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1 10:50
저는 일단 <깨어난 포스>를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4편과 5편의 요소들을 흥미롭게 변용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흥분이 가실 새가 없었어요.
그건 그렇고, 레이와 핀, 스노크의 정체에 대한 떡밥들이 뿌려진 가운데 갖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핀은 랜도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는 모양인데, 일단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밍된다는 다른 퍼스트 오더 스톰트루퍼들과 달리 마을에서 납치되어 세뇌당했지만 그 세뇌가 잘 먹히지도 않았고, 블라스터는 물론 광선검까지 어느 정도 컨트롤하는 걸 보면 분명 일개 스톰트루퍼는 아닌 것으로 보이죠. 캡틴 파즈마가 그토록 쉽게 실드를 해제한 것도 핀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포스 센서티브라서 무의식 중에 마인드트릭을 쓴 게 아니냐는 말도 돌고 있습니다.
스노크 역시 다스 시디어스의 부활이다, 에피소드 3에서 언급된 다스 시디어스의 스승 다스 플레이거스다 등등 말이 많죠. 스노크가 '카일로 렌의 수련을 완성시키겠다'고 한 말 역시 '시스는 수련을 완성하기 위해 제자가 스승을 죽여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카일로 렌으로 하여금 그의 스승 루크 스카이워커를 죽이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레이의 출생의 비밀입니다. 현재 나온 설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루크의 혈육이다. 아나킨, 루크, 레이가 모두 사막 행성에서 고물 만지면서 자랐다는 것,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라이트세이버에 반응한 것, 그토록 놀라운 포스 능력, 비행 능력, 기계장치 이해 능력을 지닌 것 등등이 근거로 제시되죠.
2) 오비완의 혈육이다. 이건 아래에 다른 분이 쓰신 실제 성우 목소리 녹음, 스탭의 언급 등으로 굉장히 유력한 가설입니다.
3) 팰퍼틴의 혈육이다. 레이가 검을 사용하는 방식이 에피소드 3에서 팰퍼틴이 검을 사용하는 방식과 판박이라는 점이 핵심 근거입니다.
4) 그러나 무엇보다 제게 솔깃한 것은 네 번째 설입니다. 바로 루크의 팔을 바탕으로 탄생한 클론이라는 설이죠. 그 설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에피소드 5에서 다스 베이더가 루크의 팔을 베어버리는 통에 루크의 팔과 라이트세이버가 같이 날아가 버리죠. 다스 베이더와 비슷한 역할을 할 자를 찾던 퍼스트 오더 측에서 그 팔과 라이트세이버를 회수하여, 에피소드 2부터 이미 활성화된 바 있는 클론 기술을 통해 레이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레지스탕스에서 이를 탈취, 라이트세이버는 마즈 카타나에게 맡기고, 레이는 자쿠 행성에 숨겨 두었다는 거죠.
이렇게 따지면 굳이 자쿠 같은 행성에 막스 폰 시도우 급 배우가 연기하는 원로 투사가 죽치고 있던 것이나(벤 케노비가 루크를 지켜보았던 것처럼 감시자 역할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죠.), 마즈가 라이트세이버를 어떻게 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할 말이 많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이나, 레아가 뭔가 익숙한 사이인 양 레이를 대하는 것도 설명이 되죠. 또한 이 설에 따르면 루크=레이가 되기 때문에 레이가 별다른 수련 없이도 능숙하게 우주선 조작을 하고, 포스도 쉽게 컨트롤하며, 라이트세이버 역시 능하게 다뤄 카일로 렌과 호각을 다퉜던 것도 설명이 되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15.12.21 11:05
2015.12.21 11:53
2015.12.21 12:15
2015.12.21 12:43
저는 1,2,3,4 다 아니었으면 합니다.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 누구의 손자, 누구의 클론, 누구의 수제자, 이런 식으로 알고보니 다 혈연, 학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뒷 이야기는 이제 좀 그만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그냥 뒷 배경에 딱히 아무 관계 없이 그냥 어릴 때 우연히 한번 어떻게 엮인 적 있는 인물 정도면 좋겠습니다. 다스베이더가 원래 시골 행성의 그냥 가난한 아이였는데 결국 우주를 뒤엎는 대악당이 되었듯이, 결국 우주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사람도 그냥 시골 행성에서 부모님 기다리던 아이인게 전부라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 합니다.
2015.12.21 21:38
저도 여기에 동의 ㅎㅎㅎ 어차피 최고 악당인 다스베이더부터가 근본 없는(....) 노예소년 아니었나요. 굳이 유사성을 주고 싶다면 똑같이 근본 없는 컨셉으로 갑시다 개인적으로 스카이워커 가랑 상관없는 스타워즈 우주에는 별 관심이 없으니 엮고 싶어하는 팬심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가족이 확장되는 방법에는 출생의 비밀만 있는 게 아니고 인간이 불멸성을 추구하는 방법에도 유전인자 보존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2015.12.21 12:55
2015.12.21 13:01
지가 지입으로 어릴 때 고향 마을에서 뽑혀왔다 그러지 않았나요 킹아더 생각이 조금 났습니다만
2015.12.21 13:16
2015.12.21 14:05
미국 팬덤의 분위기나 쌍제이나 루카스의 사상적 방향성 (?) 등을 고려할때 3번이 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해요. 그러나 곽재식님의 의견에 대찬성입니다. 혈통적 연줄이나 "알고보니 어릴때 같이 놀던 걔야!" 식의 연줄도 참 미국 블록버스터나 프랜차이스에서 우라지게 많이 봤는데 좀 그만 했으면 싶네요. "어디서 굴러왔는지 모를 말뼈다귀" 가 고귀한 혈통들의 자손들을 걷어차버리는 그런 얘기 좀 보고 싶습니다.
2015.12.21 14:43
5). 클론 기술로 탄생한 생명체는, 왜인지 원본이 남자인 루크인데도 여자 클론으로 태어나 레이-00, 레이-01, 레이-03 등의 넘버링이 매겨지게 되고...
매일같이 퍼스트오더 악당들과의 결전이 이어지던 나날, 묘한 혈육의 정을 느끼던 카일로군을 지키기 위해 자폭,
그러나 다음날 병원에서 깨어나는 레이. '난 아마도, 3번째인 것 같아'
2015.12.21 22:01
밝혀지지 않았던 성은 역시 아야나미인걸로!
2015.12.21 14:56
6) 다스베이더의 또다른 자식. 참... 몸도 성치 않으신 분이.
2015.12.21 14:57
저도 푸른빛의 라이트 세이버는 아나킨이 쓰던 것이란 게 좀 걸립니다. 제국의 역습에서 루크가 잃어버렸고, 제다이의 귀환에서 루크는 녹색 라이트 세이버를 사용하죠.
이 블루 라이트 세이버는 아마도 제국군이 회수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술집에 가 있다..
루크의 클론인데 반란군이 제국군 잔당으로부터 탈취해서 키웠을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거기에 더 이상한 건 자쿠 행성에는 레이 뿐 아니라 밀레니엄 팔콘도 있다는 거. 아마 루크의 클론 탈취 작전은 란도가 개입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자쿠 행성 같은 척박한 곳에 루크 클론 숨겨 놓고 그 키워주는 대가로 밀레니엄 팔콘을 주고 간.. 제다이 같은 것과 멀리 있게 하려고 라이트 세이버는 가져갔겠죠.
그리고 란도는 퍼스트 오더에 잡혀 그 아들이 스톰 트루퍼로 키워지게 되는데..
2015.12.21 15:12
밀레니엄 팔콘은 한과 레이의 대화로 볼 때, 한에게서 훔쳐간 자가 있고, 사이먼 페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다시 그걸 훔쳐서 보유하고 있었던 걸로...
2015.12.21 15:21
구체적으로 '훔쳤다'고는 안나왔던 것으로.. 혹시 XX가 가지고 있었냐고 하니 YY가 그에게서 훔쳤다(혹은 빼앗았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닌가요..?
그냥 한 솔로가 자쿠 행성의 유명한 고물 상인의 이름을 댄 것일 수 있죠.
2015.12.21 15:33
제 기억으로는, 한이 레이에게 듀케인이 팔콘을 가지고 있었냐고 묻자, 레이가 웅카르가 듀케인에게서 훔쳤다고 답하고, 한이 다시 듀케인은 나한테서 훔쳤고! 라고 했던 걸로.
2015.12.21 15:11
기억을 잃은 루크의 제자.. 인 설정도 재미있겠네요. 카일로의 만행때 충격을 받아 기억을 잃어버렸다. 세이버를 만졌을때 보는 환상이 잃어버린 기억이다.. 카일로가 깽판칠때 너무 어려서 카일로는 못 알아보는 것 ..
2015.12.21 23:48
아무리 SF가 아니라지만, 루크의 클론이 레이가 될 수 있나요! 최소한 아야나미 레이는 이카리 유이의 클론이잖아요. 그래도 4번 설정이 흥미롭긴 하네요.
2015.12.22 00:12
그럼 레아의 클론 레...이....ㅋㅋㅋ
2015.12.21 23:51
스타워즈 확장판 세계관에서 루크의 부인이 제국 스파이였던 걸 생각하면 너무 전형적이지만 1+3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혹은 2+3 ㅎㅎ
2015.12.22 11:14
그냥 저도 레이는 누군가의 혈육이 아닌 그런 소녀였음 싶네요. 핀도 그렇고 포 다메론도 그렇고 카일로 렌 혼자만 혈육인 편이 훨씬 좋은 거 같아요.
2015.12.22 16:17
스타워즈의 고질적인 문제가 저도 이 영웅 모험담, 혈육 등등 금수저가 다 해먹는 세계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학적이지도 않고, 우리에게 어떤 감동을 주지도 않죠. 고전적 영웅의 여정 이야기는 현대에 와선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전 이번 핀 캐릭터가 좋았어요. 핀은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며, 프로그래밍 된 레디메이드 휴먼이잖아요. 흔히들 비아냥거리는 기믹일 뿐인 스톰트루퍼에 개별적 자아를 주고 그런 존재 조차도 우주의 운명을 건 모험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건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혈통과 영웅, 그에 따른 사유를 가져가는 레이와, 그런 영웅의 정 반대 급부인 레디메이드 인간인 핀은 찰떡궁합인 거 같아요.
물론 레이는 시스나 다크사이드 측의 후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야 카일로 렌과 대칭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선과 악은 혈통이나 운명으로 결정되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것이라는 관점은 아주 단순한 선악구도였던 오리지널 트릴로지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봅니다. 카일로 렌이 "용기를 내어" 선택했던 것처럼요. 또한 레이가 bb-8을 팔아버리지 않았던 것처럼요.
레이가 루크의 후손이면 필연적으로 루크와의 대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통 안에 갇혀버린 영웅의 DNA 이야기가 되버어리겠죠.
한줄요약. 저는 3번에 겁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5264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3811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2314 |
안전한 해석은 1번, 흥미로운 해석은 4번이죠.
파드메를 쏙 빼닮은 레이의 얼굴이나, 레이를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레아가 구출된 레이를 말없이 안아주며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뭔가 포스의 동질성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인데, 이건 위 두 가설에 다 부합하기도 하고. 게다가 그 루크의 라이트세이버가 레이를 직접 불렀다는 점도 의미심장.
레이의 거처에 있는 X-윙 조종사의 인형, 헬멧도 재밌는 상징이긴 하더라구요. 공식 설정상 헬멧은 걍 레이가 스캐빈저 생활하면서 얻은 것처럼 되어 있긴 하지만.
오비완 가설도 굳이 알렉기네스 목소리를 잘라내어 사용할 정도의 열의라니..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데, 이건 요다 음성도 같이 들어간 거라 포스의 영들이 레이를 부른 걸로 퉁치면 설명이 될 듯하니 패스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