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맨스 영화

2023.06.27 15:24

Sonny 조회 수:639

요새 명동 씨네 라이브러리에서 하는 씨네페미니즘이라는 무료 강의를 듣고 있는데요. 그 중 2강의 내용이 한국 로맨스영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강연자로는 무려 [성덕]의 오세연 감독님이 와주셨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학업에 치여서 바쁘셨는지 강의 내용을 살짝 헐겁게 준비해주셨더군요 ㅎㅎ 강의 내용은 한국 로맨스 영화들이 연애를 표현할 때 남자주인공들의 남성중심적인 표현들이나 폭력들이 로맨스에 이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들이나 새로 떠오르는 정가영 감독 같은 분을 조명해주셨습니다. (정가영 감독의 영화는 과연 로맨스이긴한지 좀 의문이 ㅋ) 


강연을 듣다가 제가 본 한국 로맨스 영화를 곱씹어봤습니다. 그런데... 작품들이 아예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근 3년 내에 본 한국 로맨스 영화는 [헤어질 결심] 딱 하나 뿐인 것 같습니다. 궁금해서 CGV 앱을 뒤져봤더니 한국 로맨스 영화는 커녕 한국 영화도 본 게 거의 없습니다.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도 잘 안보는데, 한국 로맨스 영화는 거의 안본 것 같습니다. 오세연 감독님도 짚어주시길 한국 로맨스 영화가 제작도 많이 안되고 연별 흥행순위에서 별로 높지도 않다고 하더군요. 한 때는 "로코퀸"이라는 장르배우의 성공을 일컫는 용어도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그것도 다 옛말이 된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오세연 감독님이 강연을 하면서 한국 로맨스 영화를 살펴보려고 하니까 오래된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옛날 작품을 보는 기분으로 봤지 동세대로서의 시대적 공유를 하면서 보지는 않았다고 하시더군요. 하기사... 회자되는 한국 로맨스 영화들은 한 10여년은 다 된 것 같습니다. "라면 먹고 갈래요"를 남긴 [봄날은 간다]라거나, 조승우씨가 열연을 펼친 [클래식]이라든가... 하기사 요즘 시대에 이성애 로맨스는 쉽게 성립하기가 어렵죠. 로맨틱한 남자를 기대하기에는 평균 이하의 남자들에 대한 고발이 너무 많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픽션의 상상력이 먹히지 않을만큼 성평등의 정치적 투쟁이 심화되어있으니 꽃밭로맨스는 아예 상업적으로 안먹힐 것 같습니다.


common-23.jpg


그럼에도, 제가 봤고 또 기억하고 있는 한국의 로맨스 영화들을 기억 속에서 뒤져뒤져보니 몇개가 나오긴 하더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 뽑으라면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입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었을 때 저는 한참 연상의 여성과 연하의 남성이 위태로운 사랑을 하는 스토리에 한참 꽂혀있었는데 (에쿠니 가오리...ㅎㅎ) 이 영화가 그런 제 페티쉬를 딱 건드려서 포스터만 보고도 너무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메인 테마도 너무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히 좋더군요. 이 당시 김정은씨는 로맨틱 코메디 퀸으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잘 알려진 그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여기서는 보다 진중하고 차분한 30대 여성을 연기해서 그게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김정은씨가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지금 대세가 된 정유미 배우의 앳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의 연기로 메이저 영화계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무엇보다도 쉽지 않은 스토리라인이 좋습니다. 주인공의 기억 속 사람과 꼭 닮은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 그대로 등장하는데, 그 기억의 시간선이 현재와 얽히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어지러워집니다. 주인공의 첫사랑이 닮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인지, 기억이 현재의 누군가에 투영되어 왜곡된 것인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매우 복잡해지죠.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괜히 복잡한 설정 자체에 끌려서 좋아했던건가 싶었는데 후에 재개봉을 했을 때도 다시 보니 너무 좋더군요. 이 영화는 언젠가 꼭 제대로 뜯어볼 예정입니다. 


듀게 분들은 어떤 한국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제 기억만으로는 괜찮은 로맨스 영화를 떠올릴 수가 없네요. 기껏 떠오르는 게 [최악의 하루] 정도...?? 이게 로맨스인지도 아리까리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7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01
123707 했어야 했어서 [6] 노엘라 2023.07.11 335
123706 [티빙바낭] '풋루즈'말고 '자유의 댄스' 잡담입니다 [20] 로이배티 2023.07.10 522
123705 에피소드 #45 [4] Lunagazer 2023.07.10 91
123704 프레임드 #486 [2] Lunagazer 2023.07.10 95
123703 듀나원기옥 - 뉴진스 새 음반 보고 옛 파워퍼프걸 노래 찾기 [5] 상수 2023.07.10 308
123702 시대별 가수 [7] catgotmy 2023.07.10 350
123701 마틴 스코세이지 신작 -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메인 예고편 [6] 상수 2023.07.10 540
123700 뉴진스의 New Jeans와 슈퍼 샤이를 듣고 [6] Sonny 2023.07.09 1056
123699 애플TV는 자막조절이 안되네요 [4] 산호초2010 2023.07.09 361
123698 여름철, 하드 [3] 왜냐하면 2023.07.09 231
123697 [영화바낭] 듣보 B급 장르물 두 편, '테이크 나이트', '영혼의 사투'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7.09 267
123696 프레임드 #485 [6] Lunagazer 2023.07.09 89
123695 음바페 인터뷰로 시끄럽군요 daviddain 2023.07.09 439
123694 갓 오브 블랙필드 라인하르트012 2023.07.09 214
123693 [영화바낭] 기대 이상의 튼튼한 귀환(?), '이블 데드 라이즈'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07.09 446
123692 챗봇한테 유인촌을 물어보니 [2] 가끔영화 2023.07.08 442
123691 NewJeans 뉴진스 Super Shy MV 상수 2023.07.08 190
123690 프레임드 #484 [2] Lunagazer 2023.07.08 107
123689 히트 (1995) catgotmy 2023.07.08 160
123688 미임파 보고.. 라인하르트012 2023.07.08 3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