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그러니까 관심 없는데 클릭은 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전국 교사 및 교직원들과 교육 관련 기관들이 활용하는 업무 시스템입니다. 

크게 '업무 포털'이란 게 있고 학교, 교사들 기본 업무를 주로 처리하는 '나이스'와 회계, 시설, 각종 기안 결재 등과 관련된 업무를 주로 처리하는 'K-에듀파인'이란 걸로 나뉘죠.

이 시스템들을 한 번에 싹 다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붙여 놓은 거창한 이름이 '4세대 지능형 나이스'인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주아주 먼 옛날, 대략 20년 전 이게 처음 등장할 때 전교조와 교육부 간의 배틀이 있었죠.

전국 학생들 개인정보가 다 담기는 시스템 같은 걸 만들어도 되느냐고 전교조에서 따지고 교육부에선 완전 안전하니 괜찮다고 그랬고 그러다가 전교조 교사에게 한 방에 털리기도 했고 그래서 보안 강화를 하기도 했고 뭐... 사연 많은 물건입니다만.


문제는 이게 처음부터 교사들 업무에 대한 이해 없이 '걍 기능은 만들어 드릴게'라는 식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시작부터 탁월하게 구렸고,

예산이 아까웠는지 이후로 업데이트나 기능 개선도 어엄청나게 드문드문, 그것도 매번 깨작깨작 이루어졌어요. 사실 지금 '4세대'라고 하는데 저는 초창기부터 써 왔는데도 뭐가 어떻게 4세대인지 감도 안 잡히고 그렇습니다.



암튼 새로 바뀐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변경점이라면 이제 크롬에서 로그인이 된다는 겁니다. 전에는 안 됐거든요.

그리고 브라우저에서 실행이 됩니다. 전에는 별도 프로그램(물론 기능 대비 매우 무거움)과 대한민국 관공서급의 각종 보안 프로그램들을 깔아대야 가능했거든요.

그리고 자잘한 편의성 업데이트들이 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바보 같고, 종종 전보다 개악된 듯한 구석도 보입니다만 어쨌든 좋아진 부분도 많다는 거.

그래서 일단은 이것을 환영하며 받아들여야 하겠으나... 제가 굳이 글을 적고 있는 걸 보면 아시겠지만 그게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일단 개통 첫 날부터 서버가 맛이 갔습니다. 디아블로도 아닌데

원래부터도 사람들 많이 쓰는 날이면 버벅거리는 게 정상이었습니다만 그 수준을 넘어 데이터 조회도, 입력도 안 될 정도로 버벅거렸죠.

그래도 여기까지야 뭐 평소의 나이스이고 평소의 교육부구나... 하고 넘겼습니다만.


다음 날, 그래도 좀 버벅이 덜 해져서 실제로 업무를 보기 시작하니 그때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바뀐 기능들에 대해 이상한 전달이 옵니다.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너무 황당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뭐꼬!' 하고 손 놓고 있으면 다음 날쯤 교육청 메시지로 '아니 그러지 말고 걍 하던대로 해'라는 안내가 옵니다. 투덜투덜. 그래도 뭐 여기까지도 초창기니까... 했는데요.

업무 중에 쌩뚱맞게 로그아웃이 됩니다. '이용 시간 초과'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만 멀쩡히 계속 조작을 하고 있었는데 시간 초과라니 황당한 거구요. 또 이런 증상이 아주 랜덤하게 발생하니 문제인 거죠. 업무창 띄워 놓고 하나하나 뭘 수기로 입력하고 있었는데 저장 누르기 전에 걍 로그인이 풀려 버리니 뭐. ㅋㅋㅋ

그리고 몇몇 메뉴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작동을 안 합니다. 이건 서버 부하 때문도 아니고 그냥 기능을 잘못 만들어 놓았음이 분명한 증상들이어서 이 때쯤부터 생각을 했죠. 아 이거 완전 망했구나...

거기에다가 사람들 많이 안 쓸 시간에도 수시로 버벅거리고 메뉴가 안 먹고 그래요. 그래서 무슨 복불복에 운명을 맡기고 업무 처리를 하며 며칠 버티고 있었는데요. 결국 엊그제 정말 큰 일이 터졌죠.



자기 업무를 보다가 그 내용을 출력을 하는데, 아무 상관 없는 다른 학교의 아무 상관 없는 아무 업무 페이지가 출력이 되는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그 '아무 업무 페이지' 중 10건이 다른 학교의 2차 지필 평가 문항 정보표였다는군요.

이게 뭐냐면 곧 치를 시험의 정답과 배점이 표기된 표입니다. 이제 곧 전국 학교들의 2차 지필 평가(다들 익숙하실 표현으로 '기말고사') 기간이거든요.

그래서 전국 교사들이 자기 과목 시험 출제를 마치고 나이스에 정답, 배점을 입력 중인데 이런 일이 터진 것... ㅋㅋㅋㅋ


그리하야 현재 다수의 학교들이 이미 완료한 출제지를 다시 갈아 엎으며 문제를 아예 새로 내거나, 아님 문항 배치를 바꿔서 문항 정보표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네요.

덧붙여서 시험 출제, 수행평가 성적과 관련된 대부분의 기능들이 오늘부터 '한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합니다'라는 팝업과 함께 막혔습니다. 할렐루야.



그러니까 결국 총체적 난국입니다.


일단 시스템 변경을 이 타이밍에 했다는 것부터가 개그입니다.

앞서 말 했듯이 지금은 그 중요하다는 시험 문제 출제 기간이고 또 학기말 생기부 업무도 해야 하는 시점이거든요. 이 시국에 이런 혼란을 초래할 작업을 진행했다는 건 정말로 학교 사정에 대해선 개뿔도 관심도 아는 것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싸바싸바해서 일을 진행했다는 얘기 밖에 안 되구요.


이것도 위에서 이미 한 얘기지만 단순 서버 문제가 아니라 그냥 기능 구현 자체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버가 쾌적할 때도 작동 안 하는 기능이 많았어요.

거기에 덧붙여서 보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새 UI도 문제입니다. 전국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조달청에서 받은 15인치 비슷한 사이즈의 노트북으로 일을 보는데요, 새 UI는 가로 세로 비율 부터가 울트라 와이드 모니터에 맞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전체 창으로 확대를 해도 뭘 하든 좌우로 스크롤을 겁나게 하며 일을 해야 하구요. 또 그나마도 글자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물론 크롬에서 돌아가니 화면 확대를 하면 되긴 하는데, 그러면 스크롤로 왕복해야 할 거리도 더 멀어지구요. 결국 사업자 선정부터 에러였다는 얘깁니다. 무능한 양반들에게 나랏돈 팡팡 (2,800억!!!) 퍼준 결과로 이런 바보 같은 물건을 쓰게 된 거죠.


다시 생각해봐도 참 괴상합니다. 이렇게 정식 오픈하기 전에 현직 교사들 대상으로 피드백은 받기는 했던 걸까요? 무슨 깡으로 이런 미완성 망작을 대뜸, 다짜고짜 실무 현장에다 한 방에 배치할 생각을 했던 걸까요. 


뉴스를 찾아보니 사업자 측에선 '이번 주까지 다 고쳐 놓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솔직히 그 때까지 다 고쳐질 거란 생각도 안 들구요. 뭣보다 전국 교사들이 이미 한 주를 삽질하며 날려 먹고 있는 이 시점에 너님들은 테러를 저지른 거라구요.

뉘신지 모르겠으나 교육부 책임자 몇 명은 모가지를 날려야 할만한 건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런 일은 없겠죠.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ㅋㅋ




 + 참고로 이 '나이스'라는 이름 말입니다. 원래 철자는 NEIS입니다. 뭔가 줄임말이었는데 하도 오래 전이라 기억은 안 나고. 암튼 그래서 초창기엔 다들 '네이스'라고 불렀어요. 근데 전교조와의 대립과 그 와중에 털리고 망신 당하고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 시스템 이미지 바꿔 보겠다고 정식 명칭을 '나이스'로 정했다는 정말 바보 같은 사연이 달려 있는 이름입니다. ㅋㅋㅋ 전 짜증나서 늘 그냥 네이스라고 부르는데 이런 게시판에서 그러면 아무도 못 알아들으실 것 같아서 한 번 그 이름을 불러봤습니다. 나이쓰!!!!!!!



 ++ 어쨌든 이것도 시간 지나면 어떻게든 되겠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은 무리겠습니다만. ㅋㅋ



 아이코. 이걸 올려 놓고 검색해보니 이 분들도 아직 현역이었군요. ㄷㄷㄷ

 솔직히 아는 노래는 이거 하나 밖에 없는 분들입니다만. 일단 뤼스펙트부터 바치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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