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5 11:49
‘베를린 천사의 시’가 처음 국내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본 사람들은 속편이 나올 거라는 마지막 자막의 예고에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그러나 영화 잡지를 통해서 들리는 속편의 평은 그냥 그랬고, 2시간 반에 달하는 길이 때문인지 국내 개봉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 중인 빔 벤더스 영화제에서 ‘베를린 천사의 시’와 속편인 ‘멀고도 가까운(Faraway, So Close!)’을 나란히 감상했습니다. '베를린 천사의 시'는 DVD와 OST를 가지고 있어서 장면이던 음악이던 속속들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극장에서 경험하니 느낌이 틀리기는 하네요. “아이가 아이었을 때”로 시작하는 한트케의 시를 비롯한 자막도 기존 상영본보다는 더 딱딱한 문어체였고요.
그리고 문제의 속편은, 본편보다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인간을 바라보는 천사의 존재와 베를린이라는 도시 이야기를 다미엘의 사랑 이야기와 섞어서 하나의 줄거리로 잘 엮은 본편에 비해서 속편은 얼떨결에 인간이 된 카시엘이 범죄세계에 얽히는 이야기와 다시 등장하는 다미엘 가족 이야기, 동서독의 역사를 상징하는 남매 이야기 등이 좀 따로따로 돌아다니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독일 역사나 언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들어가는 장면도 있고요.
예들 들어 카시엘이 누굴 미행해서 베를린 미술관에 갔을 때 어떤 그림을 보고 쓰러지면서 나치 장교들이 비웃는 환영을 보는 장면이요. 이 그림은 악명높은 퇴폐미술전에 출품된 막스 베크만의 ‘죽음(1938)’이라서 카시엘의 미래를 예고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베크만이나 퇴폐미술전에 대한 한글자막 설명이 전혀 없어서(독어로는 뭐라고 전시장 벽에 써 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독어는 까막눈;;;;) 대부분의 사람에겐 무지 뜬금없는 장면이겠죠.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미국 출연진으로 피터 포크의 비중은 줄었지만 대신 등장한 윌리엄 데포의 악역도 그럴듯하고요. 이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투명 커버 아래로 움직이는 톱니바퀴가 보이는 보석박힌 회중시계는 정말 예뻤습니다. 명품 브랜드 광고에 나오는 듯한 물건이던데, 광고를 보면서는 누가 이런 시계를 가지고 다닐까 싶었지만, 시간을 다스리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상징하는 소품으로는 그만이더라고요.
아 그리고 백인 남자 천사들이 주로 나오는 본편과 달리 속편에는 나스타샤 킨스키가 여자 천사로 나오고, 천사들의 본거지인 도서관/브란덴부르크문에서는 유색인 천사들도 잠시 얼굴을 비춥니다. 본편과 속편 사이에 5년의 차이밖에 없지만 그새 베를린 장벽도 무너지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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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아주 좋아합니다. ㅋㅋ
영화는 볼 당시엔 허세가 들어서 아주 별로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렇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욕하는 걸 그만두었고. 한참 후에 어쩌다 다시 보니 훨씬 관대하게(?) 보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가끔 다시 보고 싶어지는 추억의 영화로 기억 속에 저장 중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