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깔끔하게 90분. 스포일러는 딱히 없어요 설마 이 영화 결말을 짐작 못하실 분이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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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컨셉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킴 캐트럴은 포스터에도 못 들어가는 수모를... ㅋㅋ)



 - 고대 이집트라고 주장하면서 시작합니다. 왠지 모르게 이름이 '에미'인 이집트 공주님이 정략 결혼을 하기 싫어서 미이라 분장을 하고 숨어 있다가 엄마에게 들켜서 말싸움을 하구요. 근데 맥락 없이 갑자기 우르르 와장창창!! 하면서 뭐가 다 무너지고... 애니메이션으로 된 인트로와 함께 오프닝 크레딧이 뜹니다. 이게 살짝 길어요. 왜냐면 이게 스토리가 있어서 대략 에미가 어쩌다 현대 필라델피아까지 굴러들어가게 됐는지 보여주는 형식이거든요. 하지만 뭐 대충 생략하구요.


 주인공은 조나단이라는 젊은이인데, 조각을 전공했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주장하지만 그냥 현실 감각 없는 게으름뱅이로 보입니다. 그나마 열심히 일했던 마네킨 공장에선 남들 하루만에 만들 분량을 한 달 동안 만들고 있다고 잘리구요. 이후 취업하는 곳들에도 다 줄줄이 첫 날에 잘리구요. 그래도 이걸 참고 함께 해주는 예쁜 여자 친구 록시도 슬슬 이 인간의 무책임함에 질려서 떠나가기 직전이죠.

 근데 주인공 좋다는 게 뭡니까. 우리 조나단군은 또 다른 알바 차리를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얼떨결에 할머니 하나를 구해주는데, 알고 보니 그 할머니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커어다란 백화점 주인이에요. 보답으로 당일 바로 그 곳에 취업한 조나단은 거기에서 본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네킨을 마주치고 기뻐하는데. 이후야 다들 아시다시피, 그 마네킨은 이집트 에미였고 (대체 어떻게? ㅋㅋ) 조나단 앞에서만 인간으로 변신해 도움을 주고, 연애도 하고 그럽니다. 그러면서 조나단은 직장에서 출세를 하고, 또 경영난을 겪고 있는 백화점도 살려내고, 또 전 여자 친구를 선봉에 세운 악당들도 무찌르고... 그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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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첫 짤은 4000살 먹은 고대 이집트 공주님 킴 캐트럴씨로. 금발에 빨간 모자라니 '나 백인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코디입니다.)



 - 워낙 유명한 영화잖아요. 완성도나 평가와 관계 없이 이미 아주아주 오래 전에 '추억의 영화' 전당에 올라 까방권을 획득한 그런 영화 아니겠습니까. 

 근데 그 시절엔 못 봤고. 요즘들어 생각나서 보려고 찾아보니 제가 이용하는 서비스들엔 죄다 2편 밖에 없더라구요. 그래서 미뤄두고 있다가 웨이브에 1편이 떡하니 있길래 잽싸게 봤습니다. 덕택에 또 평생 숙제 하나 해결했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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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런 짤은 수도 없이 봤지만 정작 영화 본편은 이번에 처음 봤다는 거.)



 - 근데 뭐... 이게.... 상상 이상이더군요. ㅋㅋㅋ 그러니까 어차피 80년대 환타지 & 로맨스 & 코미디 영화니까 첨부터 뭐 훌륭하고 멀쩡한 영화를 기대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스토리가 그 수준을 넘더라는 거.

 그러니까 뭐랄까. 아마도 만든 사람들은 자기들이 상상했고 또 만들어 넣고 싶었던 장면들을 왕창 만들어서 집어 넣은 것 같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다만 그렇게 만들고픈 장면들을 넣으면서 그걸 어떻게 이어 붙여서 '그럴싸한' 이야기로 만들어낼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같아요. 주인공 캐릭터는 거의 흥부급의 무능력 무의지 운빨 대박 캐릭터라서 도무지 정이 안 가구요. 악당들은 멍청함이 하늘을 뚫고 우주를 부유하는 것들이라 정말 뭔 짓을 해도 하나도 걱정이 안 되구요. 그 와중에 이야기를 짜는 능력도, 유머 감각도 딱 그냥 그 시절 헐리웃 B급 코미디 영화의 그것이라 21세기 관객 기준으로 정상적인 재미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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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와중에 가장 억울하게 취급 당한 캐릭터는 바로 요 전 여자 친구님입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이 정도면 관대하고 또 나름 주인공 많이 아낀 사람인데 80년대식 나이브 분위기 속에선 이 정도만 되어도 속물 빌런... ㅠㅜ)



 - 다만 그게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80년대 영화들 보다 보면 '아니 이건 대략 60년대 영화에서나 나올 게 아닌가' 싶도록 나이브한 스토리, 올드한 스타일의 연기와 연출. 이런 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거든요. 이 영화도 대략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작정하고 나이브하게 나가는 영화인데 괜히 만든 사람들은 신경도 안 썼을 부분들 따져가며 투덜거리는 게 뭔 의민가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걍 관대함 모드로 감상을 하니...


 그래도 나름 건질 게 있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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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슨 킴 캐트럴의 미모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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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앤드류 맥카시 따위는 눈에도 안 들어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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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답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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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건 좀.)



 - 일단 80년대 향수랄까 페티쉬랄까... 아님 그냥 간단하게 '눈요기'라고 할까요. 암튼 그런 쪽으론 상당히 훌륭한 영홥니다. 일단 배경이 백화점이고 주인공이 하는 일이 백화점 쇼윈도 디스플레이거든요. 주인공 둘이 매일 밤 텅 빈 백화점을 누비며 백화점의 예쁘고 멋지고 아주 비싸 보이는 물건들을 입고 두르고 신고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뮤직비디오 마냥 노닥거리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즐거워져요.


 또 그 나이브하고 느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도 마찬가지죠. 철저하게 느슨하기 때문에 요즘 기준 재미는 덜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 제로랄까. 뭐 그렇구요. 여기에 '추억의 영화' 버프가 얹혀서 그냥저냥 피식거리며 보게 되더라구요. 클라이막스에 벌어지는 80년대 코미디식 슬랩스틱은 또 나름 성의 있게 연출돼서 정상적으로(ㅋㅋ) 재밌다는 느낌도 조금 받았고.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습니다. 일단 앤드류 맥카시는 그 시절 하이틴 스타잖아요. 둥글둥글 노약자에게도 무해해 보이는 외모로 해맑게 연기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그럭저럭 귀엽구요. 다들 아시다시피 마네킨 역은 '섹스 앤 더 시티'의 킴 캐트럴인데 뭐 연기 같은 게 필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수십 종류의 옷과 메이크업을 갈아치우면서 젊은 시절 비주얼을 뽐내 주니 역시 반가울 뿐이고. 결정적으로 제임스 스페이더...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전 정말 이 양반이 여기 나왔는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유치하고 비열한 라이벌 백화점 스파이로 나와서 내내 과장된 코믹 연기를 하는데, 연기력과 별개로 그냥 배우의 요즘 이미지가 떠올라서 계속 웃겼습니다. ㅋㅋㅋ 요즘 이 분을 불러다 앉혀 놓고 이 영화의 이 연기 얘길 꺼내면 뭐라고 대꾸할지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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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가 고작 2년 후 영화인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



 - 그리고 제작진이든 그 시절 관객들이든 당시엔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겠습니다만.

 이거 은근 되게 으스스하면서 변태스러운 얘기 아닙니까? ㅋㅋ 수천 살 먹은 마네킨 여자 귀신에게 홀려서 밤마다 기행을 벌이는 남자 얘기잖아요. 살짝만 틀어주면 호러 영화 소재로 딱 어울리는 이야기라서 괜히 웃겼고. 그리고 이야기 중반을 넘어가면 주인공이 출세해서 당당하게 주인공을 마네킨을 끼고 다니거든요. 그러니 아무리 봐도 주인공이 계속 변태 성욕자로 보이는 겁니다. 하하. 물론 영화 속에서야 '둘의 비밀과 진정한 사랑을 모르고 이해 못하는 주변 사람들' 눈에만 변태로 보입니다만, 아니 까놓고 말해서 그걸 변태로 보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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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변태야. 변태라고!!!)



 - 뭐 더 길게 말할 건 없겠고.

 그러니까 진짜로 '추억의 영화'입니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진지하게 따질만한 퀄의 영화는 아니지만, 그런 영화이기 때문에 또 관대한 맘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구요.

 80년대식 비주얼과 음악 속에 펼쳐지는 80년대식 호사 구경이 땡기신다든가. 위에서 언급한 배우들의 풋풋 젊은이 시절 모습이 다시 보고 싶으시다든가. 뭐 그런 분들에게만 추천해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챙겨 보실 필요까진 없겠죠.

 암튼 저는 그럭저럭 잘 봤구요. 다만 이걸 보고 나니 이보다 훨 못하단 평의 속편까지 챙겨 볼 의지는 말끔하게 사라지네요. 제작진, 출연진도 싹 다 교체됐고. 가장 유명한 배우라고 해봐야 크리스티 스완슨 정도인데 제가 이 분을 딱히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뭐 어쩌고저쩌고... ㅋㅋ 그러합니다. 끝.




 + 근데 배우님들 근황을 검색하다 보니 앤드류 맥카시가 나중엔 연출도 겸하며 활동을 했더군요. 그리고 그 '연출작'들 중에 제임스 스페이더의 '블랙 리스트'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ㅋㅋㅋ



 ++ 분명히 영어 제목도 '마네킨' 입니다만. 극중에선 이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그냥 다 '더미'라고 불러요. 그래서 영화를 다 본 후 크래시 테스트 더미즈의 '음 음 음 음'을 오랜만에 찾아 들었네요. (음?;)



 +++ 이 영화 얘길 해 놓고 이걸 빼먹으면 되겠습니까?



 '아, 난 이 밴드는 제퍼슨 에어플레인 시절이 진짜라고 생각한다고' 같은 말씀을 하시면 지는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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