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9 23:32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겸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진급여부를 묻는 서류가 날아와 작성하다가 갑자기 꿈틀~! 비위가 뒤틀렸다.
아이 진급여부를 묻는 서류에 종교는 왜 물으며 (사실 이 어린이집의 '좋은나라 성품학교'라는 기독교계에서 나온 교육법-이 맘에 안들었던 터라 더 .)
양 부모의 학력은 왜 묻는걸까. 아빠 회사 이름도 굳이 쓰란다.(공란 허용 노노)
이 유치원이 좋은나라 성품학교 교육을 시키는 줄, 아니, 그게 무슨 교육을 시키는 건지 사전에 알았다면 이 유치원 절대 안보냈다.
교육씨디라고 받아온 걸 틀으니 책임감~!!!!하나님의 종~~!!어쩌고 하는 노래가 나오질 않나..유치원에선 절대 기독교교육 아니라고 하지만.
안 그래도 이 유치원 미술교육도 너무 맘에 안들었다. 만 3세 아이에게 사물의 도안을 더 훈련시키라고 통신문이 온 것부터가 어이없었고
유치원에서 자기가 그린거라고 가져온 그림은 선생님 작품이 확연했다. (아이는 아직 제대로 된 사물의 형태를 그리지 못하는 걸 내가 아는데
가져온 해바라기 그림은 꽃잎이 낱낱이 방사상으로 동그랗게 그려져있다. 지금 뭐하는거임??)
영어는 내가 사전을 찾아야 할 정도의 단어가 사용되는 수준인 것이 아연했고. 얼마전부터 한글 선행학습 하느라 글자를 너무써서 손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를 보며
병설유치원은 이런 선행학습이 그나마 덜하다고 들어서 오늘 서류를 받아왔다. 오 그래 인적사항은 연락처와 주소가 전부군. 이게 제대로지!
근데 방금 전 아이가 잠들기 직전에 어렵게 사귄 친구가 오늘 하루 유치원을 쉬어 너무 슬펐다고 말하는데 또 고민
친한 친구와 진급하도록 힘들어도 그냥 기존 유치원을 다니게 놔두는게 맞지않나 싶기도 한거다. 익숙한게 아이는 더 편안하겠지
안그래도 수줍은 녀석이라 친구 사귀는걸 어려워 하는데...환경이 확 바뀌면??아아.
이 유치원 맘에 안드는 거는 내가 너무 유별난 거라고 남편도 생각하니까...남편은 내가 "한국나이 다섯살은 사물의 형태를 분명하게 그릴필요가 없는 거라고" 주장하면 고개를 갸웃한다
그냥 남들 하는대로 평범히 가는게 낫지 않느냐고....남들보기에 잘 그리면 좋은거 아니냐고..그치만 당신 하자는 대로 할게. 오 그래, 그거 동의여, 위임이여, 책임회피여??
하긴 미술교육은 어디를 가도 아마 니 맘에 들게 교육하는데는 없을거라고 친구도 그랬다. 아 그런가. 그냥 선생님이 이렇게 그리라..고 지시만 안하면 되는건데
그게 그렇게 힘든 교육이란 말인가. 학부모 눈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내야하니 미술선생들도 힘들겠지....그래 사회가 다 그런가.
내가 불만인 이 유치원은 이 근처에서 완전 인기 유치원인걸. 남들 다 보내고 좋다하는 곳인걸 알고 나도 보낸건데...1년쯤 지내보니 나는 그렇네.
상담간 병설유치원 선생은 딱 잘라 우리동네에 득시글한 대형유치원들을 가리켜 "거긴 학원이죠" 라고 말한다.
내가 지나친 선행학습을 피해 왔다는 말을 해서 단순히 맞장구쳐준거겠지만.....뭐랄까..거시기하다.
아이는 월요일이면 항상 "몇 밤자면 유치원 쉬어?" 라고 묻는다. 처음엔 흘려듣다 그 말을 석 달쯤 들으니 내가 돌아버릴것같다.
유치원 가는게 그렇게 싫으냐고 물으면(이건 정말 나쁜 질문인걸 안다)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침이면 알아서 세수하고 가방챙기는 우리아이.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류는 쓰고 내일 접수는 하겠지만 그것도 추첨이 뽑혀야 다니는거다. 병설이니 뽑히면 그 근처로 이사를 가든가 내가 면허를 따야한다
그 병설유치원의 본초등학교가 혁신학로교 지정받았다는 말에 더 열심히 달려가긴 한거지만..그 동네 부동산 비싼데 과연 이사는 가능한가.
고민을 여기까지 하다가 문득
그냥 지금 사는 상태가 너무 지겨워 변화를 원하는 건
아이보다는 나 자신인거 같다는 혐의가 밀려오네요........윗글이 반말인건 혼자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읊어서입니다.
전업주부 애엄마로 사는거 정말 지겹습니다.
아이가 밉다거나 남편이 미운게 아닙니다...남들이 보면 성실히 돈 벌어다주는 남편덕에 맞벌이도 안하고 사는데 먼 걱정 하겠지요
평탄한 일상 밑바닥을 살펴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내가 굴러다닙니다...난 지금 뭐하는거지??
애초에 결혼생활과 엄마노릇이 적성에 원체 안맞는 인간이란걸 뼈저리게 절감중입니다.
내일 일어나면 기분이라도 좀 나았으면 좋겟어요. 365일 전부 어딘가 늘 기분이 나쁩니다.
아름답고 프로페셔널하게 살림도 육아도 똑소리나게 잘하며 부업으로 돈도 많이 번다는 티비에 나오는 여자들 재주는 신묘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아이가 유치원 다니면서부터 이런 고민이라도 합니다. 하하하
그전엔 이런 고민을 할 시간조차 없었죠...아이가 아직 미성숙했다면 전 짐승에 가까웠던거 같네요.
이제야 겨우 숨돌릴 시간을 얻지만...멍 때리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멍이라도 안 때리면 저는 못 견디니까요.
롤러코스터 널을 뛰던 기분변화도 호르몬 조절제를 먹으니 한결 인간에 가까워져 좋네요.아이에게 성질을 덜 내게되 다행이라 여깁니다만
상대적으로 하루에 몰아치던 우울이 여러날 희석된 형태로 변형된거라...그래도 이성적으로 컨트롤되는게 어디에요.
지금 하는 제 고민이
순수하게 아이를 위한건지
내가 원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네요.
푸드덕~!
2015.11.19 23:45
2015.11.19 23:49
숲유치원..저도 근처에 있기만 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보내고 싶습니다만....그것도 수도권에나 있더군요.
귀하디 귀한? 생태유치원이 있긴 한데 비싼건 둘째치고 거기도 영어는 기본입니다. ㅎㅎ
저도 윗 교장선생님과 생각이 같아요.지금이라도 놀지 않음 도대체 언제 노나요.
2015.11.19 23:53
그러게요. 지역이 어디신지 몰라도 숲유치원이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라.. 이 지역에서도 보내려는 엄마들 사이에 경쟁이 좀 있더라구요. 비용부담은 일반 어린이집과 비슷합니다. 선생님들이 이거저거 요구하는 것도 없고 촌지도 절대 안받으시구요. 영어는 아예 가르칠 생각조차 없습니다. 벌레 이름, 나무 이름, 꽃이름은 가르쳐요. 애들이 더 잘알더군요. 덕분에 저희도 집에서 장수풍뎅이도 기르고 귀뚜라미도 키웁니다. 저의 벌레 공포증을 조금 고쳤지요.
저는 일생 놀기만 한것 같은데.. 사실 어릴때 논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놀아본 기억으로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땐 다 그랬는데..
2015.11.20 02:07
진정 생각이 깨이신 학부모님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학부모는 남의 애가 못 쓰는 글자, 못 그리는 그림에 열광하며 평균적인 아이가 할 수 없는 수준을 요구하며 내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끌어내지 못 한 교사를 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거든요~솔직히 아이가 특정 부분에서 성인을 놀라게 할 수준을 보여 준다면, 그 아이는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 난 존재일 경우가 90% 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아이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라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내가 특별하지 않았다면 내 아이가 특별하지 않은 건 당연한 이치 이고, 특별함은 절대 축복이 아닌 가시밭길의 시작인대~세월이 갈 수록 특별함에 열등감을 가진 부모가 늘어 남에 속이 상 할 뿐입니다!
2015.11.20 04:49
2015.11.20 10:46
.....전 제가 유난한게 아니라는 말이 듣고싶었던거 같아요. 고맙습니다.ㅜㅜ
남편이 너무 시큰둥해서..의지가 꺾이더라구요. 아이에게 못할짓 하는건가 회의도 들고.
힘 내서 등록하러 갑니다. 정말 감사해요. 정말.
2015.11.20 09:30
그 유치원 비싸시면 옮기시고요 안 비싼데 고급영단어까지 가르치면 있어보세요. 놀게 하는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선생이 그린 그림 들려보낸거면 목적이 너무 확실한 행동같아서 기분이 안 좋군요.
2015.11.20 09:33
학습을 시키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갈 날짜도 가까워지잖아요? 9시에서 12시까지 앉아서 공부 배워야 하는데 그때 생길 부작용 지금 있으면 어때요. 순응을 시킬 때죠. 그런데 하나님의 종 운운과 선생이 그린 그림은 기분이 안 좋군요.
2015.11.20 09:49
유치원 얘기는 제가 함부로 조언 드릴 입장이 아닙니다만, 장모종님의 이 댓글 자체에는 전 좀 반대입니다.
그 때 생길 부작용은 그 때 겪으면 됩니다. 순응이라는 말을 앞세워 3년씩이나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봐요. 애가 태어난 지 몇 년이나 됐겠어요. 3년은 긴 세월이죠.
2015.11.20 09:48
성인으로서 절정의 시기에 애엄마로 사는 거 정말 힘이 들어요.
생각하다보면 화가나고 억울해지다가도 아이를 생각하면 엄마라는 작자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게 한없이 미안해지고..
과거에 결혼이나 육아에 대해 왜 좀 더 깊이 사유해 보지 않았는지 깊은 후회를 해 보지만
뭐 어쩌겠어요. 내 눈을 찔러야지. 흙..
2015.11.21 19:21
ㅎㅎㅎ ㅜㅜ;;;;;;;;;그러게요. 어쩌겠어요. 이녀석이 낳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낳아 놨으니 최소한 인간의 대접을 해주며 키워야 하는건 제 몫.
엄마의 무게가 이정도인줄 미리 알았다면 시도 안했을지도요.
2015.11.20 09:50
2015.11.20 10:53
아이가 있으면 님도 반드시 그렇게 되실겁니다.^^;; 물론 선호하는 학교의 기준이야 사람마다 천양지차.
2015.11.20 10:50
저도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유치원을 골랐는데, 애가 '누구야' 하고 부르면 유치원 이름을 부르면서 일어납니다. 군대처럼요. -_- 맨날 밥 늦게 먹는다고 정리 늦다고 혼나고 오는걸 보면서 ..학예회 한다고 한달을 연습시키는걸 보면서..2년을 고민했는데... 또 고민이네요.
숲유치원, 공동육아 ..다 좋은데 환경이 받쳐줘야 되죠. 안전이 불확실한 봉고차 타고 15분 이상을 가야 한다거나.. 엄마가 한달에 한번씩 가서 공동 선생님을 해줘야 한다거나...워킹맘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지들..
전 내년이면 7살인데 옮겨보려구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쉽지 않은 아이지만, 차라리 소수 아이들을 모아놓고 선생님 눈길한번 더 받아가며 다니면 좀 더 즐겁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
2015.11.20 11:05
학예회연습이라고 하시니...네 지금 유치원의 가장 큰 감정적 불만이 그거에요.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않고 학부모에게 뭔가 어필하려고 애쓴다는거요.
입학설명회 날, 학부모 대강당에 모셔놓고 자기 유치원은 이러이러하다 설명하는데 두 시간...
각 교실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이 지겨워서 몸이 뒤틀리고 울고..제 아들은 짜증이 심하게 나서 결국 돌아가는 길에 엉엉 울고.
그깟 설명회..책자로 대신하고 아이들을 위해 간략히 끝냈어야 하는거 아닌가...결국 그때 느낌이 여기까지 오네요.
2015.11.20 12:29
2015.11.20 13:22
2015.11.20 13:28
저, 첫째 병설 보내고 둘째는 (나이가 안돼서) 일반 유치원 보내다가 병설 보내는데요!!
강추합니다!!!!!!!!!!!!!!
원어민 강사가 와서 영어를 가르치진 않아도,
헬스장에서 어린이 헬스를 하지 않아도,
수영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더 자유스럽게 자라지요.
하지만..........
병설은 또 운이 따라줘야 다닐 수 있는 곳이라 제가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힘내세요!! 힘!!
시간이 지나가고 아이들이 크다보면 좀 더 많은 고민이 기다리고 있..(뭐임마?!)
^^ 화이팅!!!!!!!!!!!!!!!!!!!!!!!
2015.11.21 19:18
ㅍㅎㅎ그렇죠. 이 고비가 지나면 또 다른..ㅜㅜ
그래도 아이들이 클수록 뭔가 든든할거 같아요.
2015.11.21 07:35
아름답고 프로페셔널하게 살림도 육아도 똑소리나게 잘하며 부업으로 돈도 많이 번다는 티비에 나오는 여자들 재주는 신묘하기만 합니다. <-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이 나를 길들이기 위해 조작한 허상에 놀아나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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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참 어렵고 힘들죠. 남들은 돈벌어다 주는데 살림하고 애 키우는게 뭐 그리 힘드냐고 할지 몰라도.. 그런말 하는 거 자체가 애를 심도있게 키워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은 시골(?) 에 삽니다. 잠실에서 버스로 30분이지만 그래도 ~읍 ~리니까.. 농어촌이라고 하더라구요. 아파트촌이 즐비한 곳인데. 그래서 그런가 어린이집도 자연 친화적인 곳이 많습니다. 저희 큰애가 집근처 어린이집에서 쇄골이 부러진후로 거기 그만두게 하고 숲유치원에 보냈어요. 숲유치원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놉니다. 글자며 그림이며 아이가 못한다 싶으면 억지로 시키지도 않구요. 음악회도 잘 보이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가족들 모인 잔칫날 같아요. 내년이면 학교에 가는 첫째는 물론이거니와 형따라 당연히 간 둘째도 일년가야 어린이집 가기 싫다는 이야기는 겨우 한두번 정도 하는 것 같네요. 매일 노는게 일상이라.
저도 아내도 아이들 교육에 큰 욕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글도 숫자도 미술이며 영어도 그냥 집에서 할 수 있는 정도만 시키고 닥치면 배우겠지.. 쉽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나마 이동네는 거기에 동조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 같아요.
숲유치원 원장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아이들은 어차피 제도권 교육에 들어가면 싫던 좋던 경쟁도 해야 하고 과중한 공부 부담이 생길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에 뛰어놀고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그걸 이겨낼 힘이 생긴다구요. 거기에 동감하는 편입니다. 물론 학교 가서 애가 울고불고 공부 안한다고 그러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한겨울에도 눈밭에서 뛰어노는 생명력을 믿어봅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행복한 부모, 서로 사랑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이고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