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페북에서..

 

곱씹을 만한 내용이 있어 퍼 왔습니다. 동의하는 내용이기도 하고요.


특히 사건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는 지적, 여러모로 귀 담아 들을 말로 생각됩니다. 

 

글은 두 개입니다. 며칠 전에 첫 번째 글이 올라온 다음, 댓글로 이런저런 논전이 벌어지고 오늘 두 번째 글이 올라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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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아, 이건 계급투쟁이라구!

 

이틀전 무슨 얘기를 하다가 문재인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조국이 무슨 좌파냐며 김문수, 원희룡과 다르지 않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 확실히 입장 바꾸신 것으로도 모자라 과거 동료들을 또라이 취급하며 대놓고 극우정치가 행세하는 분과, 심지어 청문회 나와서도 '그래요, 난 사회주의자요!'라고 자기 신념을 표명하던 사람(이제까지 유일하지 않았나?)이 같다고? 어이가 없었다.

 

문재인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부일까? 최저임금 올리는 거 포기하고, 비정규직 없애려는 노동정책 포기하고, 재벌과 만나 경제전망 논의하고 하는 게 그 이유라니, 그런가보다 싶다.

그러나 초기에 정규직화를 내세우고, 최저임금 확 올리고 할 때도 신자유주의 정권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거다. 그럼?

친노동자 자유주의정부에서 친재벌 신자유주의 정부로 바뀐 걸까?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처음부터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그리 바뀐 거라면, 왜 바뀌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

 

최저임금 올리려던 게 중단되고, 소득주도성장론이 푸기된 건 언론을 앞세운 관료와 자한당 등의 비난과 저항 때문 아니었던가? 계급적 관점으로 보자면, 그들 밑에 있다고 보이는 부르주아지나 재별의 저항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이 무슨 정권이니 규정하는 것은 그저 그 결과인 현재에 붙이는 딱지다. 그 딱지가 달라지는 건, 그야말로 '계급투쟁'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지금 정부가 어떤 정권이냐를 고담준론하는 게 아니라 그걸 규정하는 계급투쟁에 복무해야 하는 거 아닐까?

(역사를, 사회를 계급투쟁으로 보아야 한다는 명제는 너무 가슴 속 깊이 숨어 있어서, 눈앞으로까지는 잘 안나오는 모양이다).

 

지금 검찰개혁 문제도 바로 그렇다. 언론과 관료와 자한당을 한편으로 하는 저지세력이 똑같이 투쟁하고 있지 않은가!

조국장관에 대한 호오나 판단이야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계급투쟁의 원칙이 옳다고 믿는 분이라면, 기존의 무한권력을 고수하려는 검찰과 그것을 바꾸려는 시도는, 고용정책 등을 둘러싸고 그어졌던 것과 동일한 전선에서 진행되는 계급투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대부분 조국이 진보가 아니라거나, 도덕적으로 문제라거나 하는 식의 개인적 평가에 머물고 있다. 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하면 도덕성이나 진보성에서 나이브하게 보일 수 있을테니, 거리를 두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욕을 먹고 살던 분이 아닌지라, 욕 먹는데 익숙한 분들이 아니니....

그러나 이제까지의 역사는 모두 계급투쟁의 역사였다고 믿는 분들이, 검찰개혁에 대해선 어쩜 이렇게 개인적이고 고상한 비평에 머물러 있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니 백만 대중이, 자신의 의견과 달리 길거리로 몰려나온 거를 보곤 난감해하는 것이고, 자신의 평가에 비추어 그들의 주장이 반대이니 파시즘이니 중우정치니 하는 것 아닐까?

 

조국 사태라고 해도 좋고, 윤석렬 사태, 검찰 사태라고 해도 좋다. 지금 문제는 어느 한 개인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를 두고 다투는 게 아니다.

조국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그를 지지하는 것도 모두 계급투쟁의 문제라는 것이다. 백만 대중이 모인 것,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유령이 되어 나타나길 즐기는 맑스가 지금 다시 나타난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멍청아, 이건 계급투쟁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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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투쟁'이란 말에 놀란 친구들에게

 

그저께 페북에 올린 글 '멍청어, 이건 계급투쟁'이라구!' 때문에 놀라거나 서운했던 친구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오해야 인간에겐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혹시 싶어서 약간 글을 다시 씁니다.

 

1. 사안의 계급성이나 정권의 계급성 같은 걸 따지는 게 계급적 태도라고 믿는 분들은 결국 다시 제게 묻습니다. 검찰개혁 문제가 계급투쟁이냐고, '계급적'이냐고.

그렇습니다, 명백히 계급적 사안입니다. '용산사태'때 극적으로 보지 않으셨나요,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얼마나 철거민에게 적대적인지. 쌍용이나 다른 사례도 많지요. 그들은, 이번에도 들었던 말대로, '법대로, 절차대로' 란 말로 자신들의 일방적 폭력을 정당화했지요(수사결과도 감추고...).

맑스주의 이론을 따라 국가장치가 부르주아적이라거나 반노동자, 반민중적이란 말을 덧붙어야 할까요?

어쨌던 법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검찰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할 수만 있다면, 민중/국민의 통제 하에 두어야 하는 것은 '계급적' 관점에서 중요한 일 아닐까요?

('조국수호'를 위해 검찰을 너무 '악마화'하고 있다는, 검찰 수사를 많이 받아봤다는 노동조합 간부의 말은 정말 놀랍습니다. 반면 검찰조직을 충분히 경험한 임은정 검사는 '우리를 믿지 말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아직도 과하다는 말입니다!)

 

2, 조국사태와 검찰개혁문제를 구분하고 분리해야 한다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믿으면 분리해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태가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이전에 많이 쓰던 말로 하면, 이번 사태처럼 '응축'이 발생하는 경우, 사태는 대게 복수의 요소들이 '과잉결정'(중층결정)되기 마련입니다. 교육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 검찰의 문제, 권력의 문제, 도덕의 문제, 진실의 문제 등등. 이것이 복합되며 하나로 응축되며 지금처럼 '백만'의 대중이 모이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여기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골라내는 일은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조국수호'를 분리해고자 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걸 중요하다 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만 골라서 외치자, 이거 쉽지 않습니다. 세상일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님을 인정한다면, 응축된 사태를 '사태 자체'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3. 좌파고 진보파임을 자처하는 분들이 대규모 촛불집회에 놀라며 비판적 거리를 두려는 것은, 애초에 시발점이 된 '조국사태'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대중의 지지 간 대립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먼저, 지금 국면은 '조국사태'가 아니라 '검찰사태'로 바뀌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조국을 지지하지 않아도 집회에 나온 분들이 많은 건 이 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 사태의 성격에 난감하다 싶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좀전 말대로 지금 대중을 응집시키는 사안은 여러 문제가 과잉결정된 것입니다.

조국의 도덕성이 문제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검찰개혁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 믿는 분은 시위에 나올 겁니다. 그분에겐 '도덕'보단 개혁이, 국가권력의 약화나 민중통제, 혹은 국민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분이니, '도덕주의자'라기보다는 '개혁주의자'라고 불러야 할 듯합니다(이름이 별로지만, 일단...^^)

반면 검찰개혁이 중요하다 해도 조국의 도덕성이 문제라서 촛불시위조차 거리감이 있다면, 계급투쟁의 문제인 검찰문제보다 조국의 도덕성이 더 문제라고 보는 것이니, '도덕주의적' 태도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다른 입장도 있겠으나 일단 이 정도만..)

'계급투쟁이라구!'라는 말로 환기시키고 싶었던 건 이런 겁니다. 복합적이고 응축된 상황에서 '도덕적 비판' 때문에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겁니다.

 

4. 응축이 발생하는 사태에서 하나의 계급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매우 리버럴해보이는 사안이 전선의 중심에 서게 되는 일이 흔합니다.

이럴 때, 사안을 '남 얘기'로 보거나, 그 사안보다 도로공사 투쟁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태를 풀어가는 '계급적' 태도가 아니란 생각입니다. 그건 사태에 대해 그저 손 놓고 있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겁니다.

사안이 무엇이든 이처럼 전면화되었다면, 최대한 개입하여 밀고들어가, 자신이 바라는 계급적 색채를 최대한 칠하는 것이 유물론적 태도요 계급적 태도지요.

가령 검찰개혁에 대해 검사를 국민이 선출하거나 부당한 일이 있을 때 소환하거나 하는 식의 국민통제방식을 제안하고 밀고 들어가는 게 차라리 더 유물론적 태도 아닐까요?

 

5. 예측된 대로 오는 것은 사건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오는 사건은 없습니다.

사건이란 언제나 뜻밖의 양상으로 오게 마련입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사건을 부정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고,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왔다고 비판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뜻하지 않은 모습으로 오기에 사건은 왔을 때조차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혁명'을 바라던 많은 이들이 혁명이 정작 도래했을 때 그걸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비판하기까지 한 것을 우리는 이미 많이 보아왔습니다.

혁명이란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중요한 사건이라면, 오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 참여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밀고가는 것이 정말 유물론적 태도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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