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몽어스 일기

2020.12.31 12:39

Sonny 조회 수:529

- 어제 시간이 좀 남아서 평소 어몽어스를 같이하는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쌩판 모르는 온라인 방에 참여해서 어몽어스를 해보았습니다. 그 전에 계속 연습모드로 임포스터를 연습하면서 이렇게 사람을 죽이고 이렇게 사보타지를 걸면 되겠구나 하는 전술적 두뇌훈련을 했네요. 제가 워낙 초보이기도 한데다가 임포스터가 걸리면 너무 가슴이 뛰고 누구한테 걸리면 어쩌지 싶으면서도 일단 빨리 죽이고 싶어서 흥분하다가 자꾸 대놓고 사람을 죽였다 걸리는 경크를 터트리는 바람에... 아주 실력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두근두근하는 마음은 좀 많이 진정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전에는 임포스터가 걸리면 마음 속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 깨물고 싶어 안달난 상태였는데 이제는 침을 삼키면서 평온을 유지하는 정도까지는 된 것 같아요. 낯선 사람들 속에서 죽이고 의심받고 몰래 돌아다니다보니까 이제 크루원들을 죽이는 것도 어느 정도 손에 익었네요. 만약 제가 임포스터로 승리한다면 세레모니로 바비 대런의 mack the knife를 틀어놓을 것입니다...ㅋ


- 온라인 공방에서 하다가 여러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게임은 정말이지 철저하게 지인용으로 계획된 게임입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는데 워낙에 많은 참여자를 필요로 하고 또 그 참여자들이 쉽게 모이니까 변수도 금새 발생합니다. 가장 먼저는 크루원 열명 임포스터 두명이서 하는 게임인데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한 두명 정도가 나가버립니다. (아마 임포가 하고 싶었을텐데 크루원이 걸려서 그런 거겠죠) 그러면 추리가 가능한 두번의 기회를 날려버린 채 크루원들인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겁니다.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해서 그냥 여덟명이서 그렇게 게임을 했다고 치고 넘어가야 할 정도입니다. 게임을 하다가 도중에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고 투표에 참여를 안하고 멍때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최소한의 열정과 진지함을 갖춘 플레이어가 다 모이는 일은 없습니다!


- 원래 하던 사람들끼리 할 때는 일단 소리벗고 팬티질러~ 식으로 선동을 하는 걸 좀 즐겼는데,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다보니까 그런 플레이를 좀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약간 저연령층이 좀 성급하게 게임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리포트가 시작되고 누가 임포스터인지를 가려내는 회의 현장에서, 일단 대화는 99% "ㅇㄷ"로 시작합니다. 어디서 죽었는지를 물어봤으면 각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가장 유력한 누군가를 지목하거나 절대 동선상 살인이 불가능한 누군가를 추려내야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ㅇㄷ에서 추리가 진전되지 않습니다. ㅇㄷ? 라고 물어보고 예를 들어 전기실 이라고 발견자가 말을 하면 갑자기 논의가 덜 튀긴 팝콘처럼 뻥 튑니다. "빨강 뭐하고 있었음? 미션 하나도 안하고 ㅈㄴ 수상함..." 그럼 갑자기 루머가 퍼집니다. "빨강 경크임?" 이 때부터 논의는 걷잡을 수 없이 선동으로 흘러가고 빨강은 해명을 하거나 영 마뜩치않은 자기변호를 하거나 또 다른 선동을 합니다. "파랑 나 왜 찍음? 딱 보니 임포네 파랑 ㄱㄱ" 무의미한 선동과 모략만이 난무하다가 논의는 얻는 게 없이 끝나고 그냥 스킵으로 가는 거죠. 임포는 조용히 웃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든 논의가 무슨 "ㅇㄷ"와 "나 확시임"으로 흘러갑니다.... 추리를 안하고 자기 무죄만 밝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ㅋㅋ


- 그러니까 이 게임은 추리가 손쉬워지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걸 어렵게 해야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일단 이 게임은 누가 시민인지 알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왼쪽 상단에는 업무를 하면 한만큼 차오르는 에너지 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을 하면, 누가 임포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냥 열명이 다 모여다니면서 한명이 미션을 했을 때 에너지바가 차오르는지 보면 되는 겁니다. 그냥 이 자체로 확시 미션이 모두에게 있는 셈이죠. 그리고 또 다른 확시미션들, 의무실의 스캔이라거나 낙엽 버리기 미션이라거나 무기실 운석 파괴 미션 같은 건 비쥬얼 효과를 다 없애버려야합니다. "저 확시에요"라고 턴을 넘겨서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게끔 해야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제안을 해서 태스크 바 안보이고 비쥬얼 태스크도 없애버리니까 사람들이 추리를 더 신중하게 하긴 하더군요. "나 확시임" 하고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사람들이 추리를 더 열심히 했습니다. 동선도 더 치밀하게 짜맞춰보구요. 모두가 수상하게, 임포는 자연스럽게. 저는 어몽어스가 태스크 바를 안보이게 하고 확시 미션을 다 없애버려야 그 때부터 최소한의 추리게임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속도를 올려놓으니까 동선이고 알리바이고 뭐고 전혀 성립하지 않는 ㅋㅋㅋㅋ 임포는 뛰어다니면서 그냥 깨물고 다닙니다 ㅋㅋ 속도도 반드시 1, 1.25 정도로 해놔야겠더군요. 임포 시야도 좀 넓어야 합니다.


- 이건 지인들끼리 게임할 때는 몰랐던 건데, 경크가 뜬다 해도 증인이 한명이면 우기기가 가능하더군요. 아는 사람들끼리 할 때는 에이~ 하면서 낙담하고 순순히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꽤나 진중하게 흘러갔던 판이 있었고 임포는 한명, 크루원 세명이서 서로 노려보면서 식당에서 긴급회의만 한 네판을 한 게임이 있었는데요. 확시 미션이 있는 노랑을 제하고 파랑인 저, 민트, 갈색이 용의선상에 올라와있었습니다. 끝내 한명씩 미션을 해서 태스크바를 올리기로 해보자고 (그 극단적인 상황!!) 논의를 하고 미션지로 가던 중 임포가 전기차단 사보타쥬를 걸고 시야가 좁아진 틈을 타 갈색을 깨먹어버렸습니다. 제가 이걸 바로 리포트하자 민트가 끝끝내 우기면서 파랑인 제가 죽이는 걸 봤다고 우기는 겁니다. 노랑은 거의 곡성의 곽도원이 외지인과 천우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던 급의 감정을 느끼다가.... 결국 민트를 찍었고 저희 크루원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다음 판에서 민트는 에이... 파랑 죽일걸... 하면서 입맛을 다시더군요. 웃겼는데 무서웠습니다.


- 그러니까 우기기를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돈을 건다거나, 게임 외적인 무언가를 담보로 걸면서 주장하는 행위도 좀 금지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당하는 크루원이야 갑갑하겠지만 임포 입장에서는 우기는만큼 재미있는 일도 또 없잖아요 ㅋㅋ


- 어몽어스는... 임포가 이기기 아주 어려운 게임입니다! 그래서 임포에게 최대한의 메리트를 몰아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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