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괴이한 꿈

2019.03.25 09:04

흙파먹어요 조회 수:694

주말 내내 이러다 유언장도 못 쓰고 죽나? 싶게 아팠어요. 까무러쳤다가 눈 떠보니 화장실에서 자고 있더라능(왜 일까?)
다.. 다행히 하드에 야동 따위는 없다.

여하간, 기절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다 꿈에 귀신도 보고 막 그랬는데, 글쎄 귀신이 초절정섹시꽃미녀.
이야, 살다보니 이런 복된 날도 있구나. 귀신 처자, 침대 맡에 앉아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누나랑 좋은 데 갈까?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닁큼 대답을 했죠. 네! 얼른가요.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내일은 없다!

하여간 사내 새끼들이란 게 숟가락 들 힘만 있으면 그 생각을 한다고,
두근두근 침을 꼴깍 하고 있으려니 이 처자가 당황한 게 보입니다. 큐시트를 잃어버린 생방송 진행자처럼.
라디오에서 사고가 나면 맥락 없이 명랑한 클래식이 나오죠? 귀신 처자는 언제 왔었냐는듯 급 퇴장을 하고
그렇게 눈 앞이 부얘지다가 어물쩍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 결말이 허무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습니다.
그녀도, 그녀의 웃음도, 저돌적인 섹시코만도 눈빛도 모두 제 대뇌가 만들어 낸 환영에 불과하니까요.
그걸 너무 잘 알아. 게다가, 그 다음 씬을 어떻게 짜야 될지를 몰랐던 거야. 그게 더 슬퍼.
엉망진창이야 정말. 확 죄다 멸망해버려라

해철 옹께서 남긴 이야기 중에 죽음과 생의 욕망에 대한 꼭지가 있습니다.
쫌 놀아봤다고 자처했으나 넘쳐 흐르는 감수성에 빠져 괴로워했던 음악가.
무대 위에 선 락스타 전에 오선지 앞에 두고 잠 못 이루던 작곡가,
작곡가 전에 그렇게 갖고 싶었던 빨간기타를 등에 매고 눈물 지었던 소년.

해철 옹은 젊어서 종종 찾아오는 심각한 자살 충동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형수님을 만나 그 어두운 충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따님을 품에 안고서야 비로소 완전히 구원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려서 음악가도 아닌 주제에 저도 종종 죽음을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요.
지금 와 생각해보니 한번도 진심으로 죽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실은 그저 '나 외롭다'고 말 하고 싶었는데, 나 자신에게조차 그걸 말 하지 못 할 정도로 비겁했던 거.

살겠다고 떡진 머리를 벅벅 감고, 씨리얼에 우유 부어서 먹고 나왔더니
그래도 어떻게 또 괜찮은 척 인간의 몰골을 하고 앉아 있네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입니다.
외로운 분들 모두 혈중 맥심모카골드 농도를 0.03%로 올리고
또 한 주 잘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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