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1 22:45
지금 일하는 곳에서는 매일 대하는 고객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단 웃으며 잘 대해드리고 도울 일이 있으면 얼른 나서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 고객이 너무도 불편합니다.
저와 나이 차이가 좀 지는 남자분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불편했던 정도였다가,
일일이 다 적기 어려운 몇 가지 일들 때문에 저는 그 분을 더더욱 불편해하고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이게...단순히 그냥 불편한 게 아니고요. 일단 그분의 눈을 마주치는 게 끔찍합니다.
물론 저는 그분에게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라, 매일의 인사며 기본 응대 등 의무는 충실히 합니다.
다만, 다른 분들에게 하듯 활짝 웃어지지 않고, 눈을 피하게 됩니다.
그분이 이런 저를 눈치챘는지는 모르겠지만(차라리 눈치채기를 바랐습니다. 적어도 직원으로서 그분에게 기본 응대며
서비스를 제공하니, 적절히 거리만 두어 준다면 이대로 상태가 유지되어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그분이 저의 동료분과 함께, 저와 식사를 하자고 합니다.
(요즘 연말이라 고객들과 식사를 할 일이 종종 있습니다)
처음에는 핑계로 저는 그 자리에서 빠지려 했는데, 곧바로 다른 날짜를 대면서까지 꼭 식사 약속을 잡으려 하더군요.
결국 한번은 식사를 해야 하게 생겼습니다.
아직 텀이 좀 있는 일인데도, 벌써부터 식사 약속한 날만 생각하면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런 성격으로 서비스의 성격이 포함된 일을 해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 걱정이 됩니다만)
그분과 식사를 하며, 전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땅만 바라볼 순 없을 테니 종종 눈을 마주쳐야 할 텐데,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응대도 해야 하는데,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올리브유를 계속해서 들이넘겨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식사 자리가 될 듯 싶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해 나가며, 또 사람들을 만나며 싫거나 불편했던 분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싫음은 처음입니다.
나를 희롱했던 사람과 한 자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앉아 있어야 할 때의 끔찍한 기분이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은, 어차피 계속 핑계를 대어도 그분도 계속 날짜를 바꿔 가며 식사를 하자고 할 테니
그냥 한번만 참으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경험이 있으신지요?
또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거나 그 자리를 넘기셨나요?
2015.12.21 22:55
2015.12.22 08:54
아래 답변을 보고 손목을 걸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수단과 방법을 다해, 다소 뻔뻔하고 싸가지 없음으로 찍히는 것을 무릅쓰고서라도 나가지 말고 버티세요.
그것이 공적인 업무가 아니라면 주위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때때로 그렇게 내 속의 얄팍한 자존감이나 감정 한 끄트머리 때문에 버티는 것이 대단히 멍청하고 사치스러울 때도 있으나...
사회생활에서 때때로 본능적으로 위험신호등을 켜는 경우에는 그런 소모적인 일도 필요하기도 합니다.
만약 원치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본인이 딱 부러지게 행동할 자신이 있을 때만 나가세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민폐 끼치는 것 같아서, 내가 분위기 망치는 고문관 같아서 그런 원치 않는 자리에 희생하듯 나가는 짓은 마셔요.
2015.12.21 23:00
절대 나가지 마세요. 그냥 빌미제공일뿐입니다.
2015.12.21 23:27
친구 한 명 같이 가도 되느냐고 물으시고 아는 남자분 (친구, 가족 등등) 아무나 동행해서 남친이라고 소개하시길. 동행이 곤란하다고 하면 식사 중에 등장하게 해서 상당히 집착 쩌는 남친이라 계속 연락한 끝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온 것처럼 꾸며도 좋고요. 얘랑 엮이면 이래저래 피곤하겠다 느끼면 떨어집니다. (물론 이애 참 맹랑하네 쯔쯔 라면서 모드 돌변시키는 부수효과도 있고요)
2015.12.21 23:27
'그냥 한번만 참아라' 어휴 읽는 제가 딥빡 일단 약속 취소하시구요
2015.12.21 23:34
여튼 네버네버네버 만나지 마십시오
2015.12.21 23:34
별 뾰족한 수를 못 드리네용 지성 ㅋ
2015.12.21 23:43
제가 너무 저의 감정을 강조하여 글을 적어 댓글 주신 분들께 조금 잘못 전달드린 것은 아닌지 죄송스러워지네요...일단
식사시간과 장소는 안전한 때와 장소이고요, 그분이 그토록 싫은 것은 우선 저의 감정적인 부분이 큽니다(그분이 드러내놓고
저에게 잘못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분은 아마 제가 이처럼 자신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면 왜?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무슨 특별한 계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거든요.(하지만 상대인 저로서는 그렇지 않지만요)
그냥 일상적인 약속처럼 주변 분들께는 보일 겁니다. 그런 식사자리이기도 하고요...다만 제가 그 상대가 너무 싫다는 것이죠.
'위험한' 사람을 대할 때라기보다, '매우 싫은'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여쭙는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걱정해주신 답글들 감사드려요...
2015.12.22 00:53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얼른 해치워버리는게 낫습니다.
그거 치워 버릴때까지 받을 스트레스 생각하면 후딱 해버리고 연말을 즐겁게 보내는게 더 좋을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겠지만, 이럴때는 정공으로 해결하는게 더 나아 보입니다.
싫은 사람 만나고 싶지 않은거야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게 사람 본능이겠지만
글쓴분이 이야기 하셨듯이 한번 식사를 하지 않고는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이상 피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사도 일이라고 생각하시는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일 하다보면 먹기 싫은 밥도 먹어야하고 드럽고 치사해도 일이라서 해줘야 할때도 있는거죠.
어쩌겠습니까, 그게 을의 입장이고 그게 이세상에서 돈을 버는 방법의 한 부분인걸요.
그래도 피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곳에 이렇게라도 묻는것은 아마도 글쓴님꼐서도 피할 방법이 없다는것을 알고 하는 하소연이지 싶습니다.
어차피 하시는거라면 이걸 기회 삼아서 자세히 더 관찰해 보세요, 관찰하다보면 (귀기울이다보면) 그 사람의 대처 방법이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중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2015.12.22 08:10
어떤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객과 사적인 식사자리를 해야 하는 게 필수인 일이 잘 상상이 가지 않네요. 그 고객이 서비스를 받는 입장의 갑이어도 왜 동료와 셋이서 식사 자리를... 그게 공적인 영역으로 구름진하늘님의 업계에서는 당연한 일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보시고 아니면 피하심이 좋지 않나요. 공적인 척을 해서 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만큼 떼어내기 힘든; 게 없잖습니까. 태도에서 공적인 뉘앙스를 못 지키는 갑을관계는 피곤한데 그런 사람을 사적으로 만나서 더 좋은 인상을 받을 리는 없을 것 같아요. 이유도 없이 일적인 관계의 사적인 약속 만들어 여성을 만나고 시간 보내고 싶어하는 남성... 없으리라 보는데...-_-; 더군다나 나이 차이가 지는 남성... 클리셰지만 말 그대로 뻔한 그림이 그려지네요; 세상에 자기보다 젊은 여성과 어떻게든 어떤 만남이든 해보려는 아저씨...들 생각보다 많은데 답은 무조건 그럴 일 없게 피하는 거라고 전 생각되는데요.
보통 이성이 나에게 이상한 거부감을 일으킬 때 왜 이러지 싶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나의 직감이 불행하게도 딱 맞았다(...) 싶은 일이 초래되지 않나요. 구름진하늘님이 불편한 이유는 감정이 아니라 이유가 있을 것 같고 자기 검열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윗분들 말씀처럼 구름진하늘님께 혹 사적인 질문이 들어왔을 땐 애인 있다고 확실히 짚고 말씀해두시라 저도 한 마디 더 보태고 싶군요.
2015.12.22 08:32
물론 업무매뉴얼에 정리된 일도 아니고 개인이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지만, 저는 그냥 무던히 뭍어 넘길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업무의 하나로 생각하고 최대한 내 감정 비우고 나가서 식사를 하고 오겠습니다. 철저히 개인적인 대화는 배제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농담이 들어오면 웃어보이고, 필요한 말만 필요할 때 하는 그런식이 되겠군요. 개인적 감정으로 업무에 엮인 사람을 대한다는 인상은 비춰지기 싫거든요. 대신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나오면 바로 제재를 해야겠죠.
2015.12.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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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분이 그냥 한번만 참으라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나 불편한 상황이 되었을 때 대신 책임을 져줄 수 있답니까?
이번에 밥 먹는 걸로 퉁치고 또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오히려 핑계가 된다는데 제 손목을 걸겠습니다.
밥 못 먹어서 환장한 사람도 아닐테고 밥을 같이 먹자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이건 까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편한 상황을 강요하는 오너라면 더한 상황에서도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받을 자신이 없으시다면 그런 이유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 나가지 마세요.
저렇게 본의아니게 면죄부를 주고 더한 폭력 앞에 노출되면 오히려 여지를 줬다는 핑계거리만 줄 뿐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지인이 끝내 사표를 쓰고 나왔음에도 이상한 소문까지 덧씌워져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려 노이로제에 걸려 아직까지도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