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전은 개봉하자마자 본 영화이고 그간 2차를 벼르고 있었는데,

그다지 흥행이 잘되는 것 같지는 않고 이제 거의 내리는 분위기라, 마지막 남은 주말인 것 같아서 후딱 가서 봤습니다.


사실 플롯을 다 아는 상태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아무래도 첫번째 관람보다 적어질 수 밖에 없긴 한데,

그럼에도 디테일까지 꼼꼼한 연출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더군요.


특히 토니 콜렛이 어머니 유령을 보는 장면부터 심장박동음을 흉내낸 듯한 효과음이 지속적으로 들리는데,

2차 관람을 하는 입장에서도 쫄밋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건... 감독이 마음대로 관객을 쥐었다 폈다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영화는.. 전신주에 새겨진 문양이 이야기해주듯 우연이나 사고가 아닌, 정해진 수순대로 정해진 결과를 향해 추락하게 되고,

이 비극은 중간에 인용된 그리스 비극처럼 애초에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은 것이라 더 참담하죠.


영화는 오컬트물의 종합셋트를 보는 것처럼 몇가지 유형의 클리셰를 따르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기막힌 변주를 보여주는데요,

할머니 유령이 나오는 장면부터는 유령의 집 이야기인듯 하다가, 기괴하고 수상쩍은 행동을 하는 꼬맹이(찰리)를 중점적으로 비출 때는 오멘이나 로즈마리의 아기처럼 이 불길한 아이 주위로 갖가지 비극이 펼쳐지는 이야기일 것처럼 보이죠.(창문에 까마귀가 와서 들이받고..) 그러다가 아이가 죽은 후부터 아이의 영혼과 대화하려는 내용이 나오면서 강령술과 관련된 이야기인가 싶다가 결국 사타니즘과 그 추종자들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따지고 보면 완전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는 몇가지 이야기들을 굉장히 영리하게 이어놓았고, 그 중심은 토니 콜렛이라는 훌륭한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죄책감, 원망, 절박함등이 탄탄하게 잡아주고 있습니다.


엔드 크레딧 올라갈 때 나오는 "Both sides now"는 조니 미첼 버전을 좋아하긴 하지만 영화에 쓰인 주디 콜린스 버전도 좋네요.

https://youtu.be/A7Xm30heHms



2.

스텐바이 웬디도 거의 내릴때쯤 되어서야 보게 되었는데, 솔직히 좀 실망하긴 했습니다.

이야기는 너무 동화같고 웬디는 진짜 자폐아라기 보다는 "다코다 패닝이 연기하는" 자폐아로 밖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배우들 보는 맛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유전]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토니 콜렛이 중요 배역이었고! (물론 스타워즈와 스타트랙을 헷갈리는, 덕후들 암걸리는 대사를 내뱉었지만ㅋ) 그 외에도 반가운 얼굴들(언니 역에는 무려 스타트랙 시리즈에 출연했던! 앨리스 이브, 형부 역에는 클로버 필드 이후에 뭐하고 있나 궁금했던 마이클 스탈 데이빗, 중간 스쳐가는 불량 언니 역에 해피 데쓰 데이의 제시카 로스 까지...)이 많았네요.


너무 착하고 예쁘기만 한 이야기라 아쉬웠고,

겁없이 낯선 사람 차를 탄다고 하거나(지갑만 뺏긴 게 다행이지!) 길바닥에서 자는 건 장르가 스릴러 였으면 끔찍한 일 당했지 싶은..

LA 가는 길에 유일하게 도와주던 할머니는 난데없이 졸음운전 피해자가 된 뒤 사라져버렸지만; 사실 스릴러 였으면 그런 할머니도 무섭죠...ㅎㅎ


하이라이트에서 경찰관이 클링온어로 회유하는 장면은... 스타트랙의 소프트한(?) 팬으로써는 에이 저건 너무 나간 거 아니야.. 싶었지만

스타트렉 컨벤션에서 만난 프랑스인/미국인이 사귄 후 몇달간 클링온어로 이야기했던 에피소드도 실제 있었다고 하니...ㅎㅎㅎ


시나리오를 우체통에 집어넣는 장면은 [세 얼간이]의 답안지 제출하는 장면을 인용한건지/따라한건지/우연히 비슷한 장면이 나온 건지 생각하다가 잠깐 집중 못했습니다ㅎ


결론: 댕댕이 피트 너무 귀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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