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원에서 무척 기분 나쁜 일을 당했어요.


이 글은 하소연이기도 하고 도움을 구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유쾌한 이야기는 없으니 비오는 우울한 목요일을 보내신 분이라면 건너뛰셔도 좋겠습니다.



원래 피곤하면 침샘이 붓곤 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붓고 아픈데다가, 입마름이 너무 심해져서 집 근처 이비인후과를 갔더니

 

병원에선 현재 고름이 고여있고 침샘염이나 타석증이 의심된다며 소견서를 써주고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비교적 작은 규모의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몇 가지 과정을 거치고 교수님 진료가 시작되었는데, 그 때 부터 갑자기 테러 아닌 테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의사였는데, 진료실에 앉자 마자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고 물었고, 저는 제 상태를 설명했죠.


그런데 제 말을 듣는 도중 이유없이 자꾸 피식 피식 웃는가하면, 도중에 제 말을 끊고 입 안을 살펴보더니


대뜸 저에게 얼굴에 미용 시술을 받은 적이 없냐고 묻는 겁니다.


너무 뜬금없고 당황스러운 질문이라 저는 없다고 대답했는데, 그러자 코웃음을 치며 재차 물었어요.


'아니, 솔직히 말해봐' 등의 반말을 섞으면서요.


그 때부터 너무나 불쾌했지만 제가 십대 후반 시절부터 앓아온 턱관절 질환과, 그 때문에 2년 전 쯤에 측두근과 저작근에


긴장을 줄여주는 보톡스 시술을 타 대학병원에서 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의사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계속 제가 거짓말을 한다는 듯 취급하더군요.


그리고는 계속해서 '그러니까 미용 시술을 함부로 받으며 안된다니까' ,'브이라인이다 뭐다 그런 거 집착하지 마세요' 라는 요지의 말만을 되풀이했습니다.


아, 정말 이상한 의사에게 걸려들었구나 하는 마음에 저는 이미 그 때부터 응대할 마음을 접은 상태였고


어떻게든 치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일단 의사의 말을 듣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작 진료는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 저에게 '요새 워낙 젊은 여자들이 얼굴에 손을 많이 대' 라고 하거나


 '미용 시술을 왜해요?' 라고 하는 등 제 침샘염 증상과는 상관 없는 미용과 성형 이야기만 반복했습니다.


 제가 참다 못해 미용 목적이 아니고, 대학병원 치과에서 정식으로 보톡스 한 번 맞은 게 다인데 왜 환자 말을 믿지 않으시냐라고 했더니


'아니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미용 목적으로 받은 거 맞잖아요~' , '턱관절이 안 좋으면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지 누가 보톡스를 맞으라고 해요~'


라고 하는 등 제 말은 아예 듣질 않더군요. 거기에 자꾸 대답하다 보니 진료가 아니라 거의 지저분한 말싸움 수준으로 번져나갔습니다.



의사가 계속 헛소리만 해대니 저도 억울해서 제 오래된 턱관절 병력에 대해 줄줄이 쏟아냈어요.


그래도 다행히 그 때 까지는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상태였습니다.


턱관절 질환은 저에게는 무척 고통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십대 시절부터 턱관절 질환 때문에 병원을 상당히 드나들었고,


치과에서는 교합 문제로 교정을 권유했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해서 스플린트라고 불리는 장치를 맞추는 수준에서 치료가 그쳐있는 상태였지요.


그러다 근육 긴장도가 너무 심해 대학병원 치과에서 보톡스 치료를 받았던 게 다였습니다. 그런 이력들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답했구요.


하지만 의사는 손사래까지 쳐가며  '아이 그러니까 어쨌든 미용 시술 앞으로는 받으시면 안된다니까요' 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제가 포기하고, 그럼 치료 목적이든 미용 목적이든 보톡스 시술을 받은 게 침샘염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거라면 이제 알아들었다,


알겠으니 치료 방향에 대해 알려주셔야지 왜 계속 제게 훈계하듯 미용 시술 받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하시냐고 여쭈었습니다.


그랬더니 버럭 신경질을 내며 침샘염의 원인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며 CT를 찍어봐야 알 수 있는 거라고, 나가서 CT를 찍으라고 하더군요.


그 때까지 제 침샘 부근에 촉진 한 번 안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CT 찍기 전에는 원인을 모르는 거였다면 왜 그렇게 제게 집요하게 미용 성형 이야기를 했는지...


이쯤되면 정말 미친사람이 아닌가 저도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속으로 화가 나더군요.


같은 진료실에 있던 두 분의 간호사 분들도 굉장히 민망한 얼굴로 저와 의사의 대화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뒤로 정적이 흘렀고, 간호사가 제게 궁금한 게 없냐고 묻고는 궁금한 게 없으면 이제 나가도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진료실 문을 나오는데 정말로 분노했고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였습니다.


최근에 붓기와 통증으로 너무 고생한터라 심적으로 약해진 상태이기도했고, 병원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모욕을 당하니 저도 답답하고 억울했어요.


아픈 것도 힘든데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에 진료받으러 가서 성형 시술받지 말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만 잔뜩 듣고 나오다니요.



따라나온 간호사가 대신 미안해하며, 제게 CT 검사 설명을 해주는데 결국 제가 울컥해서 눈물을 터뜨렸어요.


그런데 마침 그 교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복도를 지나가던 차였고,


제가 그 교수를 붙잡았습니다.


제가 앓고 있던 오랜 병력을 무시하고 성형 운운하며 독단적인 추측으로 모욕을 준 점, 막상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져야 했던 부분은 모두 생략된 점 등을


열거하자 교수는 뻣뻣한 태도로 서서 저를 내려다보며 '아니 그래서 어쩌겠다고? 치료를 안받겠다고? 라고 대답했고


거기에 이런 저런 변명을 덧붙이면서 제게 계속 손가락질을 하더군요.


제가 '삿대질하지 마세요' 라고 했더니 ' 아 그럼 치료 받지마!'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정작 제게 계속 사과를 하고 안쓰러워했던 건 아무런 잘못도 없는 간호사 분들이셨구요.



이런 저런 사소한 병을 달고 사는 터라 대학병원 자주 드나들었고, 무신경하고 기계적인 진료는 많이 받아봤지만


이렇게 몰상식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은 건 처음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정중한 사과예요.


대학병원 차원에서 그 의사에게 징계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건 너무 큰 기대일 것 같고요.


저는 그냥 평범한 이십대 후반의 직장인입니다. 제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그 병원 홈페이지 불편사항 접수에 신고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네요.


가족들은 제 얘길 듣고 분개했지만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라 정도인 것 같구요.


하지만 저는 꼭 사과를 받고 싶어요.


평일에 오랜 시간 기다려 비싼 특진비 내고 받은 진료가 이런 언어폭력이었다는 게, 제 자신에게 미안합니다.


혹시 대학병원에서 당한 부당한 대우나 진료 과정 중의 피해사항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아시는 분이 있다면


제게 댓글로 도움을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어요.



쓰고 나니 제 마음도 조금 진정이 됩니다.


아프면 여러 모로 화나는 일이 더 생기는 군요.


병원에 가면 작은 병이든 큰 병이든 개인의 존엄함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혹시 이 긴 글을 다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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