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왔구요. 에피소드 10개에 편당 30여분 정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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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뜻이 궁금해서 구글에 물어봤더니 '큰 문 상'이라고 대답합니다. 죽을래?)



 - 뭐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은 또 하나의 '미국 시골 마을' 입니다. 시장이 동네 사람들 다 알고 친목질하고 애들은 고향 떠나고 싶어하고 학교 농구팀이 경기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와서 보고 동네 사람들은 또 거의 다 그 동네에서 함께 자랐고... 다들 잘 아시잖아요. ㅋㅋ

 그런 시골 마을 상점 한 곳에 어느 날 갑자기 괴상한 기계가 나타나요. 사장도 알바도 모두 그런 게 들어오는 꼴을 못 봤는데 갑자기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뭐꼬... 하고 작동을 해 보니, 사회보장번호 입력하고 지문 찍고 뭐뭐 한 후에 썰렁~ 하게 자그마한 카드 하나에 단어 하나 찍어주고 끝이에요. 그리고 '이것이 당신의 잠재력입니다!'라고 주장하는 거죠. 돈 벌기 참 쉽죠?


 문제는 요 카드에 적힌 그 하찮은 단어 하나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이게 뭔가 오묘하게 그럴싸한 거죠. 오래 전에 포기한 꿈이라든가, 지금 현재 상황과 얽혀서 해석이 가능하다든가. 그래서 이 순박한 주민님들은 이것 때문에 자기들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릴 과감한 결정들을 마구 질러대시고, 고로 마을은 혼란에 빠지고, 그 와중에 가뜩이나 남다르게 감춰둔 이슈들이 많았던 평범한 한 가정이 흔들리고... 나라가 무너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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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게 참 헛헛하지 뭡니까?)



 - 정확한 장르를 모르고 봤어요. 제목이 '운명을 읽는 기계'라고 적혀 있고 편당 런닝타임도 짧길래 처음엔 앤솔로지인 줄 알고 틀었죠. 하지만 전혀 아니었구요. ㅋㅋㅋ 매 에피소드마다 중심 인물이 바뀌기는 해요. 그래서 오프닝도 매 화마다 조금씩 바뀌구요. 그 모두가 나름 주인공 비슷한 역할을 한 번씩 하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인 하나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각각의 사연이 모두 다른 사람들과 얽혀 있기 때문에 당연한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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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혀 있는 걸 잘 보심 알겠지만 '운명' 같은 거 알려주지 않습니다. 걍 니 잠재적 가능성을 알려준다... 이건데 번역제는 좀. 심지어 극중에서 '이건 운명 보여주는 게 아니야!'라고 등장 인물이 설명까지 해주는데 말이죠. ㅋㅋ)



 - 그러니까 대충 이런 식입니다. 시골 마을의 서로서로 다 잘 알고 지내고 오랜 세월 동안 이런저런 인연과 악연으로 얽힌 동네 사람들이 우루루 나와요. 다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몇몇은 겉보기에도 좀 많이 안 좋습니다만 ㅋㅋ) 마음 속엔 현재의 자기 삶에 대한 불만, 또 다른 삶에 대한 갈증 같은 게 도사리고 있죠. 그런 갈증을 우리의 괴상한 기계가 뱉어낸 카드 쪼가리가 적절하게 건드리면서 자기 삶에 만족하는 척하던 이 순박한 동네 사람들이 본색(?)을 드러내 몸부림치는 이야기에요. 그러는 과정에서 갈등도 빚고 사고도 좀 치고 하겠지만 결국엔 그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고, 좀 더 성숙해지고, 또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러겠죠. 말하자면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내면을 환타지 소재를 통해 풀어봤어요' 라는 것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의 자유 의지라든가, 인생 길 선택이라든가... 이런 소재들에 대해서도 성실하게 건드리는 이야기에요.

 사아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전 그냥 대충 제 현생에 만족하고 사는 편이어서 이런 스토리엔 별로 이입도 안 되고...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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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학교 농구 시합에 뭐 이렇게 주민들이 다 몰려가나... 싶지만 이것도 영화, 드라마들 덕에 충분히 익숙하죠. 그냥 평소에 재밌을 일이 넘나 없는 것...)



 - 장점을 말하자면 이야기가 아주 건전하고 따뜻하다는 겁니다.

 거의 모든 등장 인물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번뇌하는 사람들이지만 '진짜 악당' 같은 건 없구요. 얄밉고 짜증나는 인물이라고 해도 다 알고 보면 뭐 사정이 있고 아프고 여린 사람들이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이 아주 얄밉지 않게, 적당히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잘 빚어져 있어요. 각자의 사연들도 드라마답게 과장되어 있긴 해도 기본적으론 이해할만한 것들이라 따라가기도 어렵지 않구요.


 기본 장르가 코미디이니 농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 또한 그렇게 독하지 않고 둥글둥글 귀여운 편입니다. 인물 관계들은 잘 들여다보면 막장 향기가 솔솔 풍기지만 이야기 톤 조절을 잘 해서 그냥 '아이구 쟤들은 참 운도 없지'라는 느낌으로 납득 가능하구요. 막 격렬한 폭력이라든가 처절한 비극이라든가 이런 거 없이 에피소드 열 개 내내 소소하게 짠하고 애틋한 느낌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흘러가요. 요즘 드라마답지 않게 참 부담 없고 건전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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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딱 봐도 건전 그 자체인 장면 아닙니까. 살짝 짓궂은 유머가 많이 들어가긴 해도 정말로 이런 느낌의 드라맙니다.)



 - 그리고 단점을 말하자면... 예상하시겠지만, 제겐 이야기가 아주 건전하고 따뜻합니다. ㅠㅜ

 정말 뭐 그냥 동글동글 해요. 가끔 좀 강한 비극 같은 게 등장하긴 하는데 결국엔 다 동글동글하게 잘 풀리구요. 말하자면 안전하게 재밌는 이야기인데 이게 별로 제 취향이 아닌 거죠.

 뭣보다 제게 이게 잘 안 맞는 건, 그 동글동글함이 참 많이 미국적이라는 겁니다. 제가 미국에 대해 뭘 안다고 '미국적' 같은 표현을 쓰냐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냥 뭔가 알 수 없게 되게 미국적으로 건전해요. ㅋㅋㅋ 배우들 생긴 거나 차려 입고 다니는 것도 정말 미국 촌동네 사람들 같은 느낌이고. (정작 주연 배우는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암튼;) 등장 인물들 사는 모습도 그렇고 벌어지는 일들도 그렇고 다 되게 미국적인데 그냥 미국적인 게 아니라 참 건전한 버전의 미국적... 아니 제가 글 적으면서도 이게 뭔 소린지 헷갈리는데 암튼 그렇습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별로 깊이 공감은 안 되고. 아주 많이 이입되거나 재밌지는 않고. 열 에피소드 내내 '이건 뭔가 막 재밌는 것도, 재미가 없는 것도 아녀~' 라는 기분으로 보고 있었네요. '시작한 건 일단 끝을 보자'는 평소 제 신조가 아니었음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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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얘들이 귀여워서 열심히 볼 수 있었네요. 근데 이 남자분은 보면서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했는데 이게 데뷔작이네요. ㅋㅋㅋㅋㅋ 누구와 헷갈린 걸까요...)



 - 그래도 다시 한 번 장점을 찾아보자면. 어쨌든 배우들이 꽤 좋습니다. 크리스 오다우드가 참 본인 생긴 것 같은 역할을 맡아서 찌질 궁상 헐렁 개그로 웃김과 동시에 그 소박한 느낌으로 중심을 잡아 주고요. 사사건건 주인공을 짜증나게 하는 동네 친구 '조르지오' 캐릭터 맡으신 분도 되게 진상인데도 얄밉지 않게 캐릭터를 잘 풀어주고요. 나머지 배우들도 거의 다 좋은데 특히 주인공 딸래미와 그 남자 친구 역을 맡은 분들이 좋았어요. 둘 다 참 이 드라마스럽게 온순한 강아지 같은 인상을 하셔가지고 귀엽고 애잔하고 애틋하게 잘 하더라구요. 이 드라마를 일단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건 7할이 이 분들 덕택이었습니다. 나머지 중 2할은 크리스 오다우드. 마지막 1할은 대체 이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맺으려는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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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아저씨의 저 하찮은 표정 좋아요. 뭔가 좀 남희석 같기도 하구요?)



 - 그런데 결국 마지막엔 저를 화나게 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글 제목을 유심히 읽은 분들은 눈치 채셨을 테지만, 그렇습니다. 한 시즌으로 안 끝나는 이야기였어요. 게다가 파렴치하게도 시즌 피날레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거든요?'라는 톤이라 분노 2배. 아니 뭐 나름 주요 캐릭터들의 내적 갈등을 많이 해결해주긴 해요. 그리고 원한다면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 이라는 것 자체를 이야기의 피날레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지막 에피소드를 잘 짜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다음 시즌이 더 나와야 제대로 마무리 될 이야기라는 건 분명할 뿐이고. 저는 다시 한 번 울분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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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래서 대체 이 부부 어쩔 거냐고!! 얘들 가능성 카드 의미는 어떻게 해석되는 거냐고!!!!! 다음 시즌 따위 안 기다릴 거라고!!!!!!!)



 - 뭐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나름 잘 만든 드라마라는 건 알겠는데 드라마의 컨셉과 성격이 저와 아주 많이 안 맞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음 시즌은 나와도 볼 생각 없구요. 뭐 그래도 결말은 궁금하니 언젠가 완전히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스포일러나 찾아보려구요.

 많이 건전하고 또 소소한 사람들 드라마 같은 데 관심 있는 분들을 한 번 체크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제겐 좀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ㅋㅋㅋ

 끄읕. 전 제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다시 피칠갑 영화를 찾아갑니다... ㅋㅋ




 + 근데 이거 cj 계열 한국 회사가 제작한 드라마였네요? 헐. ㅋㅋ 미국에 지사 만들고 합작 파트너 구하고 해서 만든 첫 미국 진출작이라는데 토마토 92% 찍고 시즌 2 확정됐다니 나름 대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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