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게 몇년전에 독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한국음식을 주문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렇게 해서 종가집 김치를 샀을 때, 정말 정말 김치를 먹는 게 좋았다. 맛있다고 잘 먹었다. 그런데 지난 겨울에 한국에 다녀오고 나서 그 김치를 먹자, 세상에 이걸 어떻게 먹고 지냈지 싶었다. 마음이 참 간사하다. 한동안은 겉절이를 만들어 먹었는데, 역시 몸의 피곤함이 입의 먹고 싶음을 이긴다. 그런데 어떤 때는 정말 정말 신김치가 먹고 싶지 않아, 김치를 볶아 놓는다. 그냥 간단하게 양파와 참치만 더 첨가하고, 김치도 그냥 아무렇게 다져서 넣고 볶아 놓으면, 일마치고 집에 와 아 오늘은 또 뭘 먹나 할 때 밥에 얹어 먹거나 혹은 국수랑 비벼 먹거나 한다. 

김치를 볶으면 고등학교 때가 생각난다. 어느 날 기억이 잘 안나는 데 엄마가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해주셔서 맛있다고 하자 그 뒤로 계속 김치볶음밥만 하셨던 게 기억난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 한동안 아파트에 있던 방 하나를 세를 주어서 거기서 살았던 왕언니 (그떄 겨우 7살이었던 막내 동생이 큰누나 보다 더 큰 누나면 왕누나 구나 해서 우리가 부른 별명이다)가 고 3때 결혼한다고 연락하러 전화했을 때, 엄마가 잘해주시지, 라는 말에 뭐, 맨날 김치볶음밥만 해주셔 라고 투덜 거렸다가, 얘는 정말, 엄마가 직장다니고 오셔서 김치볶음밥 해주시면 잘 먹고 도시락 감사하고 그러면 되지, 어린애처럼 투정은, 하면서 야단 치던게 기억난다. 그말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 고3인데,, 라고 생각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대학 4년 내내 절대 김치볶음밥은 안사먹었던 것도. 


애 하나이고, 직장도 가깝고, 어떻게 생각하면 누구 눈치보는 경우도 별로 없는 좋은 곳에서 편하게 일하는 데도, 혼자 하는 게 힘들다. 거북이 병원에 들어가고, 시에서 제공하는 내니가 그만두고 새 내니를 찾지 못했던 두달 반동안, 주말을 한번도 못쉬네 하면서 끙끙거렸다. 멀리서 엄마는 혼자해서 그렇지, 건강 챙겨라, 힘들면 엄마가 갈까? 라고 말씀하신다. 엄마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애 셋에, 출퇴근 시간 불규칙적인 직장에, 남들한테 부탁해야 하는 거 많은 직장에, 혼자 다 부담하면서 해나가셨다. 정말 김치볶음밥을 할 힘이 있으셨다니, 싶다. 하나도 이렇게 힘들 때가 많은데 엄마는 어떻게 해내셨을까? 엄마한테 잘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또 바쁘면 잊어버린다. 남의 메시지는 답하면서 엄마 메시지는 나중에 하면서 잊어버린다. 


김치를 볶는다. 엄마는 잘게 써시고, 이것 저것 뭘 더 넣으셨는데 난 정말 김치랑 참치만 넣고 볶는다. 며칠간은 뭘 먹을까 생각안해도 되는 구나. 그때 그 부엌에서 새벽에 김치를 볶던 엄마를 만나면 꼭 안고 감사합니다 하고 싶다. 그럴 수 없으니까 지금 감사합니다 라고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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