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산입니다. 1시간 41분이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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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략 2차대전이 끝난 거였든가... 좀 헷갈리지만 자세히 생각하기 귀찮군요. 암튼 우리 브래드 피트씨가 아주 뽀송한 비주얼로 전역을 해서 고향 집에 가요. 자기를 기다리던 홀어머니에게 간지나는 오토바이를 보여주며 '밥 먹기 전에 함 타보죠!' 하고 신나게 달립니다만. 술 먹고 운전 하며 서로 키스를 해대는 진상 연인들의 차에 받혀서 엄마는 사망. 브래드 피트는 오열하는 가운데... 뭐가 번쩍! 하더니 만화 캐릭터들이 나타나 알아 먹지 못할 이상한 소리를 해대고는 사건 현장에서 브래드 피트를 업어가 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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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한 건 상대방 측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헬멧은 쓰시지 그랬어요. 뒤에 엄마까지 태우고서 이게 뭐하는!!!)


 장면이 바뀌면 가브리엘 번이 나오는데 이 분은 감옥에서 막 출소하는 중이고... 원래 유명한 만화가인가 봐요. '쿨월드'라는 히트 시리즈도 있는 사람인데 마누라가 다른 남자랑 바람 피우는 걸 보고 격분해서 죽여 버린 모양(...) 암튼 근데 이 분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자기 만화 속 캐릭터인 '홀리 우드'(Holli Would입니다 ㅋㅋ)를 현실에서 보기 시작하고, 심지어 만화 세계로 끌려가 나들이도 하고 그럽니다. 그러면서 그 '쿨 월드' 세상 유람을 하고 다니는 걸로 대략 런닝타임 한 시간을 때우고요. 그 후에야 우리의 빌런(!) 홀리 우드의 음모가 밝혀지는데, 작가님을 활용해서 현실 세계로 나가 살겠다는 게 이 분 꿈이었네요. 뭐... 일단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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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강의 바보 멍청이 팜므 파탈이 그보다 더 멍청한 남자 친구와 함께 출동하십니다!)



 - 옛날 옛적 영화 잡지들에서 스틸샷과 이런저런 자투리 기사들로만 접했던 영화에요. 그나마 킴 베신저는 기억을 했는데 남자 주인공이 가브리엘 번이랑 브래드 피트인 줄은 몰랐네요. 하긴 뭐 1992년이니 브래드 피트가 나왔다고 해봐야 '그게 누군데?' 하고 말았을 테지만요. ㅋㅋㅋ


 딱 봐도 짐작이 가죠.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히트와 센세이션 때문에 튀어 나온 아류작입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 만화의 시대 배경도 대략 비슷하고 필름 느와르 풍의 비주얼과 스토리 컨셉도 그대로 가져왔죠. 그게 1988년작인데 이 영화가 나오는 데까진 4년이나 걸렸지만 수제 애니메이션을 고퀄로 한 땀 한 땀 그려야 하고 그걸 또 실사와 합성해야 하고... 제작 기간이 짧지는 않았을 테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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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사 - 애니메이션 합성은 이것도 썩 괜찮은 퀄을 보여줍니다.)



 - 그냥 그대로 베낄 순 없으니 나름 차별화 포인트를 이것저것 넣어뒀습니다. 그런데 그건 사실 꽤 괜찮아요.

 그러니까 일단 이 영화 속 애니메이션의 포인트는 '폭력, 막장' 입니다. 헐리웃에서 극장 개봉용으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만든 애니메이션 중에 막장 폭력극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하물며 1992년 기준으로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그리고 그 쿨 월드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홀리 우드는 정말 그냥 대놓고 19금 캐릭터에요. 노출까지 하진 않습니다만, 등장할 때마다 대놓고 노린 과장된 섹스 어필 포즈들을 발사!!! 하고 나중엔 아예 베드씬까지 나와요. 그 캐릭터의 목소리와 실사판 비주얼을 담당한 배우가 또 당대의 섹시 스타 킴 베신저 아니겠습니까. ㅋㅋ 

 그렇게 화끈한 성인용 환타지 애니메이션... 을 실사와 결합해서 럭셔리하게 함 만들어 보겠다. 이런 의도였던 것 같고 그 의도는 뤼스펙합니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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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불건전한 장면도 맘껏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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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바렐라급의 무념무상 섹시 캐릭터도 혼을 갈아 넣어 고퀄로 만들어 보고. 뭐 애니메이터들을 보수만 제대로 받았다면 나름 보람찼을지도요.)



 - 영화 완성도가 망작 of the 망작입니다. ㅋㅋㅋㅋㅋ 

 일단 처음의 도입부 설명에도 조금 적어 놨지만, 이야기가 엉망진창이에요. 시작하고 거의 한 시간을 아무 일도 벌어지는 거 없이 '쿨 월드' 비주얼 자랑만으로 때우고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전개되다가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지면 그 때마다 일언반구도 언급되지 않았던 설정이 툭툭 튀어나오구요. 인간이고 애니메이션이고 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에 무슨 생각이란 게 있는 놈이 아무도 없습니다. 환타지 세계 속 꿈의 논리! 라고 우길 수도 없어요. 그냥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등장 인물들 반응이나 대처가 실소가 나오는 수준이라. 대표적으로 브래드 피트 있잖아요. 도대체 갸가 거기로 왜 잡혀 들어간 건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쿨 월드'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언급하지 않구요. 그렇게 그냥 비호감 캐릭터들이 우루루 나와서 뇌가 없는 상태로 계속해서 소동을 벌이다가 그냥 끝나는 이야기... 에 가깝습니다. 작가님 도대체 얼마 받으셨는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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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연은 개뿔이고 딱히 하는 일도 없는 캐릭터였던 우리 브래드 피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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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 당시 이 영화의 간판 스타였던 킴 베신저... 가 참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본인의 2D 버전을 이기지는 못하시구요.)



 - 장점을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파트... 가 되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토리가 완전히 멸망 수준이라 대체로 무의미하지만 그냥 작화와 미술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고퀄이고 그래서 부분 부분 떼어 보면 볼만한 그림들이 꽤 나와요. 역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위악적인 19금 컨셉이 지배적인데 미쿡 옛날 애니메이션풍의 그림으로, 그것도 이리 고퀄로 그런 폭력적이고 불건전한 장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그리고 '홀리 우드'는 정말... ㅋㅋㅋㅋ 아니 뭐 요즘 말로 '여성 혐오'의 극치 같은 캐릭터거든요. 뇌 속에 술 퍼먹고 남자 꼬시는 거 말곤 아무 것도 안 들어 있는 금발 백치미 섹시 캐릭터구요. 뭔가 굉장히 '여성스럽게 나쁜 짓'을 시작부터 끝까지 하고... 그러긴 하는데, 거의 애니메이터들을 갈아 넣어서 만든 것처럼 다른 캐릭터들 대비 독보적인 고퀄이라 그냥 구경하는 재미는 좋습니다. 영화가 조금만 멀쩡했으면 제시카 래빗 못지 않은 히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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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고퀄입니다. 쩝니다. 눈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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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고퀄입니다. 쩝니다. 눈은 즐겁습니다. 2.)



 - 근데 더 길게 말할 게 정말 없습니다.

 '퀄 월드' 속 그림은 좋지만 이야기가 완전 폐기물급이라 그게 다 쓸 데가 없어요. 그리고 뭣보다 현실 세계 파트는 스토리를 넘어서 연출도, 미술도, 연기도... 그냥 뭐 하나 따질 것 없이 다 최악입니다. 뭐 유치하게 못 만든 걸 놀려대는 맛으로 즐기려면 그것도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계속해서 벌어지는 이해가 안 되는 전개 때문에 그럴 틈도 안 주더라구요.

 그냥 30년 묵은 숙제 하나 더 해결했구나. 라는 데 의의를 둡니다. 끝.




 + 위키를 뒤져보니 영화보단 영화 제작 뒷얘기가 더 재밌네요. 감독님께서 애니메이터들에게 그냥 이렇게 지시했답니다. "그냥 아무 거나 니들 생각하기에 재밌어 보이는 장면들 막 그려. 각본은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ㅋㅋㅋ 감독이 무능하거나 정신 줄 놓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감독이 구상했던 이야기를 제작사에서 계속해서 뜯어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랬대요. 그래서 처음엔 간섭에 화가 나서, 나중엔 그냥 계속 수정되는 각본을 따라가기를 포기해서 그냥 그런 식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결국 애니메이션 파트 따로, 실사 파트 따로 만든 다음에 대충 아무렇게나 합쳐서 한 '덩어리'로 만들어 내놓은 영화였던 겁니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파라마운트는 개봉 첫날 실적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바로 이 영화에 대한 모든 프로모션을 중단했다고 해요. ㅋㅋㅋ 그래도 그런 것치곤 제작비의 절반은 회수했다니 제 생각보단 많이들 봤나 봅니다.



 ++ 그래도 세월 흐르면서 매니아층이 형성이 되어 있고 그런 모양입니다. 하긴 설정만 튀는 걸로 하나 있고 알맹이가 전혀 없는 가운데 홀리 우드 같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으니 2차 창작하며 놀고 싶은 사람들 많을 것 같긴 하구요.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영화가 망했다는 건 변함이 없는 일이죠.



 +++ 스포일러 파트입니다. 굳이 흰 글자로 적어야 하나? 싶지만 뭐 습관이니까요.


 영화 전반부에 '쿨 월드'에 놀러 온 가브리엘 번에게 브래드 피트가 한 마디 하거든요. '절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섹스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당연히 해야겠죠. 홀리가 적극적으로 들이대기도 했고... 암튼 그래서 하고 나니 홀리가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게 브래드 피트가 했던 조언의 참된 의미... 였던 것 같은데. 그게 그래서 뭐가 문제인지는 끝까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암튼 그렇게 인간이 된 홀리는 창조주 가브리엘 번을 이용해서 (어떻게 이용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 세계로 가는데요. 만화 속 세상에서만 살던 버릇 때문에 여기서 적응 못 해서 뻘짓들을 막 하죠. 근데 그 뻘짓이란 게 다 그냥 남자 꼬시는 겁니다. 이 남자 저 남자 막 꼬시다가 가브리엘 번 삐지게 만들고. 결국 둘은 고작 하루만에 찢어지게 되는데, 이 때 홀리가 가브리엘 번의 만화용 펜을 훔쳐가요. 이것도 처음부터 뭔가 대단한 아이템처럼 폼을 잡는데 왜 그런진 설명 없다가, 나중에 자기 잡으러 현실 세계로 찾아 온 애니메이션 캐릭터 하나를 이걸로 지워 버립니다. 그냥 그게 다에요.


 그러다 잠시 후엔 우주가 위험에 처합니다. (왜!!?;;;;;;) 

 왜인진 모르겠으나 암튼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 오면 안 되나봐요. 그런데 홀리는 '쿨 월드'의 자기 부하들을 싹 다 현실로 불러올 작정이고, 왜 그런지 알 수 없게 그게 가능한 장소로 설정되어 있는 호텔 꼭대기에서 무슨 악마의 대군 소환하듯이 포털의 문을 엽니다. 아, 이때 쯤에 홀리 잡으러 온 브래드 피트가 호텔 꼭대기에서 홀리에게 떠밀려 죽었단 얘기도 해줘야겠군요. 별 의민 없지만요.


 어쨌든 포털을 여니 만화 캐릭터들이 현실 세계에 우루루 몰려와서 날뛰고. 현실의 인간들이 갑자기 애니메이션으로 바뀐다거나 하는 일이 막 벌어져요. 그런데 그 때 가브리엘 번은 쌩뚱맞게 수퍼맨 짭 같은 캐릭터로 변하더니 갑자기 이 모든 일을 막겠다며 홀리의 부하들과 참 불건전한 쪽으로 코믹한 몸싸움을 막 하다가... 결국 막아버리네요. 그리고 홀리와 부하들은 싹 다 쿨월드로 빨려들어갑니다. 흠(...)


 마지막은 브래드 피트의 부하가 '퀄 월드' 속 브래드 피트의 여자 친구에게 브래드 피트의 시체를 데려와서 장례라도 치뤄주자... 하는 장면인데요. 자기 남자 친구가 홀리에게 살해됐다는 얘길 들은 여자 친구가 갑자기 펄펄 뛰며 기뻐합니다. 으아니? 현실의 인간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에게 살해당하면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환생한다는 공식이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암튼 그렇답니다. 그래서 반백년을 함께 살면서도 규칙 지키느라 한 번도 못 했던 섹스를 이제부터 맘껏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두 커플의 모습으로 이 괴작은 막을 내립니다.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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