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윅 3 잡담

2023.06.12 13:10

돌도끼 조회 수:265

2,3편 스포일러가 있지만 4편을 본 사람이라면 (2,3편을 안봤더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존윅은 원래는 3부작으로 끝날 예정이었습니다. 헐리우드에서는 뭐든 3부작으로 만드는게 국룰이었잖아요. 요새는 옛말이 된 것 같긴 하지만...
그치만, 그냥 별 야심없이 만든 소품이었던 존윅이 2편에서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하는 걸 본 영화사가 마음이 바뀌었지요. 이렇게 돈 잘벌리는 영화를 하나만 하고 끝내기 아까워진 겁니다. 그래서 3편을 두개로 쪼갠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팬 입장에서야 뭐 재미있는 영화가 하나 더 나온다면 반대할 건 없는 일이지요. 원작이 따로 있는 이야기도 아니니 공연히 잡아늘이다 원작파괴할 일도 없을테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존윅 세번째 이야기의 1부...를 극장에서 보고나서 바로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안나왔어도 전혀 상관 없었을 이야기'

2편은 존윅이 킬러월드 전체를 적으로 돌린 상황에서 끝났습니다. 팬 입장에서는 이제 존윅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킬러들을 신나게 학살할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죠..
그런데 정작 영화 내용은 그런 기대를 배반하고 존윅이 자기에게 내려진 암살령을 취소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존윅답지 않아보이는 굴욕까지 감당해가면서요. 그런데, 그런 노력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존윅이 다시 한번 킬러월드 전체의 적이 되면서 끝납니다.
그러니까, 영화 시작했을 때의 상황으로 다시 돌려놓고 끝나는 거예요. 영화 내내 뛰고 굴렀던 존윅의 노력-영화의 플롯 자체를 스스로 리셋해버리는 겁니다. 존윅의 신세는 2편 끝부분에서와 똑같아진 거고, 2편에다 바로 4편을 이어붙여도 정세는 별로 달라질 게 없습니다.

4편이 시작하자마자 하는 일이 3편에서 존윅에게 굴욕을 안겨주었던 사막의 장로를 처단해버리는-다시 말해 3편의 내용을 없었던 걸로 만드는 일이고, 심지어 장로가 같은 인물인 것도 아닙니다. 3편에 나왔던 양반은 이미 관뒀다나... 그나마 간접적으로라도 등장한 건 장로 뿐이고 3편에서 등장했던 다른 주요 캐릭터들은 4편에서는 언급조차 안됩니다. 심판관 같은 사람은 업계에서도 꾀나 거물인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무시될 수 있는걸까요?

그리고 4편에서의 존윅은 전세계에서 킬러들이 몰려들어올거라는 친구의 걱정어린 조언에 '오는대로 다 죽여버리지 뭐' 이렇게 대답합니다. 예 이게 바로 사람들이 3편에서 보고싶었던 존윅의 모습이죠. 3편에서 살해명령 좀 취소해달라고 부탁하던 존윅은 어디 뭐 다른 유니버스에서 왔던걸까요?

4편을 보고나서는, 존윅 시리즈에서 3편은 아마도 수호전에서 전호, 왕경 토벌전과 비슷한 위치가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호전의 전체 줄거리는 양산박이 조정의 특사를 받고는 방랍의 반란군을 토벌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수호전이 워낙에 인기가 있다보니 후대에 다른 이야기꾼(들)이 끼어들기를 시전했습니다. 방랍 토벌전이 이야기 대단원이라 그 뒤로 이야기를 붙일 수는 없으니까 방랍과 싸우기 이전에 전호, 왕경같은 다른 반란군들과도 싸웠다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넣은 거죠. 이 끼어들어간 에피소드에서 경영 같은 수호전 전체 캐릭터들중에서도 상위권인 인기인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중에 끼워넣은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이기 때문에 방랍토벌전에 들어가기 전에 추가 캐릭터들은 전부 퇴장합니다. 그러니까 전호, 왕경 에피소드는 안보고 넘겨도 이야기 흐름에 아무 상관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건너뛰는게 전개가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보게되죠ㅎㅎ

그니까요, 원래 제작진은 영화 네편을 만들 생각이 없었고 4편이 원래 3편이었는데 회사에서 '하나 더 만들어'라는 지시가 내려오니까 이야기의 전체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의, 빼버려도 상관없는 이야기를 새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는 거죠.
물론, 이미 세상에 나와있던 이야기에 나중에 끼어들기를 한 수호전과는 경우가 다르니까, 원래 의도하지는 않았던 거라고 해도 하나 더 만들게된 3-1편에는 초기 시나리오의 아이디어가 어느정도 반영되었을 거고 그렇게 3-1편이 세상에 나온 이상 3-2(4)편은 3편의 처음 기획안과는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래도 아주 확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게 제 생각이예요.

글고, 3편이 굳이 없어도 상관없는 이야기였다고 해서 3편이 없어도 상관이 없는 영화였다고 하는 건 아니예요. 몇가지 추가된 설정 같은 걸 알려주니까 일단 보는게 도움이 되는거야 당연하고요... 3편 이야기가 잉여이긴 하지만 그 잉여시간동안 존윅이 몇트럭분의 사람을 죽입니다. 그게 이 시리즈의 핵심이잖아요ㅎㅎ
잉여시간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액션장면도 늘어났다는 거죠. 아니 뭐 애초에 누가 이 시리즈를 스토리가 궁금해서 봤냐구요ㅎㅎ
3편은 적어도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감탄스런 액션장면들이 연속되는 영화였습니다. 뒤로가면서 좀 삐끗하지만요.
여유 시간이 생김으로 해서 제작진은 이런저런 액션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해볼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다 성공한 건 아니어서 마지막 무술액션과의 융합같은 부분은... 예... 실패였습니다만... 제작진은 그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4편에 제대로 반영했죠. 원래 계획되었던 3부작의 3편이 바로 나왔다면 액션 완성도가 지금의 4편 처럼 칭찬을 받기는 조금 힘들었을지도요...

그니까 제작진 입장에선 3편이 4편의 작품성을 좀 더 높여줄 연습무대가 되주었고, 관객은 액션장면들을 그만큼 더 많이 볼 수 있었고, 제작사는 3편 하나만 나왔었다면 힘들었을 어마어마한 돈벌이를 했으니 다들 윈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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