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티 플래져 임성한드라마

2011.05.04 23:45

WILLIS 조회 수:3040

소위 막장 3인방 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중에 임성한 작품만 즐겨봅니다(최근엔 막장이 아니라 싸이코드라마를 쓰시는 서영명 님은 안드로메다로 가셨으니 제외하죠)

 

 

 

2004년에 고3학생 과외를 했는데(일주일에 네번씩 세시간 수업을 했으니 거의 입주과외수준이었죠) 애는 자습시켜놓고 아이 어머님과 왕꽃선녀님의 클라이막스인 굿하는 장면을 보며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도 나네요 쿨럭;;

 

군대에서도 20대 남성들은 외면하던 하늘이시여를  혼자 꿋꿋하게 시청했죠. 전작인 보석비빔밥도 집에 있는 한은 꼬박꼬박 챙겨봤었고 (뭐 이런 저도 아현동 마님은 도저히 못보겠더군요;;).

 

암튼 요즘은 모든 한국드라마에 흥미를 잃은 상태인데 신기생뎐만은 외국에 3주 가있는 동안도 악착같이 다운받아봤습니다.

 

도대체 저는 왜 임성한 드라마를 보는걸까요?

 

전 막장을 소재로 평가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위 세계 명작에도 불륜, 근친 상간 별의별 얘기가 다있죠. 티비드라마에서 허용되지 못할 정도의 소재만 아니라면 결국 문제는 개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앞에 예로든 나머지 두 명보다 임성한을 훨 높게 평가합니다. 임성한은 분명 특정 장면에서 굉장히 치밀하고 필력이 드러나는 부분이 있어요. 물론 단점이 장점을 다 깎아 먹긴 하죠 ㅋ

 

저한테 김순옥은 정말 "저 작가는 저런걸 쓰고 자괴감이 없을까"수준이에요. 흔히 점찍고 다른사람 행세하는 걸 막장 설정의 대표적인 예로 드는데, 위대하다는 평가를 작품에도 현실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은 많죠. 결국 얼마나 개연성있게 그려내느냐인데  이 작가는 기본적인 고민이 없어요. "도대체 피디는 무슨생각으로 저걸 그대로 찍는걸까? 다른 스탭들은 저런 대본을 왜 그냥 보고만 있나? 연기자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런 생각들만 들어요

 30분짜리 드라마를 보면서 열두번도 넘게 "저 상황에서 저게 말이돼"라는 장면이 나오면 사실상 참고 보기가 힘들죠. 집문서 훔쳐가면 집소유권이 바뀌는 수준으로 드라마를 쓰니 뭐 말다했죠..

아내의 유혹도 보다보다 홧병으로 죽을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장서희가 정체 밝히는 회는 괜찮게 봤어요. 소재가 충분히 주부대상 드라마에서 더 흥미있고 말되게 풀어나갈 수도 있는 드라마틱한 소재인데 안타깝더라구요. 작가가 자기  작품은 막장이 아니라는 변명과 자기합리화만 할 게 아니라 냉정한 반성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한텐 문영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어쩌다 줄줄이 히트를 치는지 모르겠지만 조강지처클럽이나 수상한삼형제를 보면 갈등을 위한 갈등과 말도 안되는 유치한 대사, 조강지처클럽의 안내상이나 수삼의 도지원처럼 정신병자가 아닌가 싶은 캐릭터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자기 복제 유머에 넌덜머리가 나요. 군대에서 오로지 나문희님 때문에소문난 칠공주를 봤는데 이승기가 술먹고 자기 결혼식에 늦게 참석해서  맞절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인데, 그 엄마인 윤미라가 사돈집에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는 뭐 그런 현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설정들이 한시간동안 이어지는 걸 보면서 "문영남 드라마는 다시는 안보리라"다짐을 했죠. 전작인 애정의 조건이나 장미빛 인생도 말안되는 코믹과 신파가 제취향이 아니었어요.

 이분도 "분노의왕국"같은 시도도 하셨던 분이니 좀 안일함을 버리셨으면..그나마 과거 바람은 불어도나 애정의 조건과 장미빛 인생에서 보이던 장점들조차 최근작들에선 찾아볼 수 없어요.

 

 

 

암튼 임성한도...문제가 많긴 하죠. 몇몇 부분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늘 하지만 뭐 자의식의 화신이신데 고칠리 없겠죠ㅋㅋ그냥 감수하고 보기엔 아쉽고 하여튼 안타까워요

 

신기생뎐은 1회 도입에서 손자와 공주가 도둑잡는 장면부터 말도 안되죠. 그야말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장면이고, 무슨 찰리채플린 영화패러디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엊그제 금강산원장을 도둑으로 의심해서 물뿌리는 장면도 그렇구요(도둑이 들었으면 경찰에 신고를 해야지 도우미 아줌마가 세숫대야를 가지고 가서 물을 뿌리는 집이 어디있습니까)

자기취향을 대놓고 시청자들에게 강요하려고려고 하는 부분도 분명 보기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특유의 속물성 때문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때도 있지만 놀랄만큼 무신경하게 심각한 편견이 드러나기도 하지요.

 (사란이가 업둥이가 무슨 천형인 것 처럼 말하면서 "난 근본도 몰라요"하는 장면에서 입양가족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요)

 

꼬고 또 꼬인 관계 자체도 뭐 좀 심하다 싶지요 (사란, 라라, 손자가 모두 금씨집 자손이죠 ㅡㅡ;)

게다가 과도한 상상장면은 개성이라 치더라도, 무엇보다 유머코드가 좋게 말하면 마이너고 안좋게 말하면 좀 정상이 아니라고 까지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래도 저는 임성한 드라마는 장점이 많이 보인단 말이죠.

예컨데 김보연 캐릭터는 적당히 속물적이지만 김혜선과 한진희의 사이를 알게된 후 쿨하게 물러나요. 이상하게 돌변해서 둘사이를 방해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왕꽃선녀님에서 박탐희도 이다해가 자신의 동생인 것을 알고 따뜻하게 감싸주죠. 인어아가씨에서도 우희진은 아리영과의 관계를 알게된 후 언니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아빠를 미워합니다. 신기생뎐에서도 라라는 손자를 너무나 쿨하게 받아들이죠. 적어도 웃어라 동해야처럼 갈등을 만들기 위해 무턱대고 미워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물론 이런 설정은 작가 특유의 혈연에 대한 엄청난 숭배에서 비롯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

 

그리고 아다모엄마(전직 복길이 어머님이죠)는 사란이를 만나서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서로 대화를 하고 사란이를 배려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임성한 월드에 이상한 인물은 많아도 아주 무경우하거나 악으로 똘똘뭉친 인물은 드물어요.(하늘이시여의 박해미나 신기생뎐의 계모도 KBS일일연속극에 비하면 최소한의 현실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소재의 센세이셔널리즘이 문제가 되는데 전 이것도 이 사람 기발한 재주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친딸을 며느리로 맞는 설정이 전 잘만 그리면 인간 내면의 별의별 갈등을 다 그려낼 수 있는 소재라고 보거든요. 물론 하늘이시여에서 그걸 잘 그린 것 같지는..;;)

 

그리고 특정 장면에서는 의외로 참 합리적이고 "아 저 상황에서는 저럴 수 있겠다"싶은 공감을 부르는 장면도 꽤 있어요.

 

라라 캐릭터도 뭐 언제 이상해질지 불안은 합니다만 성숙해진 모습이 어느정도 개연성있게 그려지고 있죠.

공주도 정말 의리있고 제대로 된 아이죠. 언니에 대한 사랑이 드러날 때는 억지감동이 아닌 찡한 감동도 살짝 있었어요.

뭐 여차저차 말되게 잘 그려나간다 싶다가도, 복근에 빨래를 하고 멍석말이를 해대고 갑자기 심수봉노래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안해도 될 무리수를 두니 미치겟죠 아주.. 

 

결국 이런저런 장점들도 너무나 큰 단점들에 다 묻혀서 도맷금에 욕을 먹어요. 일말의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왜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진짜ㅋ

 

 

 

 

임성한은 김수현이 되려다 말았다고들 하죠.

 

임성한은 김수현과 "흥미를 유발하는 능력" 정도에서만 비슷한 역량을 보이고, 정작 김수현 무소불위 40년의 핵심인 "시대를 흐름을 잡아내는 능력"이나 "말되게 쓰는 능력",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봅니다.

 

어쨋든 뭐 최선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차악'을 선택하는 차원에서 임성한드라마를 열심히 보고는 있습니다만.. 임성한이 김수현 수준으로 가고 있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흥미유발능력"조차 조금씩 쇠퇴하는 기미가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너무 길어졌네요..회원리뷰로 갈걸 그랬나봐요 ㅋㅋ

 

 

 

암튼 "마성의 찌질이" 아다모처럼 자꾸 보게 만드는 임성한 드라마에 대한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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