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UFO는 오고 있다

2019.03.27 21:20

흙파먹어요 조회 수:876

현대 과학은 여러 그럴싸한 법칙을 만들어 냈습니다. 반도체의 집적회로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너무 빨리 깨지는 바람에 무안해지긴 했지만, 여하간 회사의 명성에 힘 입어 한때 적어도 대한민국은 휘어잡았던 황의 법칙.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법칙이 있으니. 

영상장비의 보급률과 심령사진의 발생건수는 대충 제곱으로 반비례한다는 코다사의 법칙이 그것입니다.

코다사의 법칙은 스트라이크 존이 무지하게 넓어서 가져다 붙이면 대충 적용이 되는데,

간단히 들어봄직한 예로는 네스호의 괴물, 빅풋의 목격, 강원도의 호랑이, 그 외에도 바로 이것. UFO가 있습니다.

※ 코다사의 법칙이란 이름은 제가 방금 그냥 만들었습니다.


90년대. 혹은 그 이전.

학생과학을 구독 하는 것으로 장래 대한민국 이공계를 이끌어 나갈 재목이 될 거라 착각했던 소년 소녀들이 있었습니다.

모름지기 과학이란 그런 것이라, 이 약에다 저 약을 섞어서 펑! 하노라면 노벨상을 목에 걸고 애국가 제창을 할 줄 알았던 소년들

무인도란 부동산 사기 뉴스에나 등장하는 이름이거늘, 언제 무인도에 갇힐지 모른다며 바다에서 맹물 얻는 법을 익히던 소녀들

그러나 어른들은 언제나 가장 비열한 방법으로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조련하는 법.

후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학생과학의 메인을 장식했던 기사들은 80년대 일본을 휘어잡았던 오컬트를 다룬 잡지들의 짜깁기.

마치, 70년대 누나들이 줄쳐가며 애독하였던 여성지에 자주 등장한 

- 손목만 잡는다기에 청평호의 조각배를 따라 탔다가 그만 인생을 조졌어요 - 류의, 편집부 기자들이 대충 끄적인 사연들처럼 

모조리 전부 싸그리 날조된 가짜였던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소년들의 가슴을 유독 두근거리게 했던 주제 둘이 있었으니 

주카이가 어딘지는 모르겠으나, 자기장인지 지구방사선인지에 이끌려 사람들이 넋 놓고 들어가 줄줄이 목을 맨다는 비밀의 숲.

그리고, 저 머나먼 우주의 반대 편. 그 이름도 그럴싸한 플레이아데스 성단에서 왔다는 외계의 꽃미녀 셈야제 이야기였습니다.

셈야제를 만났다고 날구라.. 아니, 주장을 한 빌리 마이어의 말에 의하면 75년도 기준 우리 나이로 330세라던 셈야제.

그녀의(라고 쓰고 빌 마이어라 읽는) 주장들은 구글에 "셈야제" 만 입력해도 차고 넘치는데다 

어차피 하나부터 열까지 당연히 빌리 마이어라는 당대 최고의 관심종자의 날구라인지라 굳이 궁금해하실 필요도 없고,


우리는 이 관심종자의 날구라가 어떻게 전세계 오컬트 추종자들을 휘어잡을 수 있었는가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로스웰 외계인 사건, 어쩌면 그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UFO를 촬영한 사진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들렸거나, 흔들린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썼거나, 혹은 이도 저도 아닌 채 무작정 흐릿하거나.

처음에는 원반 비슷한 모형이 하늘에 떡 하니 박혀있는 풍경사진만으로도 오오.. 감탄을 금하지 못 했던 사람들도

저 코다사의 법칙에 의거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째서 UFO를 찍은 사진들은 다 이 모양이지?

이미 비행접시에 끌려 들어가 생체실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영국의 민족 정론지 더 썬과 수차례 인터뷰도 가진 터.

불확실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믿음을 낳아 구라파의 아이들은 마치 우리 아이들이 처녀귀신을 두려워하듯 비행접시와 외계인의 존재를 두려워 하게 됩니다.

바로 그때, 스위스 촌구석에서 무려 800여 장의 UFO 사진을 들고 나타난 영웅 유닛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빌리 마이어.

경천동지란 이럴 때 쓰는 말. 뿐인가? 살아있는 외계인을 촬영한 기념비적 사진이 나왔는데 그 모양이 꼴뚜기가 아니었습니다.

셈야제라는 이름의 외계인. 인간 꼴을 하고 나타니주신 것만도 왠지 성은이 망극할 지경인데, 게다가 예뻐... 


빌리 마이어가 촬영했다는 사진들은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선명함 그 자체로 일단 먹어줬습니다.

짝퉁과 진짜의 차이점이 뭐라고 했지요? 자신감이지요? 여기 찍힌 게 UFO라고 떡하니 내미는데 

그간 UFO 사냥꾼들이라 불리는 오컬트 추종자들이 내놓은 접시 비스므레한 물체와는 떼깔부터가 달랐습니다. 어머, 저 선명한 실루엣을 보라지?

게다가 자칭 UFO 전문가라는 인간들의 말에 의하면 UFO들이 착륙을 할 때 땅에 특이한 형태의 흔적이 남게 되는데,

마이어가 찍은 사진 속 UFO의 하부에는 그런 흔적을 남기기 위한 장치들이 붙어있다고 하여 화제가 됐습니다. 

그 왜, 종편에서 주식 사기로 잡혀 들어간 모 씨를 거부가 될 상이라고 구라를 풀었다가 딱하게 된 아저씨 계시지 않습니까? 그런 거지요.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고 장사를 키워야겠다고 작심한 마이어, 급기야 영상장비를 가져다 무려 동영상을 촬영하기에 이르는데요.

이미 스타워즈도 보았건만, 사람들은 저 시골 농부가 촬영한 영상에 조작이란 있을 수 없다며 무작정 믿어줍니다.

돌이켜 보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입니까?

유튜브에서 빌리 마이어(영어로 칠 필요도 없음)만 쳐도 그가 촬영했다는 UFO 영상을 찾을 수 있는데,

어쨌든 선명한 사진에 이어 꽤 그럴싸한 동영상을 들고 나와 연타석 홈런을 때린 마이어.

전 세계의, 특히나 이런 거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일개 시골 농부였던 그는 일약 월드 스타가 됩니다.


그러나, 사기꾼 기질은 있으되 사기꾼으로서 재능은 별로였는지, 무리한 장사 때문에 결국 위기를 맞이하는 마이어.

외계 꽃미녀 셈야제와의 썰을 여기저기에 푸는 것으로도 모자라 책으로도 묶어냈는데, 그만 적당히를 모르고 MSG를 과도하게 치는 바람에 

저 사기꾼 자식 가만두나 보라며 이를 박박 갈고 있던 쓸데 없이 친절한 진중권 류 이과생들에게 덜컥 빌미를 줍니다.

바로 금성인을 자신이 근접 촬영했다고 냅다 써 버린 거. 금성은 이산화탄소 대기가 90기압을 자랑하며, 황산 구름이 끼는 그냥 헬.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이 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정작 그의 밥줄을 함께 당겨줄 오컬트 추종자들 사이에선 불신의 싹이 자라는 계기가 되버립니다.

모든 우주의 생물들이 탄소 기반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금성은 좀 아니지. 우리가 그래도 학생과학 정도는 읽는 사람들이잖아?

거기에 모종의 이유로 자신과 일을 꾸몄던 핵심인사(?)들과의 갈등이 불거지며 폭로가 터져나옵니다.

그의 창고에서는 주방기구와 쓰레기통 뚜껑 등으로 만든, 그 셈야제가 타고 왔다는 비행선이 발견 되었고,

폭로에 가담한 그의 인척이 그보다 더 작은 모형들에 나일론 끈을 묶어 마이어의 사진과 동영상을 재현한 건데요.

그래도 이게 90년대의 일이니 한 이십 년 장사 잘 해잡수신 거지요.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뒤이어 계속 터져나오는 폭로들. 그가 비행접시를 얻어타고시간여행을 하여 촬영했다는 공룡은 그림책에서 재발견 되었고,

결정적 인물 셈야제는, 비록 본인은 몹시나 짜증이 났던지 언급되는 것 조차 싫어했다지만, 

미국의 무영 연예인이 토크쇼에 나온 티비 화면을 촬영한 후 인화하는 과정에서 살짝 MSG를 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진 편집술은 유서가 깊은 기술이라 유리건판으로 촬영했던 시절부터 있어왔던 것. 

한 번이라도 암실 들어가 본 사람들은 필름이라고 보정 안 한다는 말 절대 못 하죠.

그렇다면 그 이후로 빌리 마이어는 어떻게 됐을까요? 염치를 알고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 해 입산이라도 했을까요?

아니요.

그는 여전히 잘 살아 구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16년에 미국에서 시빌 워가 벌어질 거라고 예언했다는군요.

소수이지만 여전히 추종자들도 존재하는데요. 그들은 위의 폭로들이 CIA 혹은 그림자 정부의 짓이라 주장하며,

요즘 좀 심심했는지 무려 지구평평론자들과 음모론의 링에 올라 호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응?)


재밌는 점은 그가 풀었던 썰 중 추종자들을 혹하게 했던 지점 상당수가 스타트랙의 세계관을 빌려왔다는 겁니다.

우리 우주에는 여러 문명이 있으며, 그들은 행성 연합을 이루고 있는데, 셈야제가 지구를 찾아 온 이유가 바로 지구인들의 문명이 드디어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비록, 스타트랙에서의 기준이 광속여행이었던 것과는 달리, 이쪽은 아폴로 우주선의 도킹 정도로 무척 소박했지만..

아니 근데, 찾아 가려거든 아폴로 우주선도 봤겠다 미항공우주국이나 찾아 갈 일이지 왠 스위스 농부?(정신 차리자! 이거 구라잖아!)


한편, 이런 거 좋아하며, 쓸데 없이 진지한 일본인들답게 무려 일본TV가 굳이 스위스까지 날아가 함께 UFO를 촬영했습니다.

이겁니다.



보고 함께 비웃어 주자고 링크 걸어봤습니다.



원래는 진지한 UFO 목격담을 써보려고 했는데, 빌리 마이어 한 명의 스토리만으로도 길어지고 해서 오늘은 여기서 끝

덤으로 UFO 비슷한 것을 촬영할 수 있는 팁.

핵심은 빛을 마주보고 서는 것인데, 

낮에는 태양을 향한 상태로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고, 셔터 스피드를 최대한 빠르게 해서 찍으십시오. 가끔 뭐가 찍힙니다.

밤에는 더 쉬워요. 최대한 싸구려 UV필터를 끼고 가로등을 마주보고 찍으십시오. 조리개만 적당히 조여주세요.

가로등이 여럿이라면 꽤나 그럴싸한 UFO 편대를 찍을 수 있습니다.

흔히 렌즈 플레어, 혹은 고스트라 하지요.


... 그럼, 다음 그로테스크 주제는 유령의 존재를 나름 있어 보이게 설명하려 애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키워드는 에너지, 왕립과학원, 그리고 헨리 8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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