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분기하게 만든 동력은 양반의 압제와 관리의 탐학이었다. 그러니 

우리나라 평민의 혁명이다. 다만 그들 가운데 어리석고 무식한 자가 많았고,

행동도 난폭하고 기율이 없어 정치를 개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묵은

관습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외부의 간섭이 없고 그들 가운데 유능한

인물이 나왔다면 새로운 독립 국가를 건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남에게 파괴를 당하는 꼴은 없었을 것이다. 


- [한국독립운동지혈사(상)] 23~24쪽 (역사의 역사-유시민, 187p에서 재인용)


인용된 원문은 박은식의 정치사상적 변화에 따라 민중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그에 따라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설명과 평가의 입장도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예로 유시민이 자신의 신간 ‘역사의 역사’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저 짧은 인용문을 보며 20여년전 역사세미나 모임에서 동학농민전쟁을 공부했던 기억이 떠 오르고 

‘민란’이나 ‘폭동’으로 머물고 혁명이 되지 못했던 역사의 무수한 사례들이 떠 오르더군요.


그리고 이 대목이 갑자기 오늘 각별히 와 닿게 된 것은 지난 촛불혁명때 기무사에서 내란에 준하는 군사진압을 기획했었다는 사실이

폭로되어서입니다.


당시 수개월간 지속된 광화문 촛불시위는 어느 뛰어난 일개 정치인의 리더쉽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대의를 위해 작은 이견들을 타협해가며 더 많은 시민들의 연대와 행동을 모아간 덕분에 성공을 할 수 있었죠.

물론 당시에도 초기에 ‘어리석고 무식한’ 행동을 하던 무리들이 시위대에 섞여 있었으나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먼저 그들을 제지하고 통제하여

외부(공권력)의 간섭과 개입의 여지를 차단하는 다중의 유능함을 보여줬는데, 전 그 과정을 보며 지금 이 시기에 이룬 시민들의 정치적 

각성과 성과는 앞으로 쉽게 뒷걸음 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물론 지금 현재 곳곳에서 여러 삐그덕 거리는 파열음들이 나기 시작하지만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이정도즘이야 별일인가 싶을정도에요.


그런데 머리속으로는 낙관적인데 요즘들어 이상하게 감정적으로는 점점 비관적이 되가요. 나이탓일까요?

저 언덕을 넘어가면 전혀 상상도 못했던 우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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