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6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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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B급 그 자체!!! ㅋㅋㅋㅋ)



 - 은행 안 cctv 화면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일상적으로 분주한 풍경이 보이는 가운데 한 남자가 걸어와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갑자기 샷건을 꺼내들고 손님들과 보안 요원에게 총을 쏴 댑니다. 그리고 돈 주머니를 들고 여유롭게 걸어 나가요.

 그 다음부턴 이제 보통의 영화 화면인데요. 이 강도와 경찰들의 추격전인데... 뭔가 괴상합니다. 이 강도님은 살아 남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여요. 계속 피식피식 웃으며 여기다 쏘고 저기 터뜨리고 광란의 질주를 계속하다가 마지막엔 경찰 바리케이드에 걸려들어 쏘쿨하게 총 맞아 쓰러지구요. 참으로 튼튼해서 죽지는 않았는데 병원에 실려가네요.


 그 과정에서 이제 유능한 터프가이 형사 톰이 소개가 되구요. 용의자가 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처박혀 있는 가운데 경찰서로 FBI요원 로이드. 카일 맥라클란이 찾아 오죠. 이 사건은 나도 함께 맡겠다! 라는데, 니가 맡고 자시고 할 게 없어요~ 오늘 중으로 범인 돌아가신대요~ 니 왔던 곳으로 돌아가서 다른 일 보세요~ 라는 현지 경찰들의 까칠한 반응에 1도 신경 안 쓰고 병원을 찾아가는 우리 요원님. 근데 그 시각에 병원에선 의식을 잃었던 범인이 벌떡 일어나서는 옆자리 환자에게 다가가 입을 쩍 벌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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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됩니다.)



 - 네. 그러니까 하드보일드 경찰 수사물 같은 게 아닙니다. SF이고 크리쳐물이에요.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 기생하며 숙주를 조종하는 매우 징그러운 스타일의 민달팽이 룩 외계인이 범인인데 이 녀석은 '아 어차피 다른 몸으로 갈아타면 되지 뭐' 라는 맘으로 자신의 숙주를 아주 그냥 막 굴리는 거죠.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로이드 요원님께서 홀로 그 놈을 뒤쫓는 거고. 설명해도 경찰들이 믿어줄 리 없으니 설명 생략하고 다짜고짜 들이대는 거고. 이 요원님은 당연히 터프가이 형사 톰과 짝을 이뤄 이 외계인을 뒤쫓는데 톰은 자기가 무엇을 뒤쫓고 있는 건지,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이해를 못하고... 뭐 그런 전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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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상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듯, 사고 방식이 괴상한 듯한 FBI와 현실 터프가이 형사의 버디 무비! 이기도 하구요.)



 - 흔한 설정이고 참 소박한 설정입니다만. 비슷한 소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이 있으니 그거슨 바로 이 기생 외계인의 '성격'입니다.

 얘는 그냥 단독으로 혼자 행동하구요. 또 인간 세상, 속세의 인간들(정확히는 그 시절 미국 남성?)이 품고 있는 각종 다양한 속물적 욕망들을 마치 인간처럼 품고 있어요. 그런데 도덕 관념도 없고 행동의 제약도 없으니 마구 폭주를 하는 거죠. 그 결과 이 외계인은 돈과 멋진 차, 여자에 집착하며 LA를 헤집고 다니고 그 과정에서 정말 쉬지 않고 계속해서 숙주를 갈아탑니다. 


 그래서 계속 보다 보면 이게 은근 웃겨요. 이토록 속물적인 외계 침략자라니요. 지구 정복도 아니고 본인 생존도 아니고 정말 그냥 속물적 욕망 충족을 위해 일을 저지르는 외계인이라니 꽤 신선하지 않나요. 그것도 민달팽이 주제에!! ㅋㅋ

 그리고 또 전개가 상당히 빠릅니다. 몸 하나 차지하면 바로 범죄 저지르다 액션 한 판 벌이고 나면 바로 다음 몸. 또 다음 몸. 이렇게 갈아타니 이야기 전개도 버라이어티하고 심심할 틈이 없죠. 또 그렇게 한 판씩 벌어지는 액션씬이 은근 과감하고 화끈합니다. 막 세련되고 시대에 앞서가고 그런 건 아니구요. 암튼 화끈하긴 합니다. 막 쏘고 막 터뜨리고 막 죽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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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아까울 게 없는 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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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막 쓰고 막 죽이고 막 죽습니다. 호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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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또 외계인이 들어가면 몸이 상당히 튼튼해지고 완력도 엄청 세 진다는 설정 덕에 액션은 더 화끈! ㅋㅋ 살짝 '터미네이터' 느낌 나는 장면들도 있구요)



 - 이를 뒤쫓는 형사 콤비도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정적이며 매우 현실적으로 유능한 터프 가이 톰이 자꾸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며 태연하게 싸돌아다니는 FBI랑 엮여서 맘 고생 몸 고생 하는 이야긴데, 이런 식의 대조 자체는 뻔하지만 두 배우가 다 좋습니다. 터프 가이 형사님 역의 마이클 누리('플래시 댄스'의 남자 주인공이었답니다)가 현실적인 형사님 느낌을 뿜뿜 해주는 가운데 카일 맥라클란...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딱 '트윈 픽스'의 데일 쿠퍼가 떠오르잖아요. 정말 그런 캐릭터입니다. 똑같진 않지만 마치 그 캐릭터의 프로토타잎 같은 느낌이랄까요. 대단히 귀엽습니다. '블루 벨벳'의 1년 후이자 '트윈 픽스'의 2년 전에 찍은 영화니까 대략 그 리즈 시절 이 양반의 비주얼과 캐릭터를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 둘이 티격태격하며 싸돌아다니는 것만 구경해도 꽤 웃기고 좋아요. 영화 자체는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입니다만. 이렇게 스멀스멀 은근히 웃기는 느낌들이 있어서 더 재밌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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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카일 맥라클란은 참 잘 생겼지만 역시 이렇게 뭔가 좀 모자란 듯한 역할이 잘 어울리구요.)



 - 더 자세하게 수다를 떨긴 애매... 한 것이 이게 나름 반전이 있어요. 뭐 금방 다들 눈치 채실 성격의 것이고, 영화가 중반에 접어들 때쯤엔 다 까발려집니다만 혹시라도 보실 분들이 계실까봐 그냥 여기까지만 얘기하겠습니다.

 뭐 그런 거 있잖습니까. 옛날 영화들 보다 보면 '와 옛날엔 이렇게 소박한 이야기도 극장용으로 만들어 개봉도 하고 흥행도 하고 그랬었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 바로 그런 케이스에 속하는 소박한 B급 SF 액션/스릴러 영화에요. 정말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나름 적절한 개성과 재미를 만들어낸 경우이고 '알찬 소품'들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재밌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보장은 못 하구요. ㅋㅋ 즐겁게 잘 봤습니다.




 + 중간에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범죄자들 중 하나로 대니 트레조, '마셰티' 아저씨가 나옵니다. ㅋㅋㅋ 근데 이 양반은 그 때 이미 비주얼이 완성(...)되어 있더라구요. 시간을 달리는 배우가 아니었나. 뭐 그런 생각을 했구요.



 ++ 1993년에 속편도 나왔더라구요. 정식 속편이지만 전작의 배우들은 하나도 안 나오고 제작진도 다 교체됐고 평가도 매우매우 안 좋습니다.



 +++ 다짜고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결국 카일 맥라클란도 외계인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저 빌런처럼 인간의 몸 속에 기생하는 외계인이었고. 자기 고향 별에서 빌런에게 자신의 가족(아내&딸)을 잃고 복수하러 따라와 쫓아다니는 상황이었던 거죠. 뭔가 계속 어벙하고 어색한 행동을 하며 사람들 웃기는 건 그런 이유였던 것.


 암튼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 했던 이 양반은 가면 갈수록 괴상해지는 사건 꼬라지에 열받은 파트너가 자신을 구속해서 감옥에 가둬 버리자 어쩔 수 없이 설명을 해줘요. 당연히 안 믿겠죠. 하지만 이들이 자신을 거의 죽일 뻔 했던 상황에 열받은 빌런 외계인이 파트너 형사의 상관 몸 속에 들어가 경찰서에서 유혈 파티를 벌이자 믿고 안 믿고와 관계 없이 일단은 카일 맥라클란을 풀어주게 되고. 둘이 함께 빌런의 뒤를 쫓습니다만. 하필 이 외계인은 그 날 그 시각에 경찰서를 방문 중이던 정치가 양반의 몸속으로 들어가 도망쳐 버리고요. 수많은 경호 인력들의 보호를 받는 정치가를 죽이려 드니 당연히 엄청난 반격을 받게 되겠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 형사는 빌런의 총에 맞아 생사가 위태로워집니다.

 그래도 나름 정이 쌓인 파트너가 당한 것에 분노한 카일 맥라클란은 그냥 배째라고 경호원들이 버티고 있는 정치인 행사장에 걸어들어가 다짜고짜 화염 방사기(...)를 날려 버리고요. 활활 타는 정치인의 몸에서 민달팽이 외계인이 기어나오는 것에 사람들은 경악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빌런을 처치한 후 카일 맥라클란도 총에 맞고 병원에 실려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숨이 끊어져가는 인간 형사의 곁에 카일 외계인이 다가가요. 그러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형사를 바라보다가... 자신이 형사의 몸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그동안 기생 중이던 카일 맥라클란의 몸은 사망. 반면에 형사의 몸은 기적적으로 살아나죠. 이때 병원에 와 있던 형사의 아내와 어린 딸이 다가가 감격의 재회를 하는데... 예전에 카일 맥라클란이 형사의 집에 방문에서 이들을 만난 적이 있거든요. 그 때도 뭔가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던 딸이 그 때와 똑같이 긴장한 표정으로 외계인으로 환생한 아빠를 바라보며 끝입니다.


 근데 한 가지 웃음 포인트. 마지막에 주인공이 몸을 옮겨가려고 입을 쩍 벌릴 때는 민달팽이 같은 건 안 나오고 화안~한 빛이 나와 형사의 입 속으로 들어갑니다. 차마 정의의 주인공인데 그 촉수 달린 징그런 민달팽이를 보여줄 순 없었던 모양이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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