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쓸 데 없이 장문의 글을 적고 있었는데 노트북 터치 패드 오류로 다 날려 먹은 후 짧게 씁니다. ㅋㅋ


1. 인터랙티브 무비라는 형식 자체는 전혀 신선한 게 아니죠. 게다가 우연히도(?) 요 몇 년간 '허 스토리', '더 벙커', '레이트 시프트' 같은 물건들이 나와서 꽤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밴더 스내치'에게는 분명한 존재 의의가 있다고 봐요. 어차피 이거나 저거나 실상은 같은 물건일지라도 게임 플랫폼이 아니라 티비 플랫폼으로 튀어 나왔다는 거. 그래서 수십년전 이 장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자주 보이던 '우왕~ 미래가 되면 죄다 이런 드라마들 보고 살겠네~' 라는 사람들의 빗나간 기대를 일회성으로나마 현실화 했다는 거. 뭐 그런 느낌 때문에 좋게 봤습니다.


2. 위에서 언급했던 게임판의 인터랙티브 무비들은... 장르 특성상 큰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영세한 인디 제작사에서 만들어 팝니다. 그래서 배우, 각본, 음악, 연출, 화면 때깔 등 모든 면에서 가난한 티가 팍팍 나거나 아니면 필사적으로 가난한 티를 감추려고 애쓰는 느낌이 팍팍 나거나 둘 중 하나에요. 그런데 무려 넷플릭스에서, 그것도 블랙미러 같은 인기 시리즈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지니 이것이 참 고급지기 짝이 없네요. 아마 제 인생에서 본 인터랙티브 무비 중 때깔은 단연 최고일 듯. ㅋㅋㅋ

 뭣보다도 각본이 맘에 들었어요. 많이들 지적하듯이 딱히 창의적이거나 심오하고 대단한 이야기는 아닌데, 최소한 선택과 반전을 위해 억지로 끌려가는 느낌은 별로 안 들었거든요. 아이디어빨과는 다른 차원의 작가 내공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3. 마지막으로 게임을 소재로 한 이야기 치고는 참 보기 드물게 게임을 잘 이해하고 쓴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어서 맘에 들었습니다.

꼭 주인공들이 게임 속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야기 속에 게임이 들어가면 참 이상할 정도로 허황되거나 붕 뜬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런 느낌이 없었네요.

특히 주인공이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척 하지만 사실은 일자진행이지롱~' 이라는 의도로 게임을 만들었을 때 가장 평가가 좋다든가 하는 부분에서 게이머로서 폭소를. 그게 게임 별로 안 하는 분들 입장에선 걍 '인생의 아이러니' 같은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 쉽겠지만 게이머들 커뮤니티에선 자유도를 강조하는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늘 반복되는 푸념이거든요. ㅋㅋㅋ



4. 암튼 뭐, 매번 이런 드라마, 영화를 보고 싶지는 않지만 1년에 한 두 편 정도 이런 경험을 해 보는 건 신선하고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대단하고 위대할 건 없어도 재치있고깔끔하게 만들어진 볼만한 이야기였습니다. 소감 끝.




...늘 그렇듯 사족 하나.


보는 내내... 라기 보단 중반 이후로 계속 전설의 게임 '스탠리 패러블' 생각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해 보고 싶어졌는데 게임이야 스팀 라이브러리 속에 그대로 있겠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글 패치가 사라져 버렸다니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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