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좋네요. 오늘 10시 반 영화로 보고 바로 카페에 노트북으로 접속해서 글 쓰는 중입니다.

 

별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나쁘지 않았어요.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적당히 기존 이미지 뒤엎어서 대충 얽은...각색을 위한 각색-_-; 정도로 생각했는데(아 쓰고 보니 되게 삐딱했네요, 별 감정은 없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캐릭터들이 재밌어요. 몽룡이도 춘향이도, 방자(라는 말보다 '이서방'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도 향단이도, 모두 자존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춘향과 방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향단이도 방자를 좋아하고, 몽룡도 나름 춘향에 대한 연정이 있지만 주된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계기는 모두 자존심의 문제인 듯했어요. 상대방이 고의로/혹은 뜻하지 않게 내 자존심을 건드려서 거기에 열받은 나머지 홧김에 확 저지른다거나...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내 지체 때문에 그런거지 결코 내가 모자라서 그런 건 아니라던가...등등.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자존심이 강한 인물은 이몽룡이구요. 넷 중에서 유일한 양반이니 더더욱 그랬겠지요.

 

사실은 야하다는 얘기 듣고 친구랑 맘이 확 동해서 어젯밤에 급결정; 한 거였는데

음...야하기는 한데...걍 그래요. 전 하도 야하다 그래서 <색, 계>쯤은 되는 줄 알았죠 -_- 살색 진한 러브씬은 총 네 번 나옵니다(자세하게 쓰려고 방금 친구랑 하나하나 세어 꼽아봤;) 그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_- 나오는 정사씬은 한 번이고...농도 짙은 키스와 애무씬은 두 번이고...뭐라 말하기 어려운 장면은 한 번...아니 내가 이걸 왜 이렇게 자세하게 쓰고 있나-_- 근데 뭐 딱히 기억에 남는 베드씬은 아니었어요. 그냥 야하기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방자지만, 기억에 남는 건 류승범이 연기한 이도령, 마영감 역에 오달수, 변학도입니다. 변학도는 처음 나왔을 때 되게 하찮게 나와서 설마 했는데 '그' 변학도일 줄은 몰랐어요; 여기저기서 호평이던데 그럴 만했다고 생각해요. 오달수야 뭐, 이 영화에서도 '오달수'구요. 조여정은 참 예뻐요. 예전부터 늘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한복이 잘 어울려서 그런지 더 예쁘던데요. 이마가 고와서 댕기머리 쪽진머리도 잘 어울리고, 키가 작고 어깨가 넓지 않아서 한복도 예쁘고, 눈도 반짝반짝...근데 같이 본 친구는 남자 입장에서 봤을 떈 그저 그랬다고. 물론 몸매는 다이너마이트긴 합니다만...선이 고와요.

극 초반에 오달수가 분한 마영감이 말하기를, '몽룡이는 내가 어릴 떄부터 봐 왔지만 걘 어떤 앤지 잘 모르겠어' 라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어리바리하고 풋내만 가득한 부잣집 도령 같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더라구요. 저는 예전부터 류승범을 볼 때마다 조금씩 무서웠거든요. 뭐랄까...성인 남자에게서 느끼는 두려움이라고 해야 하나...어릴 적 술 취한 아버지의 눈을 볼 때에 느껴지는 그런 무서움 같은 건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이 캐릭터로 잘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깔도 그럭저럭. <스캔들> 은 한국 사극영화의 미술에 꽤 많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화려하다 못해 요란할 정도예요. 음악은 크게 기억에 잘 안 남아요.

 

영화를 보는 눈이 깊지 않아 생각나는 요소 위주로 건성건성 인상만 썼습니다. 완전 추천은 아니더라도 누가 보러간다 했을 때 별로 말리지는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근데 서울은 영화비가 왜 이렇게 비싼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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