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범죄도시 3] 보고 왔습니다

2023.06.15 14:37

Sonny 조회 수:392

@ 평어체로 씁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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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3]는 전편들에 비해 크게 바뀐 건 없다. 눈 하나 꿈쩍안하고 사람을 죽이는 악당들이 있다. 마동석의 마석도는 여전히 독불장군식으로 이들을 추적하고 응징한다. 운없게도 마석도를 마주친 죄많은 약자들은 그 앞에서 벌벌 떨면서 그를 돕는다. 속편인만큼 액션은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원펀치'로 상대를 냅다 고꾸라트리던 그는 이제 복싱의 회피기술을 응용해 상대의 주먹을 피하고 훨씬 더 '스마트'하게 싸운다. 악당들도 서로 적대하는 두 팀이 나오며 마석도와 삼파전을 벌인다. 마석도가 한대씩 후려칠 때마다 극장에서는 엄청난 굉음이 들린다. 규모도 커지고 액션도 멋있어졌으니 이 속편은 당연히 재미있어야 한다.


영화란 참 신기한 장르다. 기능을 개량하고 파괴의 규모를 키워도 그것만으로 사람들이 단순히 감동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결국 한 인간의 이야기이고 그를 둘러싼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그런 인간성을 애초부터 제거하고 아예 게임처럼 극한의 기능미만을 추구하는 [존 윅] 시리즈도 있다. 그러나 마동석의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렇게 인공적으로 게임적 세계관을 선언하며 등장한 영화가 아니다. [범죄도시]의 관객은 [존 윅] 시리즈를 볼 때처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흉기를 동원해 엑스트라들을 죽일 수 있는지 살육의 쾌락을 즐기지 않는다. 마석도라는 사람이 무엇에 분노하고 왜 누군가를 때려잡으려고 하는지 마석도라는 인간과 그의 세계를 동시에 감각한다. [범죄도시 3]는 이 인간적인 밀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 결과 관객은 고성능의 폭행머신을 멍하니 구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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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1편을 떠올려보자. 영화는 가리봉동이라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 곳은 범죄자들만 우글대는 곳이 아니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족 아이가 장사를 하는 도넛츠 가게, 장이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생신잔치를 여는 곳, 마석도가 계란을 까먹는 목욕탕 등 가리봉동에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마석도는 장첸을 뒤쫓아 쓰러트려야한다. 마석도는 단순히 파괴력이 센 히어로가 아니다. 마석도는 관객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리봉동 시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있는 한 경찰 아저씨다.


마동석이 엇비슷한 캐릭터로 괴력을 뽐내는 다른 영화들은 줄줄이 실패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 하나만으로 영화는 성공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범죄도시]는 성공했을까. 그것은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에서 유난히 "쩔어서"가 아니다. 이 캐릭터의 압도적인 힘과 가리봉동에서 밥먹고 목욕다니고 도넛츠를 사먹고 술한잔 사먹는 소시민성이 충돌하며 생기는 효과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어떤 흉악하고 악질적인 사람들이 갑자기 등장했다고 치자. 이 사람들은 같은 범죄자들도 한 수 접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그럼 우리는 이 악당들에 비견될 정도로 특별하고 강력한 응징자를 소망한다. 그런 사람들은 평범한 우리 사이에서는 찾을 수 없기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세계에서 소환되는 특별한 누군가여야한다. 그런데 [범죄도시]에서는 "동네" 경찰아저씨가 이 끔직한 악당들을 다 때려잡고 다닌다. 험상궂고 우락부락하지만 시장에서 도너츠를 뜯어먹는 동네 경찰이 그들을 소탕한다. 이 역설은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육체만으로는 어필할 수 없다. 그의 육체가 가진 신화적 파괴력이 소시민적 경찰 아저씨의 캐릭터로서 발휘될 때, 그 힘은 믿을 수 없으면서도 너무나 믿고 싶은 무엇이 된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은 마동석의 육체와 타격이 아니라 그것이 성립불가능할 것 같은 소시민적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빚는 공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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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2]는 그 무대를 필리핀으로 옮겨가면서 가리봉동이라는 공간의 소시민성은 휘발되었다. 그러나 그 소시민성은 마석도와 함께 활약하는 경찰동료들로 채워진다. 그의 강력반 동료인 전일만 반장과 오동균 형사는 강해상을 잡는 과정에서 크게 다친다. 마석도는 자기 동료를 다치게 하는 이 흉악범을 용서할 수 없다. 비록 공간적인 소시민성은 전편처럼 그 밀도가 높지 않으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활동한다는 점에서 마석도는 여전히 믿음직한 동료로서 소시민성을 가지고 있었다. [범죄도시 2]는 적어도 경찰 동료의 시점에서 마석도를 바라보고 의지할 수 있는 구석이 있다는 점에서 소시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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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범죄도시 3]는 마석도란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공감하기 힘들다. 마석도가 왜 악당에 집착하고 그를 쓰러트리려하는지 개인적인 드라마가 없기 때문이다. 전편의 악당들은 마석도가 관리하는 구역의 조선족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경찰 동료들을 위협하는 적으로 등장했다. 어떤 식으로든 마석도가 직업적 소명 이상의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악당을 혼내줄만한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 편에서 마석도는 젊은 여성의 시신을 보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마석도란 개인의 드라마가 아니라 마약을 퍼트리는 범죄자를 혼내주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마석도가 왜 이 마약사건에 굳이 매달리는지 이를 이해할 구석이 별로 없다. 주인공이라는 영화 속의 위치만이 이 영화를 힘겹게 이끌어나간다. 나, 혹은 우리를 건드리는 누군가를 혼내준다는 소시민성이 휘발된 채로 영화는 힘겹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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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의 포지션 또한 애매하다. 영화는 주성철이 얼마나 잔인하고 악독한 사람인지는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악당으로서 소시민의 삶에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장첸은 가리봉동의 조선족 시민들을 위협했고 강해상은 필리핀 여행객들과 경찰 동료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다소 과잉이긴 했으나 강해상의 동료인 주씨 형제가 백화점에서 난동을 피우는 장면을 영화가 괜히 보여준 게 아니다) 주성철의 악행은 그보다 추상적이고 시민들의 삶과 멀리 떨어져있다. 실제로 그가 폭력을 저지르는 대상은 야쿠자나 삼합회의 폭력 조직들이다. 관객은 그가 나쁜 사람인 건 알아도 그가 시민들에게 위험한 사람이라고는 실감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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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가 보낸 리키가 한국에 등장할 때부터 이 영화는 그 소시민성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이야기의 무대가 다국적 사람들로 얽히며 보다 커질 수록 영화는 시민들의 삶과 무관해진다. 이들은 범죄자지만 영화 속 투쟁은 조직들의 이권 다툼이다. 이들은 딱히 일반 시민들을 위협하지도 않고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영화를 보면 볼 수록 마석도의 영웅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마석도는 무엇이 그렇게 화가 나서 이들을 추적하고 두들겨패는 것일까. 이런 생각 없이 야쿠자고 부패경찰이고 그저 두들겨패는 마석도를 보면서 시원해하면 되는 일일까. 자신을 불쾌하게 할 때마다 상대를 후려패거나 손목을 쥐어꺾는 마석도는 비호감으로만 보인다.


성질 더럽고 제멋대로이지만 그래도 마석도에게는 횡포의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렇게 안하면 안될 정도로 악당들이 사악하거나, 그런 횡포를 부리고 싶을만큼 답답한 상황이거나. 액션영화라는 장르적 특징으로만 보면 [범죄도시 3]는 여전한 재미가 있다. 그러나 마석도란 캐릭터에 집중해서 보면 전편보다 훨씬 힘이 빠져보인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마석도의 덩치는 거대해져가고 그 누구도 그를 말릴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비대해질수록 그가 다른 사람들과 투닥대며 함께 살아가던 소시민적 영웅상마저 근육에 집어삼켜지는 것 같아 아쉽다. [범죄도시 3]의 문제는 악당이 아니다. 우리가 마석도를 호출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소시민의 삶과 위험을 영화가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 시리즈가 마동석 원맨쇼에 계속 의존하지 않기를 바란다. 마석도라는 코리안 헤라클레스의 괴력이 어떻게 감동을 담아냈는지 다시 한번 원점에서 고민해볼 차례다.


@ 이 영화에서 제일 신선하고 재미있던 캐릭터는 홍준영의 마하였다. 비쥬얼이나 액션 연기가 너무 그럴싸해서 감동했다. (정찬성 유튜브에서는 그렇게 순둥하게만 보였는데...!) 그가 아예 리키와 2인 1조로 마석도를 괴롭혔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을 거듭해나가면서 갈 수록 팀 플레이로 장르를 전환해나가듯이 [범죄도시] 또한 여러 캐릭터들과의 협력으로 그 액션을 다채롭게 꾸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무뢰한 악역들보다는 자신만의 진중한 철학을 가진 악역들이 나온다면 선과 악의 대조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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