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영광의 나날들]의 감독 라시드 부샤렙의 최근 작품인 [무법자]는 전자에 대한 속편쯤으로 봐도 될 것입니다. 주연 배우들이 다시 모인 것도 그런데 그들이 맡은 캐릭터들 이름이 동일한 경우들도 있거든요(물론, [영광의 나날들]의 결말에서 보다시피 본 영화는 속편이 아닙니다).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알제리 출신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자에 이어 본 영화는 그 후에 벌어진 알제리 독립 운동, 그리고 그 험한 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일들을 겪는 삼형제 주인공들을 관조합니다. 가면 갈수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프랑스 경찰과 대립하는 동안 그들은 본인들도 그다지 내켜하지 않은 일들을 저지르기도 하고 그들 상황은 위태로워져 갑니다. 전작에서 협연한 배우들 간의 호흡도 좋은 가운데 영화는 지루하지 않지만, 같은 소재를 다룬 [알제리 전투]와 자동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고 그러니 비교적 약하다는 인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1/2)

 

 

 

 

 [인 어 베러 월드]

  얼마 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탄 수잔나 비에르의 [인 어 베러 월드]은 부분적으로 훌륭하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잘 먹히지 않는 편이어서 좀 더 나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왕따로서 급우들에게 괴롭힘 당하던 엘리아스는 막 전학 온 학생 크리스티안이 그를 섬뜩하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해 준 계기로 그와 가까워지는데, 최근에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 크리스티안은 그로 인한 원망과 분노로 속으로 조용히 끓고 있는 위험한 끼가 다분한 애입니다. 그와 엘리아스는 엘리아스의 아버지 안톤을 함부로 험하게 대한 어느 인간 말종에게 보복하려고 하고(덴마크 원제인 ‘Hævnen’은 ‘보복’을 의미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구호 활동에 참여하는 의사인 안톤은 크리스티안과 엘리아스에게 비폭력적 대응을 몸소 강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덴마크이든 아프리카이든 간에 어디에나 있는 인간 말종들 앞에서 그는 무력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신념도 흔들리고, 그런 와중에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맙니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있는데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영화 속 이야기에서 나오지만, 글쎄, 영화는 거기에 대해 잘 대답하지 못하고 주제도 그리 뚜렷하게 전달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아프리카 쪽 서브플롯은 중심 줄거리와 노골적으로 대비시키려는 티가 절로 나니 거슬리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 줄거리 상 결점들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들, 특히 어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에 의해 간간히 극복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거의 파국까지 갈 뻔했던 결말을 너무 손쉽게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감동이 있는 것이겠지요. (***)

 

 

 

 

 

[그을린]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몬은 최근 갑작스럽게 멍해진 후 결국에 세상을 떠난 그들의 어머니 나왈으로부터 유언장을 통해 기묘한 지시를 받습니다. 오래 전에 어느 아랍 국가에서(이름은 명시되지 않지만 [바시르와의 왈츠]를 본 분들이라면 금세 영화 속 나라가 픽션화된 레바논이란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로 건너 왔던 나왈은 자식들에게 그들의 아버지, 그리고 그들의 이복형제를 찾아서 각각에게 자신의 비공개 편지를 전달할 걸 부탁했는데, 이들이 전달되지 않는 한 그녀는 자신이 적절히 매장되는 걸 거부했습니다. 두 편지들 각각의 내용은 공개될 수 없고 남매를 위한 세 번째 편지도 두 편지들이 당사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이상 공개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별로 내켜하지 않는 시몬과 달리 잔느는 어머니의 지시대로 그들을 찾기 위해 어머니의 모국으로 향하고, 그녀의 여정과 병행하면서 우리에게 보여 지는 나왈의 기구한 과거는 차츰 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들 간의 내전으로 인해 험하기 그지없었던 그 때 그 시절, 그리고 여전히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재 사이를 능란하게 오가는 동안 감독 드늬 빌뇌브는 절제된 자세에서 상당한 효과를 자아내고, 나왈을 맡은 루브나 아자발을 비롯한 배우들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입 밖에 꺼내기도 힘든 진실이 마침내 드러나 주인공들과 우리를 강타합니다. (***1/2)

 

 

 

 

 

  [A Small Act]

 스웨덴의 한 교사인 힐데 벡은 케냐에 사는 한 소년인 크리스의 교육비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적은 돈이었지만 힐데의 도움으로 크리스는 초중고 교육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갔고 나중엔 하버드까지 유학을 가서 학위를 받은 뒤 UN에서 지금까지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감동 스토리이지만, 다큐멘터리는 [A Small Act]는 현재 진행형 다큐멘터리로써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UN에서 반차별 부서에 일하는 동안 크리스는 작은 교육 재단을 만들어서 옛날의 자신처럼 도움이 필요한 케냐 학생들을 도와주고 있고, 영화는 그런 도움이 필요한 몇몇 학생들에게도 초점을 맞춥니다. 크리스야 모두를 도와주고 싶지만 한계는 있으니 커트라인이 있고, 그러니 케냐의 수능 시험 버전 정도로 볼 수 있는 전국 시험에서 다들 불안해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거기엔 서스펜스가 있는가 하면 아픈 순간도 있습니다. 세상은 크게 바뀐 게 없고 여전히 아프리카는 불안한 지역이지만,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해도 이처럼 크게 증폭되어 뭔가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1/2)

 

 

 

 

  [컨트리 스트롱]

  컨트리 스타 가수인 켈리는 한 때 인기 정상의 가도를 달려왔지만 최근 그녀는 바닥으로 추락한 신세입니다. 임신 5개월 중에 술 먹고 무대에 올라 난동 부리다 아기를 유산한 일로 충격 먹은 것도 그런데 알콜 중독으로 재활원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지요. 이런 그녀가 아직 완전히 재활 과정을 거치게 되지 않았는데 매니저인 남편 제임스는 그녀를 다시 무대 위에 올리려고 합니다. 공연 도입부를 위한 신인 가수로 그는 차일스 스탠튼이란 풋내기 신인 여가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차일스의 친구이자 동료 컨트리 가수 보는 켈리가 입원한 재활원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켈리의 ‘보조자’입니다. 이 넷이 공연 투어를 위해 같이 돌아다니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 다음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상 후보에 오른 [컨트리 스트롱]의 노래들은 듣기 좋지만, 아쉽게도 이야기나 캐릭터들은 그 만큼 좋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은 대개 심심하게 그냥 있거나 아니면 TV 연속극 수준의 이야기가 요구하는 대로 휘둘려지곤 하니, 배우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없지요. 특히 주인공 켈리의 경우 정도 별로 안 가는 데 국내 TV 드라마 저리가라 할 수준으로 이리저리 태도를 바꾸니 이야기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기네스 펠트로우가 낭비된 감이 듭니다. 음악은 괜찮고 장르 의례상 좋은 공연이 마지막에 나오니 그리 기분은 나쁘지 않긴 합니다. (**1/2)

 

 

 

 

[에센셜 킬링]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의 [에센셜 킬링]은 상영 시간 대부분 동안 한 험악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에게 집중합니다. 빈센트 갈로가 맡은 주인공은 엔드 크레딧에서야 이름이 언급되는 한 탈레반 병사인데, 도입부에서 거의 탈진한 상태에다가 두려움으로 가득 찬 가운데 숨어 다니고 있는 그는 어쩌다가 미군 병사들과 마주친 덕택에 더 최악의 상황에 빠집니다. 잡혀 들어간 감옥에서 그는 심문과 물고문 당하고 거기에다가 다른 죄수들과 비행기 타고 유럽 어디론가 보내집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호송트럭이 가는 길에 뒤집어져서 빠져나갈 기회를 잡아서 도망 다니지만, 글쎄, 눈이 가득히 쌓인 낯선 세상에서 그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게다가 부상도 당하고 배고프기까지 하니 가면 갈수록 그는 더 절박해지고 심신은 고통스럽고 지쳐만 갑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이 생존을 위해선 못할 게 없다는 걸 강렬하게 보여주는 본 영화에서 상영 시간 내내 입을 거의 열지 않는 빈센트 갈로는 온갖 험하고 극단적 상황 속들로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져서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

 

 

 

 

 

[슈퍼맨을 기다리며]

 [불편한 진실]로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스티븐 구겐하임 감독의 신작 [슈퍼맨을 기다리며]는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을 얘기합니다. 그 옛날 미국의 원동력이 되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미국 공교육의 실태를 상세하게 드러내면서 영화는 어찌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도 명료하게 전달합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 막강하기 그지없는 교사들 조합(민주당의 주요 지지 세력들 중 하나입니다), 정말 형편없는 교사들도 큰 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종신 고용되는 가운데 개혁 시도들이 번번이 저지되는 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시대의 빠른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고리타분한 교육 제도 등의 여러 원인들이 쌓이는 걸 보면, 정말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적어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 큰 재앙을 아직 막을 기회는 있듯이, 영화는 이 벅차고 복잡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형편없는 교사들도 있지만, 정말 좋은 교사들도 많이 있고 낙제 구역에서의 큰 성과로 문제는 시스템에 있음을 증명해 왔습니다. 하지만 좋은 학교들이 흔치 않은 가운데 전부 다 가르칠 수는 없고, 따라서 영화에서 등장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열의에 상관없이 모두 1:4에서 1:20까지 이르는 확률에 자신의 진로를 맡겨야 합니다. 이들 중 몇몇의 기대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시스템이 정말 바뀌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잊혀진 꿈의 동굴]

 요즘 들어서 전주 영화제에 잠깐이라도 들려서 영화 한 편 씩 보는 게 관례가 되가는 것 같은데, 올해는 베르너 헤어초크의 [잊혀진 꿈의 동굴]을 봤습니다([일루셔니스트], [에센셜 킬링], [카를로스], [인사이드 잡], 그리고 [35 럼 샷]도 보고 싶지만 이미 전에 개인적으로 감상했고 시간도 안 맞더군요). 일단, 쇼베퐁다크 동굴의 내부가 3D로 전달되는 걸 감상하는 동안 제 머릿속에선 본 영화는 [생텀]의 3D와 자동적으로 비교되었는데(본 영화에서도 컴퓨터로 만든 3D 동굴 지도가 잠깐 나오더군요), 본 영화가 여러 면에서 더 효과적이고 의도에 적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동굴 벽화들은 듣던 대로 무척 생생하게 다가오고 그런 동안 헤어초크 감독님은 관객들을 가끔씩 낄낄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 한 편 때문에 유성에서 버스 타고 내려오고 바로 또 올라갔지만 후회되진 않아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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