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기

2020.05.10 22:20

메피스토 조회 수:936

* 이전 직장사람들(재직자, 퇴사예정인 사람들, 퇴사자들)과 만나 관리자들 험담을 했습니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호감가고 말이 잘 통해서 대화가 끊기지 않는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하는 것만큼이나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사실 회사에서도, 밖에서도,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 우리 이야기의 결론은 늘 같았습니다. 

우리 관리자들은 무식하고 천박하며 머리가 돌았다. 다만 전반적인 '일'을 알고있으며, 완장을 차고 있다는게 전부일 뿐.  

자기들 딴에는 직원들을 굉장히 챙겨주고 아껴준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냥 되도않는 자위나 변명일 뿐이라고.


메피스토를 비롯한 몇몇 베테랑 직원들이 줄줄줄 빠져나갔지만 인원은 충원되지 않았으며, 맡고 있던 일들은 다른 직원들이 떠안고 있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간 사람들의 업무까지 모조리 안고 있다해도 조직은 여전히 돌아갑니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나고 망쳐질수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수도 있지만, 어쨌든 돌아가지요. 


 열과 성을 다해 회사의 발전에 이바지해야하며 우리 일의 중요성때문에 일상생활의 희생을 강요받았지만,

사실 우린 회사의 발전에 이바지할만큼 중요한 일을 하던건 아니라는거죠. 우리가 없어도 일은 돌아갑니다.

일을 하고 있을때도 알고있던 것이었지만, 퇴사후엔 더더욱 잘 느껴지는군요.


허나 그와는 별개로 그것이 서운하고 허탈한가? 그건 아닙니다. 일과 자존감을 엮어서 생각하기엔 우린 너무 시달리고있었으니까요.



* 일이라는건 기술의 영역이고 그건 무식함, 천박함, 성격의 파탄과는 그렇게 큰 관련이 없더군요.


누군가가 조직에서 어느위치까지 올라갔다고 그럴싸한 플러스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며, 그게 아니라해서 마이너스 에너지의 보유자인 것도 아닙니다.

이유는 있지만, 그 이유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도, 중요한 것도 아니더군요. 무식함과 천박함, 그릇된 판단의 보유자라도 타이밍에이나 단기적 성과에 따라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다시한번 떠올리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조직은 충분히 돌아갑니다. 


* 아. 정말. 잘나왔다. 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퇴사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크게 우려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나 망가져있었고, 대부분 스트레스가 주요원인인 질병들이더군요. 


1달이 좀 넘었지만 어쨌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혹은 '내키는데로 하는'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구직도 여의치않은 시기에 밥벌이가 걱정이지 않느냐는 우려가 많고, 조만간 뼈저린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일들이지요.


그러나 당장 남아있는 사람들의 일들;모든 면모에서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은 일상을 들어보니 빠져나온게 천만 다행이란 생각만 들더군요. 

비유-은유가 아니라 정말로, 생업에 무게라는 이유만으로 더 머물렀다간 스트레스로 더 큰;어쩌면 감당하기 어려운 병에 걸린뒤 이용가치 떨어졌다고 토사구팽당하듯 쫓겨났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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