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 탐험기

2023.06.08 16:59

돌도끼 조회 수:200


https://www.mobygames.com/game/188364/wukung-a-legendary-adventure/

1995년에 '아부도'라는 듣보잡회사에서 발표한 듣보잡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얼마나 듣보잡이냐면, 뒤져보면 안나오는 게 없다는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저 아부도란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부도에서 판매한 유일한 게임이 이 '손오공 탐험기'인데, 이 게임 역시,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렇다할 정보가 안나옵니다. 어지간한 듣보잡 게임일지라도 누군가 해본사람이 남긴 소감이 있고 공략같은걸 해놓은 게 있던데 이 게임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해봤다는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고 몇몇 데이터 베이스에 게임 이름 정도만 기록되어있을 뿐 더이상의 정보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유튜브 플레이 영상이 올라와있네요.

심지어, 이걸 국내에 출시한 회사까지 듣보예요. 미원정보기술. 누구나 다 아는 그 '미원'이 맞긴 한데... 미원이란 이름을 게임과 관련지어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한국 대기업의 특성상 문어발로 모든 분야에 다 진출하다 보니 게임쪽에도 발을 뻗긴 했는데, 업계에 진출한게 1995년. 늦어도 너무 늦었죠. 이미 쓸만한 물건은 남들이 다 찜하고 난 후라 그나마 남은걸 골라 출시한 게 이거였나 봅니다. 그래도 국내에 출시된 덕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 게임 관련 정보가 당시에 나온 국내 게임잡지를 스캔한 거네요.

원제가 '우쿵: 전설의 대모험'이고 한국에서는 '손오공 대탐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나온 서유기 팬픽은 보기가 드물었던 것 같네요.(아마도 그래서 제가 이 게임을 샀었나봐요.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서인가, 중요한 줄기 하나만 남기고 지들 마음대로 각색했습니다.

삼장이란 중이 중국 황제의 명을 받아 서쪽으로 가다가 오공을 비롯한 세 요괴를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거. 삼장(샘챙)과 오공(우쿵) 말고는 이름까지 개명이 되었어요. 팔계는 '에디'로 오정은 '시무어'로.

팔계야 돼지라는 명확한 아이덴티티가 있으니 그대로인데 사오정은 원래부터 지역따라 해석이 달랐다보니 여기선 물고기인간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아예 작중에서 걍 'fish'라고 불러요. 용마는 안나옵니다.

'서쪽으로 간다'는 말을 다르게 해석한 건지, 게임의 주된 배경은 우리한테 익숙한 서유기 스타일이 아니라 거의 서양 중세 분위기가 납니다. 그 사이사이 아시아풍의 미술이 섞여있는 언밸런스함이 특징입니다.


게임 스토리는, 어느날 오공이 밥동냥하러 갔다 와보니 식구들이 모조리 사라져서 찾아해멘다는 이야기입니다. 95년에 나온 어드벤처 치고는 볼륨이 작아서, 팔계 찾고, 오정 찾고 셋이 다 모인 다음엔 각자 한구역씩 맡아서 할당된 일을 해결하면 그걸로 게임 끝입니다.


뭐 어드벤처 게임으로서는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해볼만한 정도는 되지 싶은데 게임이 여기저기 미숙해보이는 구석이 많습니다.
일단 게임 오프닝이 참 괴상하게 되어있는데, 일련의 AVI 동영상들을 미디어 플레이어로 엮어서 죽 틀어줍니다. 뭔가 게임 분위기랑도 안맞고 참 없어보여요. 보통 게임 오프닝은 게임을 실행시키면 자동으로 맨처음에 나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건 오프닝이 아니라 게임과는 따로 실행시켜서 동영상만 따로 보고 게임은 따로 해야 합니다. 그래도 길이도 제법 길고 나름 신경 써서 만들었다 싶기는 합니다만, 그에 반해 엔딩 영상은 없습니다. 그냥 축하 메세지 한줄 나오고는 바로 메뉴화면으로 넘어가 버려서 플레이어가 quit을 클릭하고 나가야합니다. 참 맥빠지죠.
그니까 이 게임은 배경스토리(오프닝)은 따로 실행시켜야하는 별개의 프로그램이니까, 게임 본편에는 오프닝도 엔딩도 없는 거죠.


게임 진행이 그리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저기 즉사트랩이 깔려있어서, 불사에 무적인 손오공이 여기선 뭐 하나 건드렸다 바로 죽는 일이 허다합니다. 즉사트랩을 막 뿌려대는 건 어드벤처 초창기때의 유행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줄어드는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어드벤처 게임의 기본이 눈 아이콘으로 여기저기 클릭하면 이런저런 설명이 나오는 걸 보는 건데 이 게임은 조작 가능한 물체가 아니면 대부분 설명을 아끼고 있습니다.


대사에 자막이 안나오는데 녹음된 음질이 별로 안좋고 잡음도 섞여있고... 대사건 이벤트건 스킵도 안됩니다. 그래픽 스타일이야 개인적인 호감도 차이가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은 조금 아쉽습니다. 이동할때도 특정한 구역을 클릭하지 않으면 아예 안움직인다든가 바로옆을 가는데도 괜히 멀리 돌아서 간다든가 해서, 그다지 똑똑한 게임은 아닌것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1995년이면 포인트앤 클릭 어드벤처 장르가 절정기를 지나 거의 저물어가던 시절인데 그때 나온 게임 치고는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여서 인기를 끌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부분이 아주 없는건 또 아닌데... 이정도까지 듣보잡이 되는 것도 보통일은 아닌것 같네요. 이거보다 후진 게임들도 널렸는데 그런 것들도 다 실드쳐주면서 좋아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말입니다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UQq398ZheTw
플레이영상. 근데 참 재미없게 진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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