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욜로족, 훈수)

2023.06.21 15:02

여은성 조회 수:238


 1.렉카유튜버는 누구나 싫어하겠죠. 당연히 나도 싫어해요. 한데 렉카유튜버같은 게 난립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애초에 전문성이 있었거나 본인이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었다면 큰 물에서 놀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정치든 사회현상이든, 사람들은 일단 다른 유명인이나 사건에 들러붙는 형태로 방송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뭐 인간적으로는 그들의 신세를 연민해야겠지만, 그들이 생산해내는 소음들까지도 연민해줄 순 없어요.



 2.몇년 전부터 눈에 띈 렉카유튜버가 한명 있어요. 오마르라고 하던데 그래도 이 사람은 렉카까지는 아니고 오지랖 유튜버라고 해야 하나? 문제는 이 사람도 아무 주제에나 손을 담그면서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터는 걸 즐긴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종류의 사람들의 문제점은 이거예요. 잘 모르는 걸 얘기하더라도 적어도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니라, 본인조차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는 발언' '특정 성별이나 특정 계층에게 아양을 떠는 발언'을 해버리게 된다는 거죠. 하긴 이것도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진짜로 입을 털어버렸다가 구독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니까...스스로 자기검열을 해 버리게 되는 거죠. 


 본인의 생각을 얘기하는 거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등긁개가 되는 것...렉카유튜버나 오지랖 유튜버들의 어쩔 수 없는 루트예요. 문제는 그게 그 상태로 머무를 수가 없다는 거죠. 이미 해버린 발언은 더이상 먹히지 않으니 점점 더 센 발언을 해야 하고 이미 긁어준 부분은 상대가 만족하지 않으니 다른 부분도 긁어 주거나, 더 세게 긁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그럭저럭 정상적으로 보이던 유튜버도 점점 이상하게 변해간다는 거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주고, 맞춰주는 레벨을 올리다 보면요.



 3.한데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의 등을 너무 시원하게 긁어주는 말은 결국 거짓말...또는 심하게 왜곡된 언설일 수밖에 없어요. 진실된 지적이나 솔루션은 불편한 법이고, 그 솔루션을 실행하는 건 어려우니까요.


 하긴 잘 모르겠어요.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솔루션을 주는 건 가혹한 일이거든요. 이미 잠재력이 다 소모된 사람들의 신세를 바꾸려면 아주 극단적인 솔루션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신분상승을 하려면 그에 맞는 마테리얼이 필요한데...그게 재력이든, 인맥이든, 매력이든 그 순간까지 가지지 못한 사람이 그걸 가지게 만들려면 아주 엄청난 노력이나 그때까지 안 하던 노력을 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보면 사람들에겐 솔루션이 아니라 위로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죠.



 4.휴.



 5.사실 인간의 과제는 늘 둘중 하나예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낸 사람들의 과제는 신분상승 뿐이니까요.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리든, 성형과 시술과 관리로 비주얼을 높이든, 여기저기 들이대면서 자신에게 기회를 제공할 사람들을 구하든 말이죠. 돈-행사할 수 있는 소비력과 자본력이 많아지거나, 사람들이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매력도를 높이거나, 내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들이댈 용기를 내거나...이 세가지 중 한가지는 해야 하거든요. 셋 다하면 좋고요.


 하지만 문제는 이 세가지 중 하나도 실제로 해내기가 힘들다는 거죠. 



 6.저 오마르라는 유튜버의 이야기를 꺼낸 건, 요전에 그의 유튜브가 추천영상에 떠서예요. 어째서 저 인간의 영상이 추천에 뜨나...하고 봤더니 호텔 얘기가 들어가 있어서 그랬나봐요. 물론 그의 영상은 호텔에 관한 게 아니라 호텔에 가는 욜로족들에게 오지랖을 떠는 거였지만요.


 뭐 대충 내용은 '호캉스나 오마카세를 가는 걸 내가 뭐라할 수는 없는데~'라는 실드를 일단 깔아놓고, '하지만 괜찮은거야? 1박에 80만원을 쓰다니! 그 나이대 월급은 2~300이잖아!'라는 식으로 오지랖 빌드업을 치는 거였어요. 물론 솔루션 같은 건 없고...그냥 호캉스와 오마카세를 가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걱정하는 척 하는 소리를 하는 거였는데, 그런 말들로 분량을 확보하는 것도 재주이긴 하더라고요. 



 7.그 영상을 보고 한번 생각해 봤어요. 나라면 대체 욜로족들을 상대로 무슨 얘기를 할까...라고요. 사실 별로 할 얘기가 없잖아요? 호캉스랑 오마카세를 돈을 아껴서 가든, 설령 빚을 내서 가든 말이죠. 


 애초에 걔네들의 인생에서 호캉스나 오마카세를 즐기는 시간은 걔네가 가진 시간들 중에서 100분의 1도 안 될 거란 말이예요.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에는 그냥 남들처럼 일하고 남들처럼 살 거란 말이죠. 그들이 보내는 시간의 1%도 안 되는 시간을 콕 찝어서 무언가 훈수를 둬야 하는 걸까? 글쎄요...잘 모르겠어요.


 하긴 훈수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이러겠죠. 그들이 가진 시간 중 1%도 안 되는 시간에 월급의 30%를 넘게 쓰니까 훈수를 둬야 한다고요.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어디에든 훈수를 둘 수 있죠.



 8.사실 그래요. 호캉스나 오마카세를 좋아하는 욜로족이 주위에 있고, 그 아이가 신경쓰인다면 걔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돈을 주는 것밖에 없거든요. 그냥 한번 마음껏 써 보라고 말이죠. 


 아니 사람이 호텔 가서 먹고 놀고. 그것만 하면 짜치니까 스위트룸도 잡고 스파 가서 마사지도 받고 싶고. 오마카세 가서 음식도 먹고...음식만 먹으면 짜치니까 좀 있어보이게 비싼 와인도 까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런 욕망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예요. 그 욕망을 해결하거나 해소하거나. 또는 해소하는 것을 반복해서 아예 초월해 버리거나...하는 솔루션밖에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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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내 생각엔 그렇거든요. 욕망이라는 것도 타이밍이 중요해요. 어렷을 때 풋풋한 연애를 해보고 싶었던 욕망을 해소하는 건 어렸을 때만 가능하거든요. 마찬가지로 허세에 대한 욕망도 타이밍이 있어요. 어느정도 젊을 때 해소가 되어야지, 젊을 때는 참았다가 나이 먹고 모은 돈으로 늦게 한다면? 물론 나쁘지는 않지만 그 욕망이 타이밍 좋게, 제때 해소되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거죠.


 사실 그런 욕구는 나이먹고 해소할 수 없는 게, 애초에 자신이 할 수 없는 소비에 대한 욕망이니까요. 젊었을 때는 80만원짜리 호캉스로 만족한다면 나이먹으면 800만원짜리 스위트룸에서 호캉스를 해야 비슷한 플렉스가 되는 거거든요. 하지만 80만원과 800만원의 차이는, 어렸을 때 누가 80만원짜리 호캉스 시켜주면 고맙지만 나이먹고는 누가 800만원짜리 호캉스 시켜주면 마음이 무겁다는거죠. 그리고 800만원은 너무 돈지랄이잖아요? 80만원이야 아깝지 않을 수도 있지만 800만원은 비슷한 가격의 유의미한 것들이 꽤 있으니까요.


 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예요. 뭐 하고싶은 게 있으면 젊었을 때, 지금 해야한다는 거죠. 지금 돈 모아서 나중에 하겠다고 생각해봐야 허들은 더 높아져있어서 더 힘들어질 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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