하겠다는 경찰 왜냐하면 2023.07.20 237
123789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07.20 480
123788 뉴진스 신곡 Cool With You MV(feat. 화양연화) 상수 2023.07.20 259
123787 [티빙바낭] 과학과 액션에 관심 없는 분들이 만든 SF 액션, '이온 플럭스' 잡담입니다 [18] 로이배티 2023.07.20 429
123786 인시디어스 5: 붉은 문을 보고 라인하르트012 2023.07.19 212
123785 프레임드 #495 [4] Lunagazer 2023.07.19 92
123784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오펜하이머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리뷰 상수 2023.07.19 405
123783 (스포)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Sonny 2023.07.19 268
123782 5년만에 로그인... [15] 늦달 2023.07.19 50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