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올바른 인생)

2020.05.31 01:50

안유미 조회 수:528


 #.자기 몫을 가지고 욕심부리다가 파멸하는 이야기가 있죠.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라는 톨스토이의 단편 또한 그렇고요.



 1.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부동산 얘기가 나왔어요. 친구가 '부동산을 얼마에 팔아야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땅을 사러 오는 사람이 네가 원하는 가격을 부르면 즉시 팔아야 할까?'라고 묻길래 대답했죠. 


 '땅이란 건 언제나 그래. 내가 원하던 가격을 누군가 부르는 날이 진짜로 오면, 그건 더이상 내가 원하는 가격이 아니게 되어 있거든. 누군가가 찾아와서 내가 3년 전에 원하던 가격을 부를 때는 거기서 평당 XXX을 더해서 부르는 거지. 그게 내가 '오늘 원하는' 가격이니까. '3년 전에 원하던' 가격이 아니라.' 



 2.'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와 위의 대화의 상황은 비슷해요. 소설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진 돈을 가지고 더 많은 땅을 욕심낸 경우고, 위의 대화에 등장하는 사람의 경우는 이미 정해진 땅을 가지고 더 많은 돈을 욕심내는 경우인거죠. 그리고 내가 땅에 대해서 가끔 썼듯이, 어느 순간에는 타협을 해야만 하죠. '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바흠이라는 사내는 자신의 욕망과 타협해야 할 타이밍에 타협하지 못했어요. 그는 아주 많은 땅을 손에 넣긴 했지만 아주 잠깐...죽기 직전의 아주 잠깐동안의 시간동안에만 그 땅을 소유했을 뿐인거죠.


 땅을 파는 것도 그것과 비슷해요. 그야 살다 보면 언젠가는 '오케이. 당장 도장 찍읍시다.'라는 대답이 저절로 나오는 금액을 제안받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확률상...더이상 욕심조차 들지 않는 그런 금액을 제안받는 건 아주 늙어버렸을 시기일 확률이 높아요. 



 3.인간에게는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요? 그건 알 수 없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돈을 손에 넣게 되면 그 사람은 이미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으니까요. 


 그래서...관점을 바꿔서 내가 나를 매니지먼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내가 나의 인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인생에 조언만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요.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나는 내게 이렇게 말해 주겠죠. '이봐, 돈은 인생의 좆같음을 면하게 해 주는 만큼만 가지는 게 좋아.'라고요. 왜냐하면 인생의 좆같음을 면하게 해 주는 돈만큼만 가져야 남자는 진가를 발휘하니까요. 돈이 그것보다 적으면 너무 피폐...피곤해지고 돈이 그것보다 많으면 쓸데없는 궁리를 하게 되거든요.


 

 4.휴.



 5.하지만 그렇게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힘들어요. 나는 내 인생에 조언만 하고 떠나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나는 내 인생에 대고 멋진 공자님 말씀을 읊어준 다음에 다른 곳으로 떠날 수가 없는 입장이란 말이죠.


 정치가들도 그렇잖아요? 권력을 가지면 그걸 좋은 일을 하는 데 쓰겠다고 마음먹으며 살지만 실제로 정치가가 되는 순간, 그들은 권력을 올바르게 쓰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권력을 누리려는 사람이 되곤 하니까요.


 나 또한 그래요. 주어진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알긴 하지만, 실제로는 올바르게 인생을 살아내는 것보다는 그저 '인생을 누리고 싶어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버리곤 하는 거죠.



 6.위에 썼듯이 정말 그래요. 올바르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 시기에는 '인생의 좆같음을 면하게 해 주는'정도의 돈만 있어야 그렇게 살 수 있거든요. 돈이란 건 그 이상 있어도, 그보다 없어도 올바르게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안되니까요. 돈이 좀 남기 시작하면 사람은 스스로가 열심히 사는 것보다, 자신의 돈이 열심히 살도록 하는 데에 더 관심이 생겨버린단 말이죠. 


 하지만 그건 무서운 일이기도 해요. 20대도 한번이고 30대도 한번밖에 없으니까요. 딱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시간들을 스스로 열심히 살려고 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킬 궁리만 하게 되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스스로 일을 하지 않고 돈에게 일을 시키기만 하면서 살면 곤란해요.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마니까요. 아니면 아예 배울 시기를 놓쳐버리거나.



 7.사실 이 세상에서 중요한 건 가족이예요. 가족...가족을 잘 챙기는 게 중요한거죠. 물론 언젠가는 내가 선택한 가족과 내게 주어진 가족간에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죠. 뭐 그건 꽤나 나중 일일거고. 일단은 가족을 잘 챙기겠다는 의지력과...의지력을 살 돈이 필요하겠죠. 늘 느끼는거지만 의지력은 공짜가 아니니까요. 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4
123537 렛미인 리메이크 [6] 가끔영화 2010.07.10 3947
123536 저의 캔커피 인생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 칸타타 아메리카노 아이스 커피 [5] 스위트블랙 2010.07.10 3786
123535 여러 가지... [1] DJUNA 2010.07.10 2711
123534 [인생은 아름다워] 28회 할 시간입니다 [31] Jekyll 2010.07.10 2938
123533 술 취한 여성을 '사냥'하러 다니는 사람들 [27] 김원철 2010.07.10 6482
123532 저와 같은 분 계시나요? [2] purpledrugs 2010.07.10 2001
123531 크리스피크림도너츠 1더즌에 7300원 [5] 자두맛사탕 2010.07.10 3085
123530 킬리언 머피 언니 [9] 우울한 나오미 왓츠 2010.07.10 6433
123529 듀나인] 소설책을 찾습니다. [2] anomy 2010.07.10 2155
123528 김경의 낸시 랭 사건 기사 보신 분? [3] 겨자 2010.07.10 4818
123527 출출했어요 [4] 메피스토 2010.07.10 2558
123526 주량과 알콜 거부 반응, 자기 책임론. [2] keira 2010.07.10 2745
123525 냉면집에서 육개장 시켜먹기. - 남포면옥 [5] 01410 2010.07.10 4242
123524 [시국좌담회] 좌담회는 아무래도 8월 첫째 토요일이 될 것 같습니다. [6] nishi 2010.07.10 2128
123523 오늘 영상자료원에서 <이키루> 보신 분들은 황당한 경험을 하셨죠. [14] 빛나는 2010.07.10 3389
123522 오늘 드라마 스페셜 (위대한 계춘빈)... [37] DJUNA 2010.07.10 3799
123521 요즘 무슨 음악 들으세요? [2] 문피쉬 2010.07.10 2200
123520 영어단어 하나와 소설 하나 찾아주세요. [3] poem II 2010.07.10 2025
123519 96년 가장 인상깊은 데뷔 [8] 수수께끼 2010.07.11 3444
123518 술 취한 이쁜 여성이 눈 앞에 있습니다. 자.... [11] soboo 2010.07.11 49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