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2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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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터의 강렬한 느낌에 꽂혀서 봤습니다. 올레 티비로 봤구요.)



 - 아무튼 인류는 또 망했습니다. 기어코 망하고야 말았죠. 이번엔 무슨 유전공학의 발달로 만용 부리다가 엄한 걸 만들어서 괴생명체(주로 식물들)가 잔뜩 생겨 버려서 망했다나 그래요. 근데 어차피 그렇게 각 잡고 SF 설정 밀어 붙이는 영화는 아니니 대충 넘어가구요.

 '베스퍼'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입니다. 무시무시한 시골 동네 지배자 에디 마산의 치하에서 북한 공산당스럽게 돌아가는 마을... 의 옆에 붙어서 독립적으로 살고 있구요. 엄마는 없고 아빠는 전신마비로 집에 누워 있지만 둥둥 떠다니는 드론과 뇌를 연결해서 베스퍼와 함께 하죠. 그러면서 대충 아무 거나 줍줍해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자꾸만 공포의 에디 마산이 압박을 하구요. 그나마 베스퍼의 희망은 본인이 천재 유전공학자(...)라는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번식 가능한 농작물 식물 씨앗을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인데...

 아포칼립스에서 그나마 살아 남은 과거의 사회 지배층들이 모여 사는 '시타델'이란 곳에서 날아가던 비행체 하나가 그 마을 인근에 추락하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거기 타고 있었던 젊은 처자 하나가 살아 남아서 베스퍼에게 구조되구요. 어떻게든 이 사람 덕을 봐서 인생 역전 해보려는 베스퍼와 이 사람을 노리는 에디 마산, 그리고 시타델의 갈등이 벌어지는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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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비 부족으로 인해 모자란 SF 느낌을 채워주면서 귀염 포인트도 만들어주는 저 아빠 머리통 드론(...)의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 국적을 보면 '리투아니아, 프랑스, 벨기에' 합작 영화로 나옵니다. 딱 예상 가능하듯이 대자본 들인 블럭버스터 같은 건 아니구요.

 특별한 액션 같은 것 없이 걍 신비롭고 위협적인 식물들로 가득한 아포칼립스 숲속 풍경을 기이하게 아름다운 볼거리로 펼쳐 주면서 거기에서 귀엽고 신비로운 소녀가 모험을 하고. 애틋한 드라마를 펼치고. 뭐 그러는 소박한 아포칼립스물입니다. 결국 '볼거리'로 승부를 하는 영화인데, 다시 말하지만 그게 규모나 화려한 연출 같은 측면이 아니구요. 주로 미술적인 측면. 그리고 비교적 개성적인 아이디어로 제공되는 볼거리로 승부를 하는 영화인 거죠.


 근데 그 그림이 실제로 아주 좋습니다. 그냥 딱 봐도 예쁘게, 그러면서 '유럽풍'이란 게 확연히 느껴지도록 개성 있게 예쁘게 잘 만들었어요. 사실 평범보다 조금 더 돈을 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SF 영화들이면 이것보다 기술적인 면이나 규모 면에서 더 앞서는 영화도 흔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로 공들여서 디자인된 예쁜 SF는 드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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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괴식물들이 종류도 다양하게, 그리고 대체로 위협적으로 여러 종류가 나와서 볼 거리와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보충해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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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정체불명의 '순례자' 캐릭터들도 참 별 거 없지만 괴이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패션들로 영화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탭니다. 결국 미술로 승부하는 영화랄까요.)



 - 캐릭터들도 괜찮습니다. 

 주인공 베스퍼는 간단히 말하자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구세주 소녀' 쯤 됩니다만. 기술적으로 매우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먼치킨 천재이긴 해도 동시에 세상 물정 잘 모르는, 그리고 주변에 돌봐 줄 어른이 필요한 어린 소녀라는 면이 충분히 부각되어서 보는 내내 이입하고 응원할 맘이 생기구요. 이와 대치되는 에디 마산의 빌런도 적당히 현실적, 입체적으로 잘 빚어져 있습니다. 자기 마을,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나쁜 짓이든 해야만 하는 그런 류의 악당이니까 최소한의 설득력이 보장이 되고, 또 그걸 연기하는 게 에디 마산이잖아요. '뭐가 됐든 강한 인상 캐릭터' 전문가 다운 능력을 이 영화에서도 충분히 펼쳐 줍니다. 영화의 스토리가 여러모로 디테일 같은 걸 거의 다 과감히 생략하고 간다는 걸 생각하면 배우 능력 덕을 많이 봤다고 봐야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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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퀄에 관계 없이 암튼 본인이 맡은 캐릭터는 무조건 강렬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자 에디 마산씨. 이런 영화에서 보게 될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네요. ㅋㅋ)



 - 다만 좀 애매해지는 게 스토리입니다.

 일단 앞서 말한 것처럼 SF로서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제공하는 데 별로 관심이 없어요. 얼핏 봐도 설득력이 별로 없는 세계관인데, 그걸 관객에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방식이란 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에요. ㅋㅋㅋ 설명을 아예 포기해버림으로써 오히려 꼬치꼬치 따지지 못하게 만드는 사파의 길을 가는 영화구요. 

 이런 식의 과감한 생략이 인물들의 갈등과 드라마에도 적용이 됩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 것도 설명이 안 되구요. 대애충 베스파는 착한 애, 에디 마산은 빌런이지만 그래봤자 지배층 손에 놀아나는 하찮은 백성, 진정한 빌런은 시타델이며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식량 자원 문제 해결과 자원의 독점으로 인한 빈부 격차 해소... 이렇게 큰 그림만 대애충 그리면서 설렁설렁 흘러갑니다. 디테일은 없으면서 큰 그림만 존재하는 스토리랄까요. 다르게 말하자면 이보다 훨씬 크고 긴 스토리의 무언가를 영화 한 편 분량으로 편집한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짧게 말하자면 '스토리 다이제스트'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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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드라마 한 두 시즌 급의 배경 설정과 빌드업이 필요한 이야기 같은데... 그딴 거 없이 그냥 술렁술렁 휙휙 전개됩니다.)



 - 그래서 오늘도 비교적 짧게 빠른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독특하고 예쁜, 어두컴컴 다크한 동화풍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분들. 신비로운 어린 소녀가 어둡고 거친 세상에서 모험하는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괜찮게 보실 수도 있구요.

 다만 문제는 스토리도 다소 저연령 대상 환타지 동화 수준이라는 겁니다. ㅋㅋ 계속해서 생략, 안 알려줌, 안 보여줌으로 일관하며 대애충 큰 그림만 존재하는 이야기를 캐릭터 매력과 분위기 조성으로 커버하려는 영화에요. 그러니 그렇게 '분위기'가 그럴싸하면 나는 대략 오케이! 라는 분들만 보시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그 그림이 정말로 보기 괜찮고 주역 캐릭터들도 괜찮게 만들어져 있어서 '이걸 베이스로 하는 시리즈가 나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충 잘 봤습니다만. 이걸 그냥 하나의 독립적인 영화로 생각하며 평가하자면 글쎄요... 그렇게 좋게 평하기는 좀 애매한 작품이었습니다. 소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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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그림이 맘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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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위노나 라이더나 우마 서먼... 만큼 예쁘지는 않아도 대략 그런 '분위기'를 품은 소녀의 모험담을 원하신다면 보셔도 말리진 않겠습니다. ㅋㅋ)




 + 스포일러 요약입니다.


 그러니까 부자들이 모여 사는 '시타델'이란 곳은 뭔가 갑부들이 오염된 세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벙커 같은 성격의 도시인데, 그 안에 사는 사람들도 되게 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들이 대량 생산이 가능한 농작물의 씨앗을 독점하고 있어서 바깥 세상에 사는 빈민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고. 또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춘 군사력을 갖추고 있고 뭐 그런 관계인데요.


 추락한 비행선에서 구한 여자가 시타델의 주민인 줄 알고 그 사람 덕을 봐서 자기 아빠도 고치고 본인도 시타델 가서 잘 살아보고 싶었습니다만. 알고 보니 이 여자는 '블레이드 런너'의 레이첼 비스무리한 규정 위반 복제 인간이었어요. 결국 시타델 시민은 커녕 그냥 가축 같은 존재라서 별 보탬이 안 될 뿐더러, 이 녀석의 주인이 시타델 독점 농작물 씨앗의 비밀을 들고 튀던 중이었던 상황이라 오히려 추적자들에게 다 몰살 당할 상황(...) 하지만 그 덕에 베스퍼가 번식 가능한 농작물 씨앗을 유전자 합성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게 위안 거리인데. 그것도 살아 남아야 어디에 심든 그걸로 먹고 살든 하겠죠.


 결국 마지막에 쳐들어 오는 시타델 군대에게 에디 마산과 가족들, 그 마을 사람들 전부가 모두 비참하게 학살당하구요. 베스퍼는 아빠의 희생으로 추적자들을 일단 따돌리고 복제 인간과 둘이 도망을 칩니다만. 끊임 없이 추적해 보는 그들로부터 베스퍼를 보호하기 위해 복제 인간도 자신을 희생해 버려서 베스퍼는 혼자가 됩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베스퍼입니다만. 바로 그 때 늘 궁금해했던 수수께끼의 '순례자들'의 행렬을 발견하고 어차피 망한 몸... 이라는 맘으로 그 행렬을 따라가 보니, 그 곳엔 시타델 밖에서 '민중들'끼리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 보려는 사람들이 건설 중인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짓고 있는 얼기설기 누더기 같은 (하지만 간지나는) 높은 건축물 위로 열심히 기어 올라간 베스퍼가 저 멀리 시타델이 보이는 광활한 숲속 뷰를 내려다보며 자신이 만들어낸 번식 가능 씨앗들을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으로 대충 희망차게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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