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조건

2011.05.15 09:32

메피스토 조회 수:1535

* 남vs여 연애에 대해서 상대방의 카테고리를 지적하는 문제는 대부분 아주 기본적인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통계적 사실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그냥 피해망상에 근거한 뻥튀기나 일반화라는거죠.

 

여자가 의존적일까요? 어떤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지만, 사실 제 주변 몇몇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게 사실입니다. 심지어 그럴싸한 이유도 있습니다.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여자가 남성에게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앞부분은 저도 동의하는데, 뒷부분에 '의존'이라는 말은 좀 괴상합니다.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경제력'을 하나의 판단기준으로 보는건 합리적인 일입니다. 경제적 빈곤이  부부사이에서 다툼의 발단이 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습니다. 현실에 대한 이야길 할때, 마치 인간의 선한 의지나 신념을 거세해야만하는 삭막해져버린 현대사회에 대한 고찰...과 같은 뉘앙스를 종종 보곤합니다만..... 부분적으로 동의하긴 하지만  글쎄요. 그런걸로 따지면 우리가 집에서 먹는 한끼 식사에서도 삭막해져버린 현대사회의 정서를 발견할 수 있죠.

 

우린 성장하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두사람이 가정을 이루는데 경제력이 얼마나 중요한 요인인지 배우며 성장합니다. 거꾸로 생각해보죠. (그것이 학자금이건, 도박빚이건)빚이 잔뜩있는 여성은 어떨까요? 남자가 그녀와 결혼하려 할까요? 답은 하나에요. 모릅니다. 사랑하기때문에 개의치 않거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보겠다는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사랑한다해도 빚이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라고 얘기해도 전혀 이상한게 아니라는겁니다. 이건 이 남성이 속물이라서도 아니고, 사랑에 눈이 먼 미련한 사람이라서도 아닙니다. 그냥 가치관이 그런거죠.

 

경제력만 그럴까요? 우리가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 중요시여기는건 엄청나게 많습니다. 남성이 365일 매일 다른 여자를 만나는 바람둥이라면 어떻습니까? 여성이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던 경험은 어떻습니까? 남자가 책을 좋아한다는데 읽는 책이 하나같이 <이건희처럼 생각하고 정몽구처럼 행동하라>류라면 어떤가요?  불임은 어떻습니까? 불치병은요? 모두 중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하등 상관없는 사람도 많지만, 중요시 여기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중요시여긴다고 해서 누군가를 속물적이라고 하지도 않고, 의존적이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사람 A가 불임을 이유로 상대방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 A는 상대방에게  '애낳는 기계', '씨내리'취급을 받은 걸까요? 뭔가 괴상하지 않습니까.

 

누군가 자신이 가정을 이룰 배우자를 보는데 있어 특정한 요소를 본다는 것이 그 사람의 속물성이나 의존성을 입증하진 못합니다. 무위도식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배우자에게 빌붙으려는 진짜 의존적인 사람, 물론 있겠죠. 그래서요? 그 개인 한명때문에 그 개인이 소속된 카테고리에 속한 다른 사람들도 패키지 취급을 받아야 하나요?

 

 

* 전 오늘 여자를 만나러갑니다. 금융권에서 일하니 연봉도 왠만큼 받고, 성격은 더러우며, 외모는 그냥저냥인 여자입니다. "난 돈많이 버는 남자가 좋더라.ㅋㅋㅋ"라고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친구죠. 여자를 만나서 카페에 갈 예정입니다. 잠시 뒤 누군가가 올겁니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제 지인이겠죠. 연봉은 그닥 높지 않고 여자를 볼때 외모를 더럽게 많이 봅니다. 길거리 지나가는 여자을 보다가 그 여자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외모가 어떻느니 이러쿵 저러쿵 하는 친구입니다. 이 둘을 소개팅 시켜주는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둘모두 자기들이 밝히는 이상형과는 관계없이 좋은사람을 만나 예쁜 연애를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둘 모두 저에겐 좋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소개팅을 시켜주고 전 집에와서 혼자 듀게를 하겠지요. 담배있으신가요? 전 안피워요.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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