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와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sonnet님이 쓴 이글루스 포스팅입니다. http://sonnet.egloos.com/3241455


이 포스팅은 2007년 6월에 씌여진 것으로 당시 노무현 정권이 착각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권위주의, 독재정권인 박정희 정권과는 달리 '정통성과 정의를 구현하는 세력'인지라 타협이나 어르기, 설득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대통령의 권력은 설득하는 권력이다. 대통령의 권력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 어르고 달래고 빌고 타협하고 끊임없이 관리하면서 임기말까지 가야한다 라는 내용인데요. 저도 이 포스팅이 노무현 정권의 한계를 잘 설명했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 sonnet님은 정치학자 노이스타트의 책을 소개하지요)


그런데 제가 궁금한 지점은 이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반대진영을 어르거나 달래거나 빌거나 타협하거나 관리하면서 정책을 관철시키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예로는 국정교과서 추진을 관철한 것이 그렇고,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노동정책이 그렇고, 세월호 조사위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 그렇고, 현재 한중 FTA도 그런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노이스타트는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맡은 부서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고, 지지자로 하여금 지지할 만하다고 여기게 만들어야 하며, 그 결과로 영향을 입을 사람들이 참을 만하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라고 했는데요. 연합통신에서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2년간의 지지율을 보자면, 2015년 2월 기준 30% 초반입니다. 올 들어 54%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국정교과서 추진으로 인해 43%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한국갤럽은 물론 최시중 (전 방통위 위원장. 뇌물받아 벌금 받고 나중에 사면됨)같은 사람이 오래 일한 곳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지지율을 시계열로 보면 시사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가장 낮아져 29%을 찍은 때에는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불거진 때입니다. 세월호 대처를 잘못했든, 비정규직을 확산했든, 총리후보를 안대희나 문창극으로 들이댔든,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담긴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었든간에 30%가 깨진 적은 이때가 단 한 번이었어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2/17/0200000000AKR20150217076600001.HTML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13160.html


만일 노이스타트가 틀렸다면, 박근혜 정권은 리더십의 고전으도 설명되지 않는 유래없이 독특한 한국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는 거예요. 대통령이 타협자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중요한 국면마다 해외로 나가버린 후, 대통령의 아랫 사람들이 알아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런 리더십 스타일. 위기가 터지면 "큰 일이네요. 잘 회복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무난한 말을 하고 멋진 사진 찍어서 언론사에 돌리는 이런 리더십이 계속 먹혀왔단 말이죠. 대통령은 일종의 아이돌이나 무녀로 존재하는 모양새인데 약간은 천황제하고도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각료들에게 화, 짜증을 내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 매섭게 레이저도 쏜다고 하니 그 점은 천황제하고도 다르고 말이죠. 


만일 노이스타트가 옳다면, 35-40%의 한국사람들은 현재의 박근혜 정권이 견딜 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이게 무너지는 순간은 자기의 이득이 확실히 침해될 때, 그러니까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이 불거졌을 때 뿐이란 말이죠. 물론 이명박때 종편을 통과시켜서 조중동의 미디어 장악력이 높아진 것도 이유겠고, KBS MBC SBS들이 친 정부 성향이 되어 박근혜 정권의 마케팅이 쉬워진 것도 충분히 이유가 될 거예요. 하지만 노무현 정권에서는 실패한 독불장군 스타일 (반대진영이 뭐라고 하든 말든 나는 갈 길을 가련다)이 왜 박근혜 정권에서는 이렇게 성공하고 있는가 저는 궁금해요. 지지층이 좋아할 만한 세금정책 (예: 자녀 주택자금 2억 5천까지 증여세 면제, 부모 10년 모시면 주택 10억까지 상속세 면제, 기업 자산 천억까지 상속세 면제 등 부자감세)을 확실히 챙겨줘서 그런가요? 지지자들은 대북 강경책이나 세금정책에 기반해서 "지지할 만하다고 여기"고, 영향을 입을 사람들은 한국이 이미 상당히 잘살고 있기 때문에 "참을 만 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이 게시판에서 노무현 정권을 비판하셨던 분도 노무현 정권하에서 부동산 보유세 때문에 괴로왔다고 하셨거든요. 


이 포스팅은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서 쓴 게 아니고, 박근혜 정권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무엇을 배워올 수 있는지 궁금해서 쓰는 것입니다. 이기는 쪽을 벤치마킹해야하지 않겠어요? 박근혜 정권이 결코 바보는 아니고, 분명 뭔가 중요포인트를 딱딱 챙기기 때문에 이 지지율을 끌고 가는 거 아니겠어요? 공부잘하는 애들이 노는 것 같아도 포인트는 외워서 시험보는 것처럼 말이예요. 제가 놓치고 있는 게 뭐죠? 고견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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