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유시민

2011.04.05 10:19

bankertrust 조회 수:3564

1. 최근 게시판에 자주 등장하시는 정치인과 관련한 저의 생각을 적은 글입니다.

 

2. 현재 20대인 분들에겐 별로 와 닿지 않으시겠지만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묶어 3김이란 단어는 70년대부터 무려 21세기 초반까지 한국 정치계를 지배하던 단어였습니다.  이 3인중에 2인이 대통령이 되었고, 1인은 두번이나 총리를 지냈지요.  3김중 양김이 본격적으로 한국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과 김영삼이 당시 제 1야당이던 신민당 (고색창연한 느낌이 나네요)의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김대중이 김영삼을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부터 였습니다.   당시 김영삼은 당시 당수이던 유진산 및 민주당 구파의 절대적 지원으로 경선 초반에는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였지만, 김대중은 민주당 비주류를 연합하고 결정적으로 처음 대위원선거에서 3위였던 이철승과 연합하며 2차투표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여 대통령 후보에 선출됩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2002년 노무현이 이인제를 이긴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승인이었던 김대중과 이철승의 밀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철승은  추후 김대중에게 아무 것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당권을 약속했다는 추측이 돌았다고 합니다.)  

 

3. 91년 3당합당으로 민자당으로 간 김영삼을 따라가지 않고 대의를 따라 제 1야당인 평화민주당으로 옮긴 몇몇 의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최대의 거물이었던 이기택, 노무현, 김정길 등등 이 사람들은 정치적 계산은 차지하고 분명한 대의에 따라 야당에 잔류하였습니다. 이것은 당시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지역색이 강한 정치판에서 호남당인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는 정치적 위험을 무릅쓴 용기있고 원칙적인 행동이었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로 수도권 및 경남 연고의 정치인들이고 이 사람들이 "자타인정"호남당에 입당한다는 건 누가 봐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92년 총선에서 아까운 많은 의원들이 낙선(노무현도 이들 중 하나였죠)하였습니다.   92년 당연히 김대중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김영삼에 패배하였고 정계은퇴를 선언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대중의 정계은퇴에 따라  이기택이 차기총재로 선출되었습니다.  이기택은 당연히 차기를 꿈꾸었습니다.  이기택은 부산출신의 5선 의원이고 김영삼이후 부산의 대표성과 호남 및 수도권을 아우른다면 차기 대통령선거의 당선도 전혀 택도 없는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은 95년 갑자기 말을 바꾸고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민주당(당시 제 1야당)으로 부터 자파의원들을 빼와서 국민연합을 창당합니다.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사람이 전혀 납득할 만한 계기도 없이 하루아침에 정계은퇴에서 말을 바꾸고, 제 1야당을 자신의 힘으로 붕괴시키고 자신의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김대중의 행태에 이기택, 노무현, 김정길, 이부영, 박계동 등의 국회의원들은 민주당 잔류를 선언합니다.  바로 흔히 말하는 "꼬마 민주당"입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원칙과 명분이 분명한 민주당은 차기 총선에서 패퇴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이 상황에서 이기택, 박계동, 이부영등은 한나라당에 입당합니다.  노무현 김정길 등은 다시 국민회의(후일 민주당)로 합류하고요.  이기택은 참 안되지 않았습니까?  김영삼으로부터, 김대중으로부터 모두 배신당하였죠.  꼬마 민주당 정치인들이 김대중에게 원한을 갖게 되는 것은 제 3자가 봐도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김대중은 그를 비난하는 정파들로부터 배신과 권모술수의 아이콘, 말바꾸기의 달인으로 비난받았고 엄밀히 말하면 그러한 비판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4. 김대중의 배신은 이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87년에도 김대중은 대선의 유불리를 뒤로 한채 자신의 정당을 꾸려서 신민당을 박차고 나옵니다.  물론 김영삼이 김대중과 사이좋게 집권후에도 약속을 지키고 평화로운 공존이 될 인간이 아니라는 건 확실합니다만, 민주진영의 분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을 회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상과 같은 김대중의 배신사를 보니 어떤 생각들이 드시는가요?  싸가지없고 말 자주 바꾸고 배신 자주한 유 모 정치인은 김대중에 비하니 귀여운 수준 아닌가요?  저는 지금 김대중이 이런 악행을 저질렀으니 유시민의 잘못은 다 괜찮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닙니다.   

 

5. 3번 글의 이기택의 사례를 봅시다.  이기택은 윤리적으로 잘못한 것이 전혀 없어요.  그는 80~90년대 내내 정치인으로서 정직했고 원칙적인 길을 걸었습니다.(개인적으론 리더쉽이 부족하다 내지는 쪼잔하다는 말도 꽤 나왔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패스). 경우에 따라선 자신의 이익을 상당부분 희생하면서까지 원칙을 고수했습니다만,  지금 현재 상황에선 누가 봐도 이기택은 역사의 패자이고 실패한 정치인입니다.  그의 정치적 커리어 마지막인 한나라당 입당은 야당의원으로서 걸어왔던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과거 김근태와 비슷한 위상이었던 이부영도 정치인로서 한계는 꼬마 민주당이후 한나라당 입당으로 확실해졌습니다.   이들이 김대중에 대해 갖는 증오와 피해의식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공감이 가고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역시 그들은 역사적 패자로서 정치적 생명을 다해갔습니다.

 

6. 유시민이 얼마나 싸가지가 없는지, 김대중을 이유없이 비난하였는지, 개혁당원들을 얼마나 배신하였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런 이유로 내가 지지하는 정파의 주요 정치인(야당 의원중 현재 지지율 1위)을 대안에서 제외시킬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정치인의 지지이유가 단순히 "잘 생겨서"  "서울대를 나와서" "의리가 있어 보여서" 라도 그건 개인의 자유 이겠으나,  적어도 자기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게시판에 글을 쓰시는 분들이라면 , 그리고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시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유시민이 싸가지가 없고, 김대중을 이유없이 비난하였고, 개혁당원을 배신하였기 때문에 절대 찍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배제하는 건 적절지 않다는 생각에 DJ의 예를 들어봤습니다.   적어도 유시민정도의 인지도와 지적능력,  지지율을 가진 사람은 현 야권엔 흔치 않고 이런 사람에 대해 벌써부터 비토를 하는 분들이 나오셔서 적어 봤습니다.  적어도 가능성있는 정치인들에겐 지난 행적을 찾아 비난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비전과 추구하는 사회상에 대한 이해와 (건설적인)비판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재를 아낍시다.   대선 지지율 5%이상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야권은 더욱 그렇습니다.

 

PS)제는 김대중의 굉장한 지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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