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연달아 올라오는 갓파쿠님 글을 보면서 꽤나 놀라고 있습니다. 평소 게시판에 별 글도 안쓰시는 분이 왜 인종차별이란 이슈가 이 게시판에서 불거진 다음에, 계속해서 한국이란 국가가 얼마나 이미지가 좋은지 "여담"으로 덧붙이고 싶어하시는지 본인도 모르시니까요. 사실 매우 간단한 상황이잖아요. A라는 어떤 사람이 진짜 나쁘다, 쓰레기다, 짜증난다, 지가 얼마나 개차반인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끼어들어서 "여담"으로 A가 얼마나 다른 사람들한테 이미지가 좋은지를 이야기하면, 그 사람의 의도는 매우 뻔하지 않나요? 좀 놀려드리긴 했는데 이 간단한 상황을 모르고 계속 독립된 주제인것처럼 한국의 좋은 이미지에 대한 주장을 하시는 게 본인의 어떤 마인드인지는 좀 돌이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자기가 자기 욕망을 제대로 인지못하면 주변사람들도 매우 피곤해지거든요.


지금 갓파쿠님이 쓰고 계시는 글은 저나 다른 사람들이 지적하는 '한국은 인종차별이 심각하다'는 글에 대해 계속 반대하는 흐름으로 써져있습니다. 리사가 한국에서 인기 4위를 했다고 한국의 인종차별이 심한 건 아니다, 그 다음에 쓰신 글이 인종차별이 심각한 여러 나라들을 열거하면서 한국의 인종차별은 특별히 심하지는 않다고 하시고 (그런데 찔리긴 하셨는지 물타기해놓고 물타기는 아니라고 ㅎㅎ) 그리고 아예 또 글을 파서 한국의 이미지가 좋다는 걸 독립적으로 주장하고 싶어하고. 결국 본인이 인식하는 한국이란 나라의 이미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싶어하시는 거죠. 한국의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여론이 발생된 다.음.에. 사람들끼리 육성으로 대화를 나누는데 그걸 못듣고 그냥 한국 이미지 짱~ 이랬으면 대화를 못들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게시판에서 다른 사람들의 여론을 보고 그에 반응해서 글을 쓰면서도 본인의 의도를 모르신다는 게... 그 정도로 한국의 이미지를 지키고 싶은 무의식이 강하신 거겠죠. 제가 올리는 어글리 코리안 짤방에도 별다른 반박은 못하고 비아냥거리기만 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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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짤 하나만 올리겠습니다. 구글에서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 검색하시면 아주아주 많이 나올 거에요.


그리고 갓파쿠님의 이 말을 인용해볼까요. "그 나라의 이미지를 만드는건 그 나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식수준에 따른 행동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 때문에 아무 잘못이 없는 개인을 차별하는건 인종차별이 될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의식 수준을 얘기하는게 인종차별은 아닙니다." 제가 필리핀에 있었을 때 이거 정말 말도 못하게 겪었어요. 저는 그 당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 대화가 조금 더 잘되는 편이었는데, 선생님들이랑 친해지고 나면 그 분들이 저한테 얼마나 하소연을 많이 하시던지... 인종차별이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영어를 거의 못하는 상태로 필리핀에 가서, 필리핀 선생님들의 발음이나 억양을 계속 문제삼고 그걸로 뒷담화를 합니다. 문제는... 선생님들 발음이나 억양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단 겁니다. 그 당시 따갈로그 영어를 쓰시는 선생님은 딱 한분 계셨는데, 어차피 그분은 스피킹을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영어공부를 하는데 아무 상관이 없었어요. 나머지 선생님들은 전부 미국식 영어를 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면 영국식 영어로 바꿔서 대화도 해줬죠. 그런데도 검증 능력이 없는 한국사람들이, 저 선생님의 영어실력은 별로라면서 수업을 바꿔버리는 통에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죠.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필리핀은 한국보다 영어를 더 생활언어로 밀접하게 쓰는 나라인데...!! 


또 다른 이야기. 필리핀 선생님들이 대부분 여자였는데, 저랑 친해진 다음에 친구로서 그런 충고를 하더군요. 쏘니야, 혹시 클럽같은데를 가더라도 너에게 어떤 필리핀 여자가 접근하면 일단 경계해라. 왜냐하면 여기 젊은 여자들은 더 이상 한국남자를 믿지 않거든. 특히 마닐라나 보라카이 같은 곳을 갔는데 그곳에서 이쁜 필리핀 여자가 너에게 접근하면 그 사람들은 거의 다 hooker 아니면 bad girl이라 대놓고 말을 했습니다. 필리핀 여자들에게도 코피노는 이미 다 퍼질대로 퍼진 이야기라서 한국남자들의 악명이 굉장히 널리 퍼졌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자기 친구 아니면 건너 지인들이 코피노 때문에 어떻게 삶이 망가졌는지를 이야기해주었답니다. 이걸 직접 듣는데 정말 환장하겠더군요. 아 물론 필리핀 선생님들도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긴 했습니다. 그 당시 이민호가 제일 인기있었죠. 장근석이나 다른 남자배우들은 너무 angelic하다고 안와닿는댑니다. 그리고 한국 여자연예인 중에 이다해를 좋아했는데 이다해씨가 필리핀 영어를 우스꽝스럽게 재현하는 것 때문에 진짜 충격먹었답니다. 자기들은 되게 좋아했는데 그런 자신들을 그렇게 우습게 보고 있었을 줄 몰랐다고... 저는 이다해씨 개인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연예인이든 일반 학생이든 필리핀 사람들을 대하는데 전반적으로 한국사람들의 차별적 의식들이 계속 들통이 났었다는 걸 이야기하는 겁니다.


제가 한국에 돌아온 뒤 필리핀 선생님 중 유난히 활동력이 좋은 Z 선생님께서 한국여행을 오셨죠. 이 친구는 여행다니는 걸 진짜 좋아했는데, 한국에 와서 저랑 다른 친구를 불러서 가이드 겸 함께 홍대 투어를 했습니다. 순대를 먹으러 갔다가 반입 깨물고 나머지는 저보고 잔반처리를 시켜서 살짝 열이 받았던 ㅎㅎ 그리고 저보다 연상이었던 00형도 같이 불러서 아주 잠깐 인사를 나누었는데요. 이 00형의 친구란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자기도 필리핀에서 영어를 공부했었다고 본인 소개를 했었죠. 그리고 필리핀 사람들 말을 똑같이 할 수 있다면서 따갈로그 억양으로 영어를 우스꽝스럽게 말하는 짓을 시연하더군요. Z는 그 자리에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너무 똑같다, 정말 재미있다 하고 그 00형과 흉내쟁이와 헤어졌습니다. 뒤돌자마자 저는 F 워드를 쓰면서 그 자식 뭐냐고 쌍욕을 퍼부었는데, Z가 한숨을 쉬면서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더군요. 이런 일 정말 너무 많이 겪는다고. 일일이 화내면서 살 수가 없다고. 그 때 제가 바로 저지를 했어야 했다고 지금도 쓰리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저도 분명 빻은 소리들을 하고 다녔겠죠. 아니겠습니까? 저도 운이 좋아서 필리핀 선생님들과 친해진 덕에 어떤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던 거죠.


갓파쿠님이 한국의 국가적 위상을 아주 커다란 지표나 문화적 수출로만 인식하는 게 좀 순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모르실 수도 있다고는 생각해요. 지금 문화적으로 한국이 분명히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어떤 사실은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사실이 근거로 작동하면서 맥락을 인식하거나 맥락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니까 본인의 관광객으로서 찰나에 보고 들은 것만 근거로 쓰시기 전에,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생활적으로 어떤 현상들이 발생하고, 그 현상들이 국가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는 좀 종합적으로 생각을 하시길 바랍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자국민들을 얼마나 죽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발전시킨 건 사실 아님? 같은 소리를 하면서 본인이 게시판의 맥락과 무관한 무언가를 아무 이유없이 주장한다고 하시기 전에요. 사람들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본인이 왜 기를 쓰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는 좀 인지를 해두시는게... 본인이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시는지는 자유이지만 그 한국의 이미지를 "설득"하고자 하신다면 그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그렇게 심한지는 잘 못느끼겠어요.

이건 자기가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만나고 살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죠."


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본인이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만나고 살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이니, 본인이 겪지 못한 경험들도 좀 종합해두는 게 그래도 좀 성숙한 태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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