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수 없는 영역을 사과하기

2015.11.10 11:07

skelington 조회 수:1436

오랜만에 진짜 사나이 해병대 편을 봤습니다.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교관이 해병대의 기기묘묘한 동작을 가르치는 건 직접 당하지 않는 시청자 입장으로서는 확실히 코믹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동작, 상태 불량을 지적하는 교관에 일일히 "왜냐하면..."으로 대답하는 병사를 보는 건 마음이 아프네요.

원하는 대답이 아니려니와 대답한만큼 플러스 알파로 몸이 힘들어질 뿐이죠.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지금부터 발생하는 모든 일은 모두 네 책임이야.'

세상에 그런 일은 잘 없습니다. 자기가 한 만큼 잘못일 뿐이죠.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의 영역일뿐 애초에 시시비비의 문제가 아닌거죠.


반성문을 쓰고 마트직원을 무릎 꿇리고 방송에서의 대국민 사과같은 일들이지요.

모두 사실관계와 별도로 그사람의 태도를 통해 '진심'을 확인하려는 행위같은 거죠.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태도'를 높게 평가하는거 같아요.

좋은 사과 '태도'로 인해 처벌이 경감되고 칭찬받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과를 할수 없는 영역은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요?

내 양심이나 미의식, 국가관같은 사적영역에 대한 사과요구같은거요.

'불순한 사상'을 가지고 국가전복을 획책했다거나 '불온한 작품'을 써서 민심을 흉흉케 했음을 실토하는 건 반성이 아니라 자백입니다.

양심의 영역이 죄의 영역에 들어가는 현상일 뿐이죠.


'노래를 통해 소설에 등장하는 5세 소년을 성적대상으로 삼고, 로리타 이미지를 통해 성인남성들의 미성년에 대한 성적망상을 불러 일으키고 여성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를 사과할 수는 없어요.

그건 양심과 범죄의 영역을 넘어 마녀행위에 대한 자백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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