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대리인)

2019.01.04 13:39

안유미 조회 수:470


 1.연애 고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주워섬기는 말은 거의 이거예요. '여자는 자신을 웃겨 주는 남자. 재미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재미있는 남자가 되어 봐!'가 그들의 워딩이죠.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아마도 그게 '그나마 바꾸기 쉬운'유일한 것이기 때문이겠죠. 사실 연애를 쉽게 하려면 돈이 열라 많거나 외모가 열라 쩔거나 열라 유명하면 돼요. 돈이나 외모나 권위가 모자라면, 연애 코치들이 말하는 것처럼 재밌는 남자가 되는 걸로 벌충해야 하니까요. 왜냐면 급속도로 돈을 불리거나, 급속도로 외모를 업그레이드하는 건 정말 힘들거든요. 하지만 재미있는 남자가 되는 건 어쨌든 노력하면 금방 가능한 수준이니까요. 


 연애 코치가 조언을 해준답시고 나서서 '뭐?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그건 쉬워. 돈을 열라 많이 벌면 돼.'라거나 '뭐?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그건 쉬워. 열라 잘생겨지면 돼.'라거나 '뭐?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그건 쉬워. 열라 유명해지면 돼.'라고 말하면 모두가 시큰둥해할 게 뻔하잖아요. 그러니까 연애 코치들은 '뭐? 이성을 사귀고 싶다고? 그건 쉬워. 재밌는 남자가 되면 돼.'라고 말하곤 하는 거죠.



 2.하지만 제기랄! '재미있는 남자'가 되어서 여자를 사귄다는 건 험난한 연애의 길을 가는 거란 말이죠. 그건 꽤나...수고와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이니까요. 아니 그야, 갑자기 재미있는 남자가 되는 게 갑자기 부자가 되거나 갑자기 미남이 되는 것에 비해선 훨씬 쉽긴 하지만요. 하지만 재미있는 남자인 것을 주무기로 연애 시장에 도전한다...라는 건 어쨌든 부자인 것을 주무기로 하거나 미남인 것을 주무기로 하는 것보다는 어려운 루트인 거예요. 가장 가지기 쉬운 도구(tool)을 써서 도전하는 만큼, 그 과정은 힘들 수밖에 없는 거죠.



 3.아 이런! 또 삼천포로 빠졌네요. 일기를 쓰기 전에 서문을 쓰다가 늘 삼천포로 빠져버리곤 한단 말이예요. 맨날 이러다가 본론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일기가 흐지부지되곤 한단 말이죠. 어쨌든 내가 보기에 여자들이 원하는 건 늘 둘중 하나거든요. 그녀들은 권력을 가진 남자를 가지고 싶어하거나, 여자에게 권력을 느끼게 해 주는 남자를 가지고 싶어하죠.


 비록 이렇게 쓰긴 하지만 뭐 모든 만남이 이렇게 계산적이거나 합목적성을 추구할 수는 없는 거고...어떤 만남은 그냥 만남이예요. 전에 썼듯이 만남이란 건 짜릿함이나 기쁨만을 얻기 위한 게 아니라 작은 위로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거든요.


 

 4.휴.



 5.흠...위에는 '재미있는 남자'로서 이성에 다가가는 걸 매우 얕보는 듯한 소리를 해버렸네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아요. '부자인 자신'으로서 누군가를 만나거나...'미남인 자신'또는 '유명인으로서의 자신'으로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매개로 하는 거거든요. 구매력, 매력, 권위는 사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대변해주는 도구니까요. 


 그러니까 돈이나 외모, 유명세만 가지고 여자를 만나는 건 마치 도련님 같은 짓거리인 거예요. 중세 시대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이리저리 결투를 걸러 다니고, 결투가 벌어지면 자신은 쏙 빠지는 도련님 말이죠. 그리고 결투 대리인이 이기면 마치 자신이 이긴 것처럼 으스대는 놈 말이죠.


 사실 현대의 부자는 무적이긴 해요. 어쩌면 중세의 귀족보다도 더요. 왜냐면 돈이 많다는 걸 방어기제로 삼기로 작정을 해버리면? 그건 최고의 방어기제가 되어주거든요. 부자인 것을 방어기제로 삼기로 작정해버린 남자들은 자신을 남과 대등하지 않은...인간 이상의 무언가로 여기며 사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자에게 거절당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부자인 자신'으로서 여자에게 다가갔다가 까여도 상처입기는 커녕 '저런, 나를 거절하다니? 그건 네 손해일 뿐이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그래요. 여자에게 거절당하면 상처를 입는 게 아니라 자신을 거절한 여자를 진심으로 한심해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사람들은 이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전에 썼듯이 남자는 돈이 많아지면 또라이가 되니까요. 똑바로 세상을 마주볼 수도, 똑바로 생각할 수도 없게 돼요. 


 하긴...반대일 수도 있겠죠. 똑바로 세상을 마주보는 게 무서워서 부자가 되기로 한 걸지도요.



 6.하지만 언제나 이렇게 방어벽을 치고 살기만 하면 결국은 마음이 피폐해지고...피로해지거든요. 왜냐면 아무리 방어기제로 스스로를 신격화해 봤자, 사실은 인간이니까요. 인간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절대 벗어날 수가 없단 말이죠. 그래서 어느날은 한번 방어벽을 거두고 맨몸으로 밖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해요. 페이트의 고르돌프 식으로 말하자면, '정찰을 나가긴 나가되 거점으로 5초 안에 복귀할 수 있는 곳까지만 정찰을 나가보도록 할까? 밖은 위험하니까!'같은 거죠.


 어쨌든 위에 썼듯이 그래요. 부자이거나 유명인사인 거나 잘생긴 것만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는 건 자기 자신을 매개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매개로 세상을 대하는 것에 불과해요. 위에는 재미있는 남자가 되는 게 제일 쉽다고 말하긴 했지만...사실은 그게 자기 자신-인간으로서의 자신으로서 누군가를 만나는 통로일 수도 있겠죠.



 7.하긴 온전한 자기 자신...인간으로서의 자기자신으로 세상을 대하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한 거예요. 내가 늘 말하듯이 인간은 별거 아니거든요. 그가 손에 넣은 자산이나 해낸 업적에 의해 평판과 인식이 달라질 뿐이지 본질만 놓고 보면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놈도 대단할 게 없어요. 그러니까 인간들은 남들에게 실제의 자신보다 더 대단해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해대는 거고요. 


 

 8.그야 위에는 좀 극단적으로 쓰긴 했네요. 전에도 썼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래요. 양가적 면모를 가지고 있고 여러 면모를 종합적으로 갖춰서 살아가고 있죠. 연애로 치면 상대에게 근사한 레스토랑과 라운지바를 살 수 있는 얼마간의 돈...모나지 않은 외모와 성격...적당한 유머감각...남에게 쪽팔리지 않는 직장...이렇게 갖춰놓고 연애를 하죠. 내가 위에 쓴 것처럼 돈이나 외모, 권위 원툴만으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연애든 사회생활이든 뭐든 말이죠. 다른 면모는 다 감춰두고 하나만 주워섬기는 놈들은 방어기제가 너무 발달한 놈들이죠.


 그리고 문제는, 그렇게 하나만 내세워서 세상을 살면? 주위에 꼬이는 녀석들도 자연스럽게 뭔가 결핍된 놈들이 꼬이거든요.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보고 돈만 보고 꼬이거나, 외모만 보고 꼬이거나, 유명세만 보고 꼬이는 놈들이 정상일 리가 없잖아요? 아니 그야 정상이 아닌 놈들이 재미만으로 치면 훨씬 더 재밌는 법이지만...위에 썼듯이 그게 문제예요. 짜릿함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거든요. 짜릿함을 제공하는 놈들은 위로를 제공해 줄 수가 없으니까요.



 9.뭐 그래요. 사실 호스티스나 사장이라면 아무리 도도하든, 아무리 예쁘든 무서울 게 없거든요. 그들이 가게...그것도 매우 비합리적인 물장사를 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왜냐면 그런 비합리적인 가게에 오는 사람은 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친해지고 싶은 여자가 그런 정신나간 가게를 차리고 있다면 다가가서 '이봐, 니 가게 하루 매상이 얼마냐? 아니, 얼마였으면 좋겠냐?'라고 물어보면 돼요. 그 외의 건 별로 필요없죠. 그녀를 웃겨 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위로해 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뭐 그렇단 말이죠.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만약 장사를 한다고 해도 카페 같은 걸 차린 여자와 친해지고 싶다면 어렵죠. 왜냐면 그녀들은 커피 한 잔에 몇천원정도를 받고 장사하거든요. 어째서나면, 그 여자들의 뇌는 정상적이니까요. 정상적인 뇌를 가졌기 때문에 수박 다섯 조각을 15만원에 팔지 않는단 말이죠. 그런 정상적인 뇌를 가진 여자들에게 '이봐, 여기 하루 매상이 얼마냐? 너랑 친해지려면 얼마 쓰면 되냐?'라고 물어보는 건...흠. 그건 자폭 스위치를 누르는 거죠. 그리고 그런 자폭 스위치는 윙건담에 나오는 자폭 스위치들과는 달리, 진짜로 작동되는 법이예요.


 뭐 어쨌든 말하고 싶은 건 이거예요. '직접 상대해야만 상대할 수 있는'사람들도 이 세상엔 많단 말이죠. 문제는, 직접 상대해야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무시하고 살 수가 없어요. 직접 상대해야만 상대할 수 있는 사람들에겐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없는 것이 있거든요. 그걸 얻고 싶다면 재미있는 남자가 되어서 다가가야 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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