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관해서 아내와 의견차가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문제가 되는 게임은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맨 위 오른쪽에 보면 '쥬니어 네이버'라고 있습니다. 그 안에 여러가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플래쉬 게임 들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재료로 아이스크림을 꾸미거나, 티셔츠에 염색을 하기도 하고, 끊어진 기차길을 연결하기도 하고, 화면 안에 숨어있는 뽀로로 친구들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뽀로로 놀이교실 http://pororo.jr.naver.com



만 4세가 되는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이번 추석에 아내가 시어머니와 요리와 하는 동안, 저는 아이와 놀아주어야 했습니다.


TV에서 만화를 보기도 하고, 저랑 이런 저런 놀이를 하다가 저녁 시간이 되자 애가 좀 지루해하길래 제가 갖고 있던 노트북으로 


저걸 몇 번 시켜주었습니다. 


할머니집에는 아무 놀이감이 없기 때문에, 집에서 이런 저런 장난감을 가지고 왔으나, 곧 싫증을 내고, 만화채널을 계속 돌려주었지만, 재미없어 하는 표정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랑 같이 컴퓨터로 저런 놀이를 하고 놀았습니다. 아직 손이 미숙해서 마우스에서 클릭하는 것도 어려워해서


제가 조금씩 도와주면서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문제는 집에 돌아오고 나서 하루에 한 번은 꼭 저걸 시켜 달라고 합니다.  아이때부터 교육상 좋지 않을 것 같아 TV 도 틀어주지 않고 그림책만 열심히 읽어주었습니다.


(TV는 이명박 정권 때 화가 나서 저희 둘 다 없애기로 했지요)


엄마도 저도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었구요. 밝고 맑게 잘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그런데 제가 아이에게 저런 컴퓨터로 하는 놀이를 너무 일찍 시켜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 생각에는 아직 어린아이에게 저런 놀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저를 원망하고  (아내는 '컴퓨터 게임'이라고 합니다. 저는 저런 정도는 게임 축에도 못 낀다라는 생각이구요) 


앞으로 금지하겠다고 합니다.



저도 아직 아이가 어려서 좋지 않다고도 생각하지만 아내의 반응이 너무 과격합니다.


오늘은 제가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아이와 여전히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계속 시켜달라는 아이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닌데 너무 과잉반응이다'라고 하는 저에게


너무 화가 나서 울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할 때, 부모가 옆에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면서 아이와 함께 한다면, 함께 하면서 적절히 시간 배분을 할 수 있게 타이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안된다고 하면 아이는 더 매달릴 것이고, 앞으로도 인터넷이나 미디어를 대할 때 부모가 금기했던 기억이 남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모와 함께 하면서 논다면, 아이가 앞으로 게임을 접할 때도 부모의 건강한 태도를 보며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아내가 지금처럼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 육아로 힘든 것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제가 가끔 게임에 빠져서 제 할 일을 제쳐두곤 하는 것들을 아내는 쭉 싫어했구요.


저에 대한 원망을 아이에게 투사하는 걸까요? 저는 이 문제로 아내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내고 저와 싸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금지만 하는 것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여기까지는 제 글입니다. 다음에는 아내가 바턴을 이어받아서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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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발단은 구정 전 날 시작되었어요.


어쨌거나 명절을 치루어야하는 며느리였으므로  그 날은 이것저것 재료 준비를 하고 온갖 전들을 부치기에 아주 바쁜 터라 아이는 남편이 봐주게 되었어요.  


아이를 돌본다고 같이 놀아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나중엔 아이가 심심해 한다고 인터넷 게임(네이버 주니어의 뽀로로 게임들)을 하게 해 준것이 바로 그것이었지요.  



  우선,  아이가 심심해 한다고 게임을 하도록, 게임의 세계를 열어줄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듭니다.  


아이는 아직 만 4세도 안 된 유아인데,  지루하면 지루한 대로 시간을 보내는 경험도 필요한 시기이고 그런 지루함이 나쁘지 않다고 보거든요.  


뒹굴뒹굴, 멀뚱멀뚱, 그러다 재미난 상상도 하는 것이고,  놀꺼리도 발견하게 되는 것인데.  너무도 간단하게 지루한 시간을 빠져나갈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에 아주아주 편리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려 주면 지루함의 감정과 지루함에서 나오는 다른 파생적 방법들을 탐험할 기회는 


묻혀버리기 쉽잖아요.  나름대로 노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어쨌든 그 다음 날부터 아이는 게임을 하겠다고 졸라 댔습니다.  그것도 눈 뜨자마자 이른 아침 어스름에.  


물론 저는 안 된다고 했고,  남편은 어제 하게 해준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눈꼽도 떼지 않은 채 게임을 하도록 해 주었지요.  


그리고,  물론,  게임은 그 날로 끝나지 않고,  구정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는 게임을 하겠다고 조르고  저로서도 아직 어찌해야 좋을 지  판단이 안 선 


상태인데다 아이 부모의 또 다른 한 쪽인 남편이 나와는 반대 입장이라  마구잡이로 안 된다고 만은 할 수 없어서 조금만 하라고 하고 


게임하는 것을 허용해 준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문제로 남편과 나는 때마다 다투고 있는 상태이고  의견의 차이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도, 만 4세의 말도 잘 모르는 유아에게 게임은 아직 안된다는 생각이 굳어져 갑니다.


남편은 저건 게임도 아니고 해로운 것도 아니라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아무리 학습을 위장하고 있다고 해도 이것은 시간을 채우는 용도의 게임을 하는 것이지,  숫자 공부를 하는 것도,


옷감을 물들이는 것도,  케잌을 만드는 것도,  학습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는 게임인 것이죠.  컴퓨터 게임의 용이함과 중독성은  아주 강력해서 다른 아날로그적 재미들을 쉽게 밀쳐 내고,  아주 간단하게


아무때고 찾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아이에게  큰 함정으로도 보입니다.  



  그리고 하루 일정 시간을 부모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게임을 포지티브한 면으로 끌어 가면 괜찮다고 남편은 말하지만,  제 생각은 또 다릅니다.


우선,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립니다.  아직 글도 모르는 만 4세도 안 된,   때와 장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제대로 개념도 안 잡힌 흰 종이와도


같은 아이이고,  그저 본능대로 티 없이 행동하고 말하는,  아직 어린 아이에게 절제를 가르칠 기회라 하고,  정도 이상의 이해와 판단을 넘어선 범위의


선택을 알아서 해나가도록 허용하고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권리의 존중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방임처럼 보이거든요. 




   제 생각에 우리 아이는 지금,  바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몸에 익혀야 할 나이이며,  나이에 맞는 적당한 바운더리를 익혀가야할 나이로 보입니다. 


적당한 규율과 훈육은 아이를 안정되게 만듭니다.  그것이 부모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보구요. 


물론 남편도 같은 생각이고 다만 그 적정선 이란 것이 나와 다른 것이 지금 문제입니다만.


아직 노는 게 너무 재밌어서 낮잠은 물론 밤에 잠도 안 자겠다고 하고, 이 닦는 것도 싫어해서, 잠 재우고 이 닦는 문제로 하루하루가 전쟁터인데,  


매일매일 일정시간 게임의 허용은  너무 성급하고 맞지 않아 보입니다. 그것이 올바른 생활로 보이지도 않고, 권장할 만한 것도 아니므로 단호한


대처가 최선책이라 생각합니다. 더러 아이의 본능적 욕구와 상충되어도  엄격하게 바른 생활을 


잡아 주어야하고 안돼는 것은 단호히 '안 돼' 라고  통제해 주어야 하는데 이번 건이 바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규칙적으로 게임을 시켜야 옳을까요?  이것이 습관들여야할 사안인가요?


처음 게임하겠다는 아이를 '안된다'고 말했을 때, 대뜸, 그렇게 금지할수록 더 빠져들고 집착한다고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라고 말해서 놀랐습니다.


처음 안된다고 말 한것을,  금지니, 더 빠져드느니, 집착하게 된다는 둥 사건의 결론 쯤에나 듣게될 말들을  처음 내밷자마자 듣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오히려 남편이야말로 게임의 중독성을  더 잘 알고,  겁을 먹어서 부모로서의 역할을 안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남편은 더 없이 좋은 아빠입니다. 제가 아는 한 아이와 이보다 더 잘 놀아 주는 사람은 보지 못 했으니까요.  때로 부럽기까지


합니다.  나도 저런 아빠를 가졌으면 아주 행복했을텐데, 하고.  아이 아빠로써 열 중 아홉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데 단 하나 흠이라면,


언제나 친구처럼 놀아주고 이해해 주는 것은 좋지만  늘 친구일 뿐,  부모로써의 역할을 방임할 때가 더러, 자주 있어 보입니다.  제 눈에요.  


그래서 저는 더 상대적으로 엄격한 역할을 맡게 되는 지도 모르겠구요.




  이 문제에  늘 감정이 앞서서 발끈대응 해왔지만,  좀 더 진지하게 숙고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에 남편의 제안을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듀게의 생각도 들어 보기로요.



  음,  생각보다 심각하게 읽혀서 조금 난감 ..  글에 위트가 없어 읽는 분께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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