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6개 에피소드 구성이고 각각의 길이는 30분 남짓. 서로 연결되는 부분이 아예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들이라 친절하게 '원하는 것부터 맘대로 보시라'고 적혀 있습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9943974B5E764CB31F

(그냥 포스터 짤이나 하나)



 - 일단 에피소드별로 대충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희생하리라


 어떤 기자가 최근 급부상한 갑부를 인터뷰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몇 년 전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돈을 팍팍 퍼담고 있다는데 애초에 무슨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는지가 미스테리래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시점은 몇 년 전으로 점프. 도시에서 잘 살다가 폭망해서 시골로 이사 온 한 가족을 보여줍니다. 아빠, 엄마, 딸로 구성된 3인 + 개 한 마리 가족인데, 보아하니 엄마가 경제적 파탄의 원인인 듯 합니다. 그리고 참으로 수상쩍고 괴상할 정도로 친절한, 그리고 모두가 애완 동물을 한 마리씩 반드시 끌고 다니는 동네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이들의 이사와 집 수리를 도와주고, 엄마는 우연히 이 동네 사람들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 옛날 옛적 환상특급에 실렸을 법한,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초반에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나름 그럴싸하게 불쾌한데, 이야기가 그 쪽으로 안 가 버리더라구요. 대충 무슨 이야기구나... 라고 감 잡는 순간 결말까지 다 보이는 전형적인 이야기였고, 그 뻔함 보충할 만한 장점은 없었던 듯.



 2. 광기의 삼형제


 어찌보면 좀 장기하스럽게 생긴 젊은이가 3년간의 정신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옵니다. 다 나았으니 퇴원도 한 것일 텐데 여전히 갑작스런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위험하대요. 엄마에게서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듣고 조용히 집에 있던 젊은이에게 사악하고 결단력 있는 첫째 형, 그리고 본능대로 막나가는 짐승 같은 둘째 형이 나타나 예전에 함께 놀던 오두막에 가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하고, 가던 길에 어여쁜 여성 한 명까지 태워서 오두막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 역시 특별히 신선할 건 없는 이야기입니다. 막판에 반전이 있지만 그것도 대략 짐작이 가능하구요. 하지만 형제들이 자아내는 폭력적이고 불쾌한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많이 실망스러웠던 1번 에피소드에 비해 뭐 그냥저냥 봤습니다.



 3. 나쁜 작가


 부모님이 갑부라 평생 편하게만 살아온 젊은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멀쩡한 남자 친구도 있고 함께 사는 친구들도 모두 이 분을 아껴주죠. 한 마디로 비현실적일 정도로 삶에 그늘이라곤 없는 캐릭터인데... 취미 삼아 다니는 소설 창작 교실에서 수상쩍은 남자를 만난 후 갑작스레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아주 극단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 결국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좀 스티븐 킹 작품들스런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이야기는 아주 단순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넣으려다 보니 이야기가 제대로 뻗어나가지 않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뭐 어차피 30분짜리 단편이니까요. 지루하지는 않았고 그 정도면 대략 제 기대치 범위 안이었던 것 같네요.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류의 소재라서 좀 더 후하게 본 것 같기도 하구요.



 4. 실험실의 쥐들


 막 혁신적 신약 개발에 성공한 제약회사. 회장과 아내, 비서와 기술 직원 몇 명이 함께 축하 회식을 하는 와중에... 신약의 시제품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범인은 분명히 그 중 한 명인 상황이고 빡친 회장은 경호원을 시켜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속옷만 입힌 채로 우리에 가두고 살고 싶으면 범인은 자수하라며 협박을 해댑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당연히 서로를 의심하고 싸우고 서로 바닥을 보이며 난리가 나겠죠.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가운데 회장은 정말로 이들을 다 죽여버릴 기세로...


 - 초자연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추악한 인간 본성'류의 이야기... 이긴 한데 뭐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극단적으로 가진 않더군요. 보면서 내내 '저 회장과 회사원 놈들은 대체 뒷일을 어쩌려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작가들도 현실성은 그냥 포기하고 간 듯 하구요. 짧은 런닝 타임 안에 드라마를 우겨넣기가 힘들었는지 계속 좀 튀는 전개가 신경이 쓰이긴 하는데... 뭐 아주 나쁘진 않았습니다만 결말에선 결국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ㅋㅋ 뭔가 설정들은 그럴싸하게 짜놓은 것 같은데 짧은 런닝 타임 안에서 제대로 소화해내질 못했다는 느낌.



 5. 올드 스쿨


 제목 그대로 '오래된 학교'가 배경입니다. 뭔 일이 있었는지 수십년 동안 폐교 상태였는데 지역 사회의 필요로 인해 다시 열었다고. 그리고 도시에서 일하던 젊은 여교사가 이곳에 도착해 만족스런 생활을 좀 해보려는데 자꾸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그러다 폐교 직전에 이 학교를 다니던 한 가족의 남매들이 집단으로 실종된 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주인공된 도리로 그 사건을 캐고 실종된 남매들을 도와 보려는 우리의 주인공은...


 - 역시 급전개의 느낌은 어쩔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에선 제일 멀쩡했던 편에 속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호러 효과도 걍 평범한 수준은 됐구요. 결말은 역시 뻔하지만 뭐 모범답안 같은 느낌이라 딱히 까고 싶진 않을 정도는 되었네요. 사실 이 시리즈도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그리 좋진 않습니다. ㅋㅋ 그 안에서 괜찮은 편이었어요.



 6. 방 안의 코끼리


 어떤 남자가 아내에게 투덜거리며 회사에서 여는 분장 파티에 갈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이 분의 의상이 코끼리에요. 근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주인공이 바뀌죠. 이 회사에 온지 얼마 안 된 남, 여 신입 둘이서 파티에서 인사를 나누고 우연히 둘 다 쥐 분장을 한 인연으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눠요. 그런데 아무래도 파티 분위기가 영 이상합니다. 몇 달 전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한 여직원 얘길 자꾸 하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색어색하고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둘은 얼떨결에 탐정 놀이를 시작하고, 사건의 진상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는데...


 - 거의 막판까지 호러의 느낌이 전혀 없어요. 막판에 반전이 하나 터진 후 짧고 굵게 호러 분위기로 몰아친 후 끝나는 이야기인데. 흠. 일단 제작진이 지나치게 정직하게 찍어 놓아서 반전을 못 알아채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애초에 이야기상으로도 뻔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막판의 짧은 호러 분량은 나쁘지 않아서 다 본 후의 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 종합해서 말하자면,

 제가 원래 넷플릭스에서 호러 앤솔로지들이 눈에 띄기만 하면 다 봐 버리는 사람이라... 그리고 넷플릭스의 호러 앤솔로지들 중에 워낙 제대로 된 물건이 드문지라 '뭐 이 정도면 그냥저냥'이라는 맘으로 봤습니다. 뭣보다 짧으니까요. 끝까지 다 봐도 세시간이면 뚝딱입니다.

 뭔가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특징 같은 게 느껴졌는데... 어설픈 것치곤 괜찮다. 바꿔 말하면 더 괜찮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모자란 상태로 끝났네. 뭐 이런 느낌? 30분 남짓 밖에 안 되는 분량들인데 그 짧은 분량 안에 이야기 전개하느라 애를 먹거나 뭔가 과감하게 포기해 버린 것 같단 느낌도 많이 들었구요.

 기대치를 확 낮추고 걍 한 번 가볍게 보고 잊어버릴 킬링 타임용으로는, 호러 장르를 좋아하면서 그래서 많이 관대하신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께서 굳이 도전해보실 필요까진 없는 물건 같아요.




 + 제목에 '스칸디나비아' 언급을 했는데, 아마 노르웨이제일 겁니다. 언어&자막 선택 메뉴로 들어가면 노르웨이어가 원어라고 나와요. 근데 어차피 시리즈 중에 나라 이름이나 특정 지명은 언급이 안 되는 데다가 넷플릭스 상세정보란에 그냥 '스칸디나비아'라고 적혀 있어서 저도 그렇게 적었습니다. 아님 말고죠 뭐. ㅋㅋㅋ

 ...까지 적고 구글 검색을 다시 해보니 노르웨이제가 맞네요. 근데 넷플릭스 정보는 왜때문에...


 ++ 제목의 버스 운운은 매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 나오는 인트로 때문입니다. 어두컴컴한 밤에 불 꺼놓고 달리는 버스 풍경을 보여주는데 승객들이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에요. 당연히 피를 흘리거나 시체 같은 표정을 하고 분위기를 잔뜩 잡고 있습니다. 무섭다기보단 그냥 좀 귀여워요. 뭔가 초등학생들이 보는 '아주아주 무서운 이야기'의 한 장면 같은 느낌? ㅋㅋ 거기에서 또 무슨 액자식 이야기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아무 것도 없더군요. 원제는 영어로 Bloodride라고 하구요.


 +++ 본문에도 살짝 언급하긴 했는데, 사실 호러 앤솔로지 작품들 중에 부담 없이 추천할만큼 작품 퀄리티 고른 게 흔하지 않은 편이고, 넷플릭스에 올라 있는 호러 앤솔로지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거의 '참담하다' 수준의 것들이 많은데... 그걸 감안하면 이건 꽤 준수한 편이긴 합니다. 기대치를 '그냥 잘만든 호러 영화' 수준으로 너무 높이지만 않으면 돼요. 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6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3
123721 갑툭튀 의미불명 도서 소개 [1] DAIN 2023.07.12 294
123720 평범하신 여성분들 [17] 하소연 2023.07.12 877
123719 <페라리>/<아미타빌 호러 2> [5] daviddain 2023.07.12 191
123718 티모시 샬라메 웡카 1차 예고편 [1] 상수 2023.07.12 295
123717 톰 크루즈 기획전 영화들을 극장에서 보고(레인맨, 매그놀리아:유혹과 파멸) 상수 2023.07.12 200
123716 뺨때리기 대회가 있군요 한국 대회도 있어요 [2] 가끔영화 2023.07.12 221
123715 [애플티비+] 엘리자베스 모스의 다크 환타지 스릴러 '샤이닝 걸스'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7.11 413
123714 영화 속에서 기성곡을 반주 없이 두 소절 정도 부르면 저작권상으로 괜찮을까요? [7] 하마사탕 2023.07.11 322
123713 싸움 (2007) [4] catgotmy 2023.07.11 176
123712 프레임드 #487 [4] Lunagazer 2023.07.11 87
123711 '암컷들' 읽고. [8] thoma 2023.07.11 522
123710 스파이더 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 스페인 어가 쓰였다는데 [5] daviddain 2023.07.11 367
123709 찐따 테스트 [4] 상수 2023.07.11 336
123708 [회사바낭] ㅋㅋㅋㅋ 얼척없네... [13] 가라 2023.07.11 648
123707 했어야 했어서 [6] 노엘라 2023.07.11 334
123706 [티빙바낭] '풋루즈'말고 '자유의 댄스' 잡담입니다 [20] 로이배티 2023.07.10 521
123705 에피소드 #45 [4] Lunagazer 2023.07.10 91
123704 프레임드 #486 [2] Lunagazer 2023.07.10 95
123703 듀나원기옥 - 뉴진스 새 음반 보고 옛 파워퍼프걸 노래 찾기 [5] 상수 2023.07.10 308
123702 시대별 가수 [7] catgotmy 2023.07.10 3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