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제목이 하도 길어서 글 제목에 사족을 붙일 수가 없었네요. ㅋㅋㅋ 딱히 구체적인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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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걸 다시 보니 실제로 클로즈업이 참 많은 영화라는 걸 남몰래 예고하는 듯한 느낌이네요. ㅋㅋ)



 - 우리의 '어텀'양은 펜실베니아에 사는 평범한 고딩입니다. 찌질이 루저에다가 변태 기질까지 있는 아빠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런 아빠 옆에서 그냥 숨죽이고 사는 엄마, 그리고 별 존재감 없는 동생과 함께 좀 갑갑하게 살고 있죠. 다행히도 사촌이자 인생 베프인 스카일라가 있어서 아직 세상은 그냥저냥 살만한 곳이구요. 그런데... 몸이 좀 이상해서 동네 클리닉을 찾아보니, 아이고 임신입니다.

 어텀은 이 아기를 키울 생각이 단 1mg도 없습니다. 임신 사실을 아는 순간 이미 어떻게 해야할지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고민도 안 해요. 정말 '아예' 안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행 방법. 가족 꼬라지가 개판이라 부모에게 털어놓고 도움 받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 동네 청소년 임신 클리닉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펜실베니아 법률상 반드시 부모에게 알려야 합니다. 비용을 지원 받는 것도 법률상 불가능한 상황이구요. 그래서 이 분은 열심히 검색을 해서 혼자 힘으로 태아를 없애보려 노력도 하지만 잘 안 되구요. 그렇게 꿈도 희망도 없던 차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스카일라의 쩌는 행동력 덕에 어텀은 희망의 땅, 뉴욕을 발견하게 되는데...



 - 네. 보이는 그대로 현실 고발적 성격의 이야기입니다. 고발 다큐멘터리에 스토리를 얹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좀 있어요. 스토리상에 감독이 평소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있던 소재들이 착착착 배치되어 있고 우리의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그 소재를을 하나하나 온 몸으로 겪으며 뚫고 지나가 살아 남아야 하죠. 당연히 어둡고 막막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엄격하게 따지고 보자면 작위적인 느낌도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두 고딩의 짧은 여정동안 이들은 참말로 다양한 일을 겪는데, 그 일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게 되는 불합리함'으로 수렴이 되고 등장하는 남성들 중엔 멀쩡한 인간이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런 사건들이 상당히 솜씨 좋게 봉합이 되어서 이야기 자체는 자연스럽게 흘러가지만 그 '의도'가 좀 노골적으로 눈에 띄는 건 어쩔 수 없죠. (하필 뉴욕 클리닉에 도착하는 바로 그 순간 카톨릭 신자들의 가두 행진이!!! 같은 식입니다) 이런 소재와 주제의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미국판 02년생 김지영'이라고 비꼬고 싶어지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ㅋㅋㅋ


 

 - 그런데 그런 부분이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기도 하고, 주인공의 처지에 굉장히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아요.


 일단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주 좋습니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사실 저도 설명을 잘 못 하겠는데.

 영화는 이 주인공의 처지를 굳이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아요. 대표적으로 보통 이런 영화에서는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해야할 '애 아빠'의 존재가 이야기엔 아예 얼씬도 하지 않구요. 집안 사정도 정말 슬쩍 스쳐 지나갈 뿐이고. 임신 사실을 알게되기 전까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습니다. 도입부에서 갖가지 사건들로 작은 힌트들을 주긴 하지만 해석은 관객의 몫... 인 건데. 그 '굳이 설명 안 함'과 '힌트만 줌'의 조합이 상당히 적절해요. 얘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천사거나 성인과는 거리가 멀고. 하지만 크게 나쁜 애는 아닌 것도 분명해 보이고. 또 보면 평소에도 여러모로 억울한 일들을 많이 겪으면서 견뎌온 아이인 것 같고. 딱 그 정도의 정보만 갖고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상황이 참 딱하고 갑갑하거든요. 그러니 오히려 더 '현실의 여성 A'를 지켜 보는 기분으로 몰입하고 응원하게 되는... 뭐 그런 거랄까요. 아 모르겠습니다. 암튼 전 그랬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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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그냥 예뻐서 그랬을지도 모릅니...)


 또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가 클로즈업을 굉장히 자주 쓴다는 건데요. 뭐 다들 아시다시피 인물 얼굴의 클로즈업 하면 감정 이입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납득이 갈만한 답답함과 불안, 두려움에 처한 주인공의 얼굴을 집요하게 클로즈업 하고, 또 그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예쁜데다가 풍부한 표정으로 연기를 잘 해 내고. 그러면서 주인공이 겪는 고난들은 아주 현실적인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고조가 됩니다. 그래서 조금 떨어져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뭐 어떻게든 해결 되겠지' 싶은 일들 조차 굉장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깝깝한 기분으로 지켜보며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더군요. 아무 범죄 행위도 등장하지 않는데도 스릴러를 보는 기분으로 지켜보며 사람 진 빠지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ㅋㅋ 특히 후반에 그 남자애랑 얽히는 장면은... 으으으으;



 - 좀 특이하다고 느꼈던 점이라면. 단순하게 '세상이 다 이 모양이야!' 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두 지역을 제시하며 비교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거였네요.

 한 마디로 '뉴욕 >>>>>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 펜실베니아' 라는 건데요. 그 과정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두 지역의 차이를 보여주니 뭔가 잠시 마이클 무어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 특히 펜실베니아의 클리닉 사람과 뉴욕의 클리닉 사람이 보이는 차이가 아주 극명하죠. 20세기 vs 21세기라는 느낌.

 뭐 그렇다고 해서 뉴욕은 천국!!! 이라는 식도 아니긴 합니다만. 거기도 남자들은 똑같 어쨌든 주마다 법이 다른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했네요.



 - 그렇게 갑갑하지만 또 절망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나름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어 뉴욕이라든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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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죠. 사람들 간의, 특히 여성들간의 지지와 연대.

 이 역시 좀 뻔한 메시지이긴 합니다만. 매력적이고 감정 이입하기 좋은 우리 주인공님들 덕분에 상당히 와닿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위 짤의 저 장면 같은 거, 이야기 톤에 비해 너무 드라마틱한 장면 아닌가... 싶으면서도 참 애틋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방금 위의 문장을 적으면서 '훈훈하다'는 표현을 적었다가 지웠는데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게 감동적인 장면이긴 해도 사실 그렇게 아름다운 상황은 아니어서... ㅋㅋㅋㅋ



 - 암튼 뭐 이쯤에서 마무리를.

 여러모로 굉장히 '교육적'인 영화입니다. 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와 이야기의 만듦새 양면에서 정말 좋은 의미로 '교육적'인 영화였네요.

 그리고 그런 메시지들을 차치하고 이야기만 놓고 보더라고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가슴 졸이게 만드는 상황들을 좋은 연출로 엮어낸 이야기에요.

 '재밌다'는 표현은 좀 어울리지 않겠지만, 지루하거나 시시하단 느낌 없이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이런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보시고. 관심 없는 분... 이라고 해도 딱히 거부감이 없다면 보셔도 좋을 영화 같았어요.

 요즘 학교에 페미니즘 동아리들도 많은데. 토론 교재(...) 같은 걸로 쓰기에도 좋을 것 같더라구요.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입니다.




 + 솔직히 말해서 주인공의 동반자, 사촌이자 베프인 스카일라... 이 캐릭터는 너무 사기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세상에 아무리 절친이라고 해도 어쩜 저렇게 헌신적이고. 또 어쩜 저렇게 야무지고 강한가요. 사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잘 풀리는 부분은 90% 이상이 이 사촌 덕인데요. ㅋㅋㅋ  하지만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정말 깝깝해서 보기 불편한 영화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의 또 한 가지 문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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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인 이야기톤과 어울리지 않게, 좀 과도하게 예쁩니다. ㅋㅋ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이 분은 정말 성격과 능력부터 외모까지 다 비현실적이네요.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쭉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보다보니 아, 예쁜 배우를 썼어야 하는 캐릭터였구나... 하는 전개가 나오더군요. 그래서 납득하는 걸로.



 ++ '낙태'와 '임신 중단' 이라는 표현이 모두 등장합니다. 그리고 잘 보면 두 표현을 모두 딱 상황에 맞게 쓰고 있죠. 참 세세하게 신경쓰며 각본을 썼구나... 라고 생각했네요. 물론 자막 번역하신 분도 그걸 뭉개버리지 않고 딱딱 구분해서 번역해 주셨으니 할 일 제대로 하신 걸로.



 +++ 주인공 어텀 역을 맡은 시드니 플래니건이 노래를 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검색해보니 원래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던 분인가 보더라구요. 노래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긴 했습니다. 그리고 스카일라역의 탈리아 라이더는 어려서부터 뮤지컬 쪽 일을 해왔나봐요. 차기작은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인데... 역할은 그냥 단역이라고. ㅋㅋ 둘 다 영화는 이게 데뷔작이라는데 연기 참 좋네요. 



 ++++ 뉴욕 장면들 중에 둘이서 가게 구경을 다니는 부분이 있는데. 잠시 서 있던 가게 진열장 한 가운데에 트럼프 캐릭터 인형이 보입니다. 우연이겠죠? ㅋㅋㅋ



 +++++ 내가 요즘 참 두뇌 사용에 문제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이 영화 제목에 대해서였습니다. 제목을 읽고도 의미가 뭔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아니 저렇게 뻔한 제목을 왜 못알아들었냐... 고 하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네. 전 평소에 늘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ㅠㅜ

 제목의 구체적인 의미는 후반에 밝혀집니다. 저게 실제로 등장하는 장면인데, 참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부분이었네요. 롱테이크로 잡아낸 그 분위기와 주인공 배우의 연기 모두 인상적이었구요. 저 질문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많았던, 좋은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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