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매일 대하는 고객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단 웃으며 잘 대해드리고 도울 일이 있으면 얼른 나서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 고객이 너무도 불편합니다.

저와 나이 차이가 좀 지는 남자분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불편했던 정도였다가,

일일이 다 적기 어려운 몇 가지 일들 때문에 저는 그 분을 더더욱 불편해하고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이게...단순히 그냥 불편한 게 아니고요. 일단 그분의 눈을 마주치는 게 끔찍합니다.

물론 저는 그분에게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라, 매일의 인사며 기본 응대 등 의무는 충실히 합니다.

다만, 다른 분들에게 하듯 활짝 웃어지지 않고, 눈을 피하게 됩니다.

그분이 이런 저를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차라리 눈치채기를 바랐습니다. 적어도 직원으로서 그분에게 기본 응대며

서비스를 제공하니, 적절히 거리만 두어 준다면 이대로 상태가 유지되어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그분이 저의 동료분과 함께, 저와 식사를 하자고 합니다. 

(요즘 연말이라 고객들과 식사를 할 일이 종종 있습니다)

처음에는 핑계로 저는 그 자리에서 빠지려 했는데, 곧바로 다른 날짜를 대면서까지 꼭 식사 약속을 잡으려 하더군요.

결국 한번은 식사를 해야 하게 생겼습니다.



아직 텀이 좀 있는 일인데도, 벌써부터 식사 약속한 날만 생각하면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성격으로 서비스의 성격이 포함된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 걱정이 됩니다만)

그분과 식사를 하며, 전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땅만 바라볼 순 없을 테니 종종 눈을 마주쳐야 할 텐데,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응대도 해야 하는데,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올리브유를 계속해서 들이넘겨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식사 자리가 될 듯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해 나가며, 또 사람들을 만나며 싫거나 불편했던 분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싫음은 처음입니다.

나를 희롱했던 사람과 한 자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앉아 있어야 할 때의 끔찍한 기분이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은, 어차피 계속 핑계를 대어도 그분도 계속 날짜를 바꿔 가며 식사를 하자고 할 테니

그냥 한번만 참으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경험이 있으신지요?

또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거나 그 자리를 넘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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