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나 미술관에서 열리는 'Featuring Cinema'전에 갔다가 보게 된,
Oliver Pietsch의 작품 'The Shape of Things'입니다.

2008년 작품이고, "Found Footage", 즉 기존 영상자료를 모아 만들어낸 작품.
아카데미 시상식의 In Memoriam 영상이라거나,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오프닝 영상같은 걸 떠올리시면 되겠네요.
아니, 그것보다는 유튜브등에 잔뜩 올라오는 가짜 예고편 영상들을 연상하시는 게 빠르려나요.
("파운드 푸티지란 현대 예술의 새 영역이다!"라고 외쳐봐야 이미 네티즌들은 예전부터 하던 놀이라는 이야기...?)

근데 "에이, 이미 있는 영화들 모아서 편집만 하는 건데 그게 뭐가 힘들겠어?"라고 하신다면…
힘듭니다. 진짜 미치도록 힘듭니다.
저도 임권택 감독님 전작전 때 오프닝 영상 제작에 참여해봐서 압니다만,
일단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만으로도 머리에 쥐가 나요.

이번 '피처링 시네마' 전에는 이 작품 말고도 기존 영화 작품들의 영상을 활용한
"파운드 푸티지" 작품들이 많이 있던데,
국내는 그렇다치고 해외에선 이걸 어떤식으로들 작업했는지 궁금하네요.
비영리 예술을 위한 거라고 밝히고 각종 필름 아카이브를 이용했을까요?
아님 아예 닥치는대로 dvd를 사모으거나 토렌트를 돌렸으려나…




https://www.spacec.co.kr/index.html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건 그냥 영화 예고편보다도 못하네"라 생각할 정도로 실망스런 작품도 있고
"오, 이런 형태의 전시는 역시 영화관이 아닌 미술관에서만 가능하겠군" 싶은 흥미로운 작품도 있던
코리아나 미술관의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입니다.
다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인터넷에 올라와 있기에 링크 겁니다.
러닝타임은 17분.



The Shape of Things 2008
Video
17.5 mins

http://www.nettiehorn.com/images/artists/Oliver%20Pietsch/Videos/OliverPietsch_TheShapeOfThings.html

(링크로 들어가시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올라와 있네요.)





"꿈"을 모티브로 수많은 영화들의 영상을 모아놓은 작품인데요,
클래식 헐리우드 영화나 무성영화(로 추정되는 옛 작품들),
일본 호러, 80년대 헐리웃 호러, SF 영화들, 데이비드 린치 작품들…
개중엔 "이건 어느 영화지?"싶은 장면들도 있고,
(벽에서 손이 튀어나오는 장면이나, 머리 뚜껑을 따서 나비가 나오는 장면이 어느 작품인지 궁금하네요.)
때로는 파이트 클럽이나 와호장룡(!)처럼 잘 알려진 장면들도 있습니다.

그냥 근사하고 유명한 장면들을 이리저리 짜집기한 게 아니라
편집으로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냈다는 데 주목하시길.










근데 전시장에서 볼 땐 분명 못보던/암전처리되었던 컷들이 눈에 띕니다만…
(성기가 클로즈업되는 컷이라거나, 미이케 다카시의 '극도공포대극장 우두'에서 따온, 
여성의 몸에서 남자의 손이 튀어나오는 장면 등)
미술 전시인데도 검열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해외에 보낼 땐 검열된 클립을 보내주는 건지…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는 영상을 미술관에서 검열판으로 봤다니 기분이 좋진 않아요. :-(


 


p.s.
전시장에서 두번째로 좋았던 작품은 피에르 위그라는 작가의 '제 3의 기억'이었습니다.
시드니 루멧 감독, 알파치노 주연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의 모티브가 된
실제 은행강도 사건의 범인이 나이드신 모습으로 등장,
30년이 지나 사건을 재현하는 영상과 영화 '개같은 날의 오후'의 클립들이 
2채널 비디오로 교차편집되는 작품.
영상을 상영하는 방 바깥에는 당시 신문기사의 프린트들과 tv인터뷰가 전시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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