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에 취미삼아 단편영화 수업을 들으면서 이 감독의 단편들을 봤었습니다.

'손님'과 '콩나물' 이었죠. 그때 많은 단편영화들을 봤는데 '손님'은 그 중에 세 손가락 안에 꼽을만큼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단편 중에 대부분은 이런걸 왜 만들까 하는 수준이긴 하죠.

콩나물은 그냥 잘 만들긴 했는데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그 많은 단편영화 감독들 중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되어진 두 세사람 중에 한 명이었죠.


2. 영화는 솔직히 기대보다는 별로였습니다.

그래도 재능이 있는 감독이니 지루하다거나 못만들었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그냥 역시 작은 영화다 보니 평을 후하게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3. 캐릭터들이 별로 매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 평을 찾아보니 보라의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말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냥 계속해서 시녀 둘 데리고 왕따만 시키는 캐릭터입니다. 왕따를 시키는 방식도 전형적이고 반복적이죠.

학원에서 눈물 흘리는 장면으로 이 아이도 나름 상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못된 인간일 뿐입니다.


4. 선이 캐릭터도 별로 공감이 안됐습니다.

내성적이라서 친구를 잘 못사귄다고 하기에는 그냥 평범한 아이입니다. 잘 놀고 말도 잘하고.

누군가는 평에서 계급 문제를 이야기 하기도 했지만 또 뭐 그렇게까지 가난하지도 않습니다.

그 동네가 그렇게까지 부자동네도 아니기도 하구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반에도 선이 정도 환경의 아이들은 꽤 있을겁니다.


그런 아이가 왜 그렇게 자기를 왕따시키는 보라나 지아 주위에서 계속 맴돌고 다가가는지 별로 공감이 안됐습니다.

보라나 지아는 공부를 잘하고 집도 괜찮게 사는 편이죠.

학창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비슷한 애들끼리 친해지죠.

물론 서로 다른 계급의 아이들끼리 친해지는 경우도 많지만 왕따 당하면서까지 친해질려고 하는건 좀 비굴하게 느껴집니다.


선이라는 아이도 착한척 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착하지는 않습니다.

지아가 훔친 색연필을 보고 왜 그랬냐고 하면서도 그 색연필을 자기가 갖죠.

보라한테도 착한척 말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보라한테 지아의 약점(색연필 훔친거라든지 엄마 김밥을 안먹고 버렸다든지)을 다 말합니다.


5. 지아도 아무리 자기 가정사로 인해 상처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죽일 원수도 아니고

선이 아버지가 알콜중독이라고 칠판에 써놓는건 그냥 악한 아이인거죠.

근데 극중에서는 그렇게까지 악한 캐릭터는 아니니 그런 에피소드들이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같으면 그런 아이랑은 절대 화해하지 못할 것 같군요.


6. 영화를 보고 생각난 개인적인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하자면

중학교 2학년때 친했던 한 아이가 있었죠.


원래 친했던 그룹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한 몇개월 그 아이랑 둘만 친하게 지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활보호대상자였고 할머니랑 동생이랑만 살았었죠.

공부는 꽤 잘해서 60명 중에 5등 정도 하던 아이었죠.

왜소한 체격에 자존심이 센 아이였고 생활보호대상자로 알려져서 그런지

유난히 덩치 큰 아이들한테 좀 밉보였던 아이였고 자주 맞았습니다.


암튼 한동안 그 아이랑 둘이서만 꽤 친하게 지내서 우리집에도 자주 놀러왔었습니다.

우리집은 반에서 가장 부자라고 소문날 정도로 꽤나 잘 살았습니다.

책상 서랍 속에 항상 몇 천원 정도의 돈이 들어있었죠.

그 친구가 놀러온 다음에는 그 서랍속의 돈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어느날인가 그 친구가 돈을 가져간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꽤나 고민을 하다가 그 친구한테 슬쩍 물어봤는데 그냥 베시시 웃으면서 바로 인정을 하더군요. 그냥 별 일 아니라는듯이요.

미안하다고 하거나 당황하는 반응을 생각했던 나에게는 그 아이의 태도가 배신감과 더불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이질감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 아이와 말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 아이도 나에게 화해를 시도한 기억이 없구요.

가끔 가다 덩치 큰 아이들한테 맞는걸 본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중학교 졸업할 무렵에 꽤 유명한 공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만 들었죠.


그러고는 대학 졸업하고 직장에 막 들어갔을 때 학교동창찾기 사이트가 유행했는데 그 친구한테 쪽지가 왔었습니다.

대충 내용은 '너한테 빚진거 있는데 기억하니? 그것도 갚고 싶고 한 번 보고싶다.'는 그런 내용이었죠.

그 쪽지에 답장은 안했습니다. 그렇게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긴 했구요.


그래도 그 친구에게도 그 사건이 그때의 그 태도처럼 별 일이 아니었던건 아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긴 하죠.

내가 당시에 가난이라는 걸 이해하는 좀 성숙했던 아이였다면 그 친구 집이 어렵고 우리집은 부자였으니

돈을 가져가는걸 모른척 했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성숙한 성격은 못되었던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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