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노래하게 하라.

2015.12.18 21:26

키스 조회 수:1205

빽빽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 고만고만한 상권들이 조성된,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어요.

집에서 가까운 상가에 네 개의 노래방이 있는데,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못 가겠어요. 대개의 경우에 회색 스타렉스 두세 대가 도우미분들을 태우고 내려주거나, 기다리고 있어서요. 새벽 두세 시에 지나가면서는 그러려니 하는데, 가끔 일찍 퇴근해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에 가 봐도 그렇더라고요. 사무실 밀집 지역도 아닌데 말이에요.

그러면 가족이나 청소년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냥, 이 방에는 도우미 불러 여기저기 쓰다듬고 주물거리는 남자 손님들 받고, 저 방에는 가족 손님 받고 이런 걸까요? 이 동네가 특수한 것인 지, 요즘엔 동네 노래방에도 도우미 출입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인 지 모르겠어요. 불투명 유리도 아니고 방음도 안 되는 곳에서, 노래 부르다가 불쾌한 시청각에 노출되긴 싫으니 못 들어가보겠네요. 프랜차이즈 노래방은 괜찮을까요?

 

 

지금 생각난 게, 대부분의 남자 지인들이 인정하는 유흥의 마지노선이 노래방 도우미였네요. 물론, '분위기에 휩쓸려 마지못해'를 강조하면서요.

남자들끼리 갔을 때 어색한 분위기 띄우려고 부르는 것 뿐 신체적 접촉은 거의 없다고들 말하던데, 탬버린 치고 노래 불러주는 여자 없으면 놀지도 못 하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은 건 지. 곧이 곧대로 믿으면 등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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