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평론가 그리고 홍상수.

2014.03.22 05:16

Hopper 조회 수:6533

0.


몇 달 전, 돌팔이 인문학자 강신주 를 올렸는데 또다시 돌아왔습니다. 돌팔이 평론가 특집으로.

이중인격도 아니고, "너무 좋아요 " 와  "너무 싫어요" 를 오가며 글을 작성합니다. 

이번에는 역시 돌팔이가 너무 너무 싫어요 특집.


허지웅 씨.


마녀사냥에 나와 세상 연애담에 당당한 자기의견과 쿨한 평론가 포지션을 취하는 그의 평론을 진지하게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진지하게 평론을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함부로 돌팔이라고 해도 되는거야?" 맞습니다. 정확한 반박이죠.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허지웅 씨를 돌팔이라고 평하는 저의 논점과 같습니다. 

"아니, 대체 함부로 - 해도 되는거야? " 



1.



이 글은 기자 혹은 평론가 로써의 허지웅 씨보다 방송인 으로써의 허지웅 씨에 대한 평일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방송인이면서 평론가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고 그게 도무지 갈피가 안 잡힌다는 점이죠.


"대체 나란 놈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와 같은 쿨함을 보여주다가도

공중파 예능에서 열성을 다해 "모나리자"를 애창 합니다.


PD가 시켜서 한 것이겠지만 (설마 허지웅씨가 모나리자 한곡 때리겠습니다. 했겠습니까? ) 

한편으로 이 사람은 '그렇게 시켜서 하는 사람들'을 열심히 평하고 공격합니다. 


그런데 동거의 자유, 뭐뭐의 자유, 자칭 진보정신의 "자유"를 표방하는 말을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해라 마라" 가 많습니다.

"참견마!" 하면서 바로 다음 문장은 "열심히 참견하고" 있죠. 


위 단락이 헷갈리지 않으세요? 저도 써놓고 헷갈립니다. 

그런데 바로 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뭔 x소리를 하는것인지 모르겠는 지점이 바로 허지웅 씨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정리하자면, 그는 평론가로써의 엄격함, 자기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부재합니다. 그러니까 항상 자신은 예외인거에요.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자기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없는 사람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죠.


이런 '엄격함'이 부재한 사람이 타인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게' 또 '시니컬하게' 평을 하고, 호오와, 옳고 그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모순과 오류가 발생합니다. 세상에 대해 시니컬한 평과 연애에 대한 훈계를 코믹하게 말해도 

그것이 불편한 이유가 여기있어요. 언제나 "나는 예외" 라는 역사적인 마술이 발동하고 있다는 점. 


바로 그 점이 허지웅 씨를 좋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2.



하지만 이 "나는 예외" 전법은 허지웅 씨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역사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어요.

여기서 언급하기도 죄송할 많은 이론가들도 수없이 세상과 사람을 비판하다가도 (사회과학적 비판이론)

엄격하게 '자기반성'이 요구될 때는 '나는 예외' 전법을 통해 빠져나갔어요. 


사실 이 지점은 저의 주요 비판점은 아닙니다. "여기 죄가 없는 자 돌을 쳐라 "라는 예수의 말처럼 

이런 방식의 비판은 순환논리가 되기 쉬워요. 서로 장난을 치는데, "반사! " 와 같은 유치한 말을 계속 하는 것과 비슷하죠.

거울과 거울을 마주하면 무한한 자기복제가 되는 것처럼,

 "겨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놀리며 겨묻은 개를 얘기하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


제가 정말 허지웅 씨를 돌팔이라고 하는 이유는, 

제가 항상 반대하는 사람의 전형 "타인과 세상에 대한 메뉴얼" 을 가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인간이기 때문이죠.

이 지점은 강신주 씨를 돌팔이라고 했던 이유와 같습니다. 다시 한번 제가 이곳에서 지겹도록 말한 질문을 생각해봅시다.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타인에 대해 평하고 그 평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먹고 삶이란 직업적 활동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타인을 평하면서 '자신의 인식'이 맞다는 확인, 그 정신적인 승리로 먹고 삽니다. 


만약 누군가가 타인을 평하면서 그것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열어둔다면, 

더 나아가 "100% 틀린 의견"이라고 인정할 수도 있다면, 허지웅씨나 평론가들처럼 

자신의 이론으로 세상과 인간에 대해 그런 단호한 태도 혹은 쿨한 태도를 견지할 수는 없을겁니다.


이론가에게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왜 중요하냐면, 자기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반증할 수 있는 첫번째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얼마나 그 "호오"와 "정오", 옳고 그름에서 자유로운가.

나는 그 "말"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정말 똥이 묻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똥은

얼마나 치명적인가? 엄격한 이론가와 예술가들은 이 치명적인 자기반성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허지웅 씨는 세상과 연애에 대해 자기 나름의 메뉴얼을 갖고 있지만, 그 해설서는 자기자신에게만

해당될 뿐, 모두의 메뉴얼이 될 수 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 자체를 "어떤 알 수 없는 이유"에서 지웠습니다.

(여기서 이것을 "기본적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모든 글쓰기에서 "퇴고가 기본"인 것과 같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1단락에서 나오는 자기 모순이 가능합니다. 평론가스럽게 "논리적"이지만, 

그 논리의 화살은 자신을 향하지 않습니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주장을 반박하는 첫번째 증거가 되는데,

그 거울같은 증거를 어딘가에 쳐박아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유로울 수 있고, 쿨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


타인의 감정과 마음에 대해서는 잔인할정도로 "쿨" 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마음에 대해서는 지나칠정도로 "핫"한 사람. 

그들의 쿨함은 철저히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쿨할 수 있는 것이고

충분히 그 사안과 상황이 개입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냉소적인 웃음을 흘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냉소는 하나도 매력적이지 못해요. 

진짜 매력있는 냉소는 자기자신에 대해 차가운 태도를 견지할 때, 느껴지는 것이니까.




3.



 "나는 충고할 수 없다. '고백'할 뿐이다." 

                                                         -김훈


바로 이 점이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허지웅 씨는 "영화평론가"입니다. 

영화기자로 일을 시작했고, 영화에 관련된 저서를 적었으며, 영화에 대한 평을 적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무엇일까요? 2시간 동안 "남의 일"을 보면서 울고 웃다가 극장을 나서는 영화는 무엇이죠?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주 공간에서 길을 잃고, 살인자에게 쫗기며,

생사의 위험에 처한 불운의 주인공은 우리의 가족도 친구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과 영영 남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영화는 그 영영 남일 사람. 지금까지도 남이었고, 앞으로도 남일  사람의 '가짜' 문제에

진지하게 관객을 끌어당깁니다. 그 문제와 상황에 개입시키고,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만들며, 그 사람의 가슴에 우리를 끌어당겨요.

좋은 영화는 그런 힘이 있어요. 그것은 강요에 의해서도, 충고에 의한 것도 아닙니다. 우스꽝스러운 영화 홍보 카피처럼 

"이 영화를 안보면 후회한다"에 겁을 먹고 영화를 보고 감동하는 사람이 있나요? 아닙니다. 순순히 우리는 그 영화 안에 들어가

진지하게 '타자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고민해요. 그리고 반성하고, 자기자신을 '돌아봅니다.' 


다시 말하지만, 허지웅 씨는 영화평론가입니다. 평론가들에게 

영화와 영화속 주인공, 감독과 배우는 자신이 "평"하는 대상에 불과할지 몰라요.

이것은 맞고 틀리고, 이것은 좋고 싫고. 


그러나 그 "평"이 영화 속 타자의 고백보다 우월할 수 없는 이유는 영화는 함부로 충고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맞다고 하지도 않고, 틀리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자신의 X같은 상황을 고백할 뿐이죠. 

그 고백에 참여할 것인가 말것인가는 관객의 몫이지, 평론가나 감독의 요구가 아닙니다. 


타인에 대해서 "쿨"하게 평가하고 "충고"하는 사람의 '평론'을 기대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그들이 쿨 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들의 상황과 맥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에요.


물론 "엉망진창"인 영화에서는 쿨 할 수 있어요. 그런 영화들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기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 "밖"에 관객을 냅두거나 밀어내기 때문에, 냉소적일 수 있죠. 그러나 좋은 영화는 언제나 우리를 그 안으로

끌어당기고, 그 상황과 맥락에 전염되며 그들의 고통과 병을 함께 치릅니다. '고통'은 언제나 핫해요.

쿨한 인간이 혐오스런 이유, 의사인 척하며 고고한 이유, 냉소적인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이유. 

다른 사람의 고통에 감염되지 않았으니까.


타인의 마음에 감염되지 않는 사람의 평론을 읽고 싶지 않고, 그래서 허지웅 씨의 평론을 진지하게 읽을 생각도 없습니다.




4.



" 딱 아는 것만큼 안다고 얘기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홍상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고현정이 이 대사를 김태우에게 내뱉고 나서, 카메라는 바다를 향합니다. 역시나 이유도 없고 알수도 없죠. 

그냥 카메라 안에 바다가 있습니다. 저는 유독 그 장면의 바다를 좋아합니다. 언제나 홍상수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지식인들"이고, 다른 사람을 다루는 영화감독이지만, 끊임없이 찌질한 연애와 사랑 때문에 뜨겁고 울고 나자빠집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하게 "찌질한 인간" 이라고 평할 수도 있지만. 글쎄요. 저는 그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차가워질 수 없는 인간들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런 속성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고, 또 모를 수 밖에 없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선희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도, 옥희도, 끊임없이 말해주잖아요.

잘 알 수가 없다고. 그 사람은 당신의 딸도 아니고, 너의 선희도 아니라고. 자기 자신에 대해 헷갈려하는 것도 인간이라고.

통제할 수 없는 것. 정의할 수 없는 것 . 영원히 수수께끼인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고 보여줍니다.


그래서 허지웅 씨와 같은 사람들의 평가와 자기 모순을 치유 받고 싶을 때는 홍상수의 영화를 다시 봅니다.

그 평론가가 평하는 인간들. A라고 하고, B라고 하는 인간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최소한 그 사람은 허지웅씨의 선희도, 허지웅씨의 딸도 아닐겁니다.

우리가 "딱 아는 만큼만 얘기할 수 있다면, " 자기 자신에 대해서밖에 고백할 수 없다는 것.

허지웅 씨에게 진지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자기 고백입니다.

 

"허지웅 씨, 딱 아는 만큼 안다고 얘기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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