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영화의 제목엔 두 가지 슬픈 전설이 있죠. 1) 한국에서 '에이미'를 '아미'라고 개명해 버림. 2) 근데 영화에 '에이미'가 안 나옴.)



 - 홀든과 뱅키라는 젊은 만화가 콤비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이들은 약 파는 젊은이 콤비(제이&사일런트 밥. 기억하십니까. ㅋㅋㅋ)를 소재로 한 만화책을 그려서 나름 소소하게 인기를 끌고 인정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이들이 어쩌다 인사를 나누게 된 알리사라는 매력적인 여성과 엮이면서 사건이 시작되죠. 둘 중 홀든이란 녀석이 이 여자에게 단단히 꽂히는데, 아니 세상에!!! 알고 보니 알리사는 레즈비언이었던 거에요!!! 충격! 

 하지만 홀든은 알리사에게 단단히 꽂혀서 포기하질 못하고 '친구라도 될 테다' 모드로 격렬한 호구질(...)을 시작하고. 뱅키는 홀든의 그런 모습이 넘나 못마땅해서 계속 쏘아대구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일편단심 알리사 모드를 포기하지 않던 홀든은 급기야 '아 어쩔!!!' 이란 식으로 우격다짐 고백을 해 버리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내가 반한 여자가 레즈비언일 리 없어!! 라는 라노벨스런 제목이 떠오르는 상황.)



 - '점원들'과 '몰래츠'로 케빈 스미스가 주목 받으며 상승세를 타던 시절에 나온 영화였죠. 아마도 이 영화가 케빈 스미스 감독 경력의 피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또 이전의 두 작품이 신선하지만 결국 다 말장난 드립 잔치 아니었냐... 라는 의혹(?)을 사던 와중에 등장해서 이 양반도 진지한 드라마 같은 게 가능하다는 걸 증명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당시에 한국 씨네필 워너비들에게도 인기가 있었고 저도 그 시절에 찾아봤던 기억이 나요. 근데 자세한 건 잘 기억이 안 나고, 티빙 영화 목록 뒤지다가 이게 눈에 띄었고, 지금 보면 또 어떨까 싶어서 그냥 다시 봤고... 뭐 그렇습니다만.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애플렉이 맡은 캐릭터가 좀 소심하고 순한 역이고 친구가 단순 터프 가이로 나오는 게 좀 어색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애플렉 캐릭터가 케빈 스미스 본인이라 좀 웃기구요.)



 - 26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걸 다시 보면서 느낀 기분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둘째치고 헐리웃도, 미국도 그동안 정말 많이 바뀌었네요.

 그러니까 이성애자 남성이 동성애자 여성에게 꽂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짝 코믹한 터치로 그리는 로맨스물인데요. 여기 나오는 두 남자가 동성애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 같은 게 요즘 세상 기준으로는 상상 초월이에요. 그러니까 당사자와 마주 앉아서 계속 이런 말을 한단 말이죠. '솔직히 그게 정상은 아니잖아? 나 같은 게 정상이지', '여자들끼리는 섹스가 불가능하다고!! 거시기가 없잖아!? 그래서 게이는 섹스가 가능하지만 여자는 안돼!', '그럼 너 처녀막은 아직도 있겠네?' 등등등. 대단하지 않습니까. 참고로 이게 다 주인공 홀든의 대사이고 친구 뱅키가 하는 말들은 이보다 더해요. ㅋㅋㅋ 아마도 저 시절엔 미국의 평범한 이성애자들의 인식도 대략 저 수준이었나 보죠.


 다만 영화의 전개가 '이랬던 홀든이 나름 철들었어요'로 흘러가는 것이다 보니 영화 자체에 대해 불쾌하고 난감해지진 않았다는 거. 그냥 신기하기도 하고, 또 은근 정겹더군요. 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하던 시절에 남자애들끼리 술 먹다가 동성애 얘기가 나오면 대략 자주 듣던 레퍼토리들이기도 해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영화에선 동성애자가 사랑의 힘!으로 이성애를 시작하는 걸로 묘사됩니다만. 그냥 바이섹슈얼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잖아요?)



 - 암튼 이렇게 신선한(?)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본격 동성애 로맨스 같은 건 당연히 아니구요. 또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와의 관계와 인식 차이 문제 같은 걸 본격적으로 다뤄 보려는 영화도 아닙니다. 중반쯤에 둘이 결국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냥 평범한 로맨스로 흘러가요.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과거가 있다면 당신은 어쩔 것인가!!?'와 같은 아주 쿨하지 못하고 또 아름답지도 않은 찌질 로맨스... orz 

 이미 봤던 영화인지라 이 또한 우리 홀든찡을 철들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걸 알고 봤지만. 그래도 답답하고 짜증나긴 마찬가지더군요. 아니 왜 굴러 들어온 복을 뻥뻥 걷어차는 거냐 이 모자란 자슥아. 라고 투덜거리며 봤고. 또 이 부분에선 홀든의 찌질함만 활약하는 게 아니라 쏘쿨 자유로운 영혼 캐릭터였던 알리사도 현실계로 끌려 내려와서 내내 흑흑 엉엉 모드인지라 좀 많이 갑갑했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제겐 이런 수다쟁이들의 애잔 로맨스를 보면 거의 반자동으로 우디 앨런이 떠오르는 마음의 병이 있습니다.)



 - 그리고 그 와중에, 이 영화가 유명해지는 데 나름 꽤 공헌을 했던 클라이막스 장면이 있죠. 막판에 애인과 친구를 한 방에 다 잡겠다며 홀든이 내미는 그 '해결책' 있잖아요. ㅋㅋ 그 시절엔 그 해결책이란 게 너무 황당해서 주로 '우왕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 라는 생각만 하다 말았던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그냥 이게 주인공의 찌질함을 절정으로 날리는 장면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애초에 케빈 스미스의 의도도 그거였겠죠. 다만 20세기 대한민국의 전혀 남들보다 앞서가는 면이 없던 평범 젊은이 입장에선 꽤 충격적인 전개라 그 충격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 ㅋㅋㅋ 그렇습니다. 그 해결책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거였어요. 그 장면에서 주인공이 보이는 모자람과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들의 드라마가 중요했던 것.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에이미 말고도 동성애자 캐릭터를 주요 인물로 집어 넣어서 '진짜는 니들 생각이랑 달라'라며 교육해주는 건전한 교육 영화이기도 합니다.)



 - 뭐 그렇게 구질구질 찌질하고 궁상맞게 흘러가는 로맨스입니다만. 그래도 또 결말은 꽤 적절하게 잘 맺어줬죠. 스포일러이니 당연히 직접 적진 않겠지만 적당히 아련 터지면서 갬수성 좔좔 흐르게, 그 전까지 체험한 찌질 갑갑한 느낌들 다 해소되는 '로맨스'물 다운 엔딩이었구요. 또 우리 철 없던 홀든이가 철 들었다는 것도 적절하게 잘 보이는 마무리였죠. 다시 보면서 '아마 예전에도 이 결말 보면서 만족했던 것 같네'라는 기억이 떠오르고 그렇더라구요. ㅋㅋ 결과적으로 끝까지 다 보고 나니 다시 한 번 볼만 했다는 나름 만족스런 소감이 남았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근데 사실 이 시절 케빈 스미스는 꽤 귀엽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ㅋㅋㅋ 감독으로의 성공을 오래 못 갔지만 여전히 덕질하며 잘 살고 계시고 근래엔 '플래시' 덕택에 간만에 또 주목 받고 계시고 그렇더군요.)



 -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굳이 이 시절에 다시 봐야할, 혹은 다시 보면 좋을 영화... 까진 아니라는 생각을 했네요. 뭔가 딱 그 시절에 나올 법한, 그래서 의미 있는 영화라는 느낌.

 하지만 이미 그 때 한 번 봐서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다시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구요. 하지만 안 봤던 분이라면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

 그 시절 케빈 스미스 스타일의 서브 컬쳐 수다들과 세기말 느낌 만빵의 장난기가 흐르는 가운데 의외로 기대보다 멀쩡한 로맨스가 박혀 있는 영화였어요.

 당시의 대호평도 납득이 가고, 지금 봐도 재미가 없는 건 아니고, 하지만 뭐 클래식 대접을 해줘야할 만큼은 아닌 것 같고. 그런 느낌으로 애매하게 잘 봤습니다. ㅋㅋㅋ




 + 근데 영화를 보다 보면 아무리 봐도 이게 케빈 스미스 본인의 사적인 이야기일 거란 확신이 들거든요. 그냥 영화 분위기가 그래요. ㅋㅋ 그래서 찾아보니 영화 개봉 당시엔 이 영화에도 카메오로 잠깐 나오는 기네비어 터너('아메리칸 사이코'의 각본가님이죠)를 케빈 스미스가 짝사랑해서 쓴 이야기라는 썰이 유력했던 것 같고. 또 케빈 스미스 본인피셜로는 알리사 역의 조이 로렌 아담스의 인생 역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야기라고 하구요. 하지만 조이 로렌 아담스는 일생에 단 한 순간도 동성애자였던 적이 없는 분이라니 그냥 둘 다 맞는 걸로(...) 기네비어 터너는 커밍아웃 레즈비언이니까요.



 ++ 세월이 흘러서 불편해진 건 주인공 캐릭터의 동성애 몰이해 같은 게 아니라... 일단 주인공이 벤 애플렉이고 단역으로 케이시 애플렉과 맷 데이먼이 나오며 와인스틴 컴퍼니가... 음... ㅠㅜ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 시절의 맛다몬씨. 정말 짧게 나옵니다.)



 +++ 옛날 자막을 그냥 갖다 쓴 건지 자막 퀄은 많이 별로입니다. 계속 '다이크'를 '깡패'로 번역한다든가...



 ++++ 스포일러 파트입니다.


 결국 홀든의 애절하다 못해 찌질 궁상맞은 고백이 빛을 발해서 둘은 연인이 됩니다. 연인이 된 후로는 알리사가 오히려 더 행복해 하죠. 그동안 자신의 방황(!?)은 너를 만나기 위한 거였다며 아주 그냥 애정이 팡팡 터집니다만. 계속 '그 레즈비언 괴물 좀 저리 치우라'며 화를 내던 파트너 뱅키가 알리사의 과거 행적을 캐 오면서 일이 꼬이죠. 알리사가 학창 시절에 한글 자막으론 '열린 지퍼'라고 번역했는데 원래 대사 뜻을 찾아보니 쓰리썸에서 동시에 남자 둘을 상대하는 여자를 뜻하는 별명을 갖고 있었고. 그 상대가 또 뱅키나 홀든도 아는 놈들이었구요. 그래서 그게 못내 신경 쓰여 찌질거리던 홀든은 결국 폭발해서 알리사에게 마구 화를 내고 헤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때 때마침 등장한 제이 & 사일런트 밥을 만나 그 중 사일런트 밥에게서 자신의 과거 여친 에이미(이것이 '체이싱 에이미'의 참된 의미!) 관련 슬픈 경험담을 들은 홀든은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 희망찬 표정으로 뱅키와 알리사를 한 자리에 모이게 하구요. 거기에서 자기가 둘 사이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며 야심차게 외치는 해결 방안이란 게... 쓰리썸을 하자는 겁니다. ㅠㅜ 뱅키는 사실 본인도 자각 못하는 게이로서 홀든을 사랑해서 질투를 하는 것이고, 홀든 본인은 알리사가 자기는 해보지 못한 체험(쓰리썸...;)을 해 본 것에 열등감이 생겨서 이렇게 찌질거리는 것이니 이걸 통해 모두 해결! 셋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능!!! 이라고 외치구요. 놀랍게도 뱅키가 멍~ 해진 표정으로 이걸 수락합니다. ㅋㅋㅋ 하지만 알리사는 '널 언제까지나 사랑할 거야. 알지?'라는 애틋한 말을 남긴 후 아주 시원하게 홀든의 싸다구를 날리고 떠나가요. "휴, 다행이다." 라는 뱅키의 반응은 덤.


 그러고 1년이 흘렀습니다. 코믹북 행사장이구요. 뱅키는 뱅키대로, 알리사는 알리사대로 각자 개인 작품을 새로 내고서 즐겁게 사인을 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홀든이 나타나 뱅키에게 사과의 눈빛을 보내고 뱅키도 훈훈한 미소로 답을 하구요. 다음엔 알리사의 자리로 찾아가 '체이싱 에이미'라는 제목의, 본인과 알리사의 이야기로 그린 만화책을 건네주며 '니가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네요. 알리사도 눈물 맺힌 미소로 화답하구요. 그렇게 짠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로 행사장을 떠나는 홀든의 모습으로 끝입니다.


 ...그리고 쿠키가 있습니다. 스탭롤이 끝나갈 때쯤에 갑자기 제이의 목소리가 "대체 이런 게이 얘기를 왜 하는 거야!!!?" 라며 소리를 지르구요.

 그때 자막으로 "제이와 사일런트 밥은 '도그마'로 다시 돌아온다!" 라는 문구가 떠 있어요. ㅋㅋ 그러고 정말 끝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6
123807 더 마블스 공식 예고편(공식 한글자막으로 교체) [2] 상수 2023.07.21 404
123806 학생에게 업드려뻗쳐를 시키는 것에 대해 [1] catgotmy 2023.07.21 323
123805 뉴진스 NewJeans ETA MV (아이폰 14Pro) [1] 상수 2023.07.21 269
123804 미임파 7 보그 기사 +짦은 잡담 [19] daviddain 2023.07.21 390
123803 M: I 데드 레코닝 파트 I 노스포 짤막 소감 [2] theforce 2023.07.21 265
123802 [티빙바낭] 세기말 허세 전설, '피아노맨'을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3.07.21 475
123801 "물 조심해라"…소방관-순직 해병 父子의 마지막 2분 통화 [2] 모스리 2023.07.20 364
123800 돈 룩 업 (2021) catgotmy 2023.07.20 213
123799 프레임드 #496 [2] Lunagazer 2023.07.20 94
123798 어느 교사의 죽음 [10] Sonny 2023.07.20 1022
123797 완전한 망각. [7] 잔인한오후 2023.07.20 429
123796 도서관 경영 관련 책 catgotmy 2023.07.20 111
123795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합시다 (시리즈전체스포일러) [6] skelington 2023.07.20 311
123794 14년전 드라마 시티홀 재밌는데요 본거지만 [2] 가끔영화 2023.07.20 177
123793 Topaki.+미임파 7짧은 잡담 [4] daviddain 2023.07.20 195
123792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스포일러) + 일사 파우스트에 대해서 [10] skelington 2023.07.20 510
123791 넷플릭스 [첸나이 익스프레스], [베이워치 SOS 해상구조대] 는 핑계고... 인도 미녀 3대장 [10] 영화처럼 2023.07.20 314
123790 터전 찾기도 어려운 장애인…“이사 잦다”며 구속하겠다는 경찰 왜냐하면 2023.07.20 237
123789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3.07.20 480
123788 뉴진스 신곡 Cool With You MV(feat. 화양연화) 상수 2023.07.20 26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