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봄밤의 속삭임 속삭임

2011.05.18 23:43

Koudelka 조회 수:1512

다시 일기는 지우고, 시 한 편만.

정화된 밤

리하르트 데멜

두 사람은 낙엽진 싸늘한 숲속을 거닐고 있네.
달은 그들을 따라 걷고, 그들은 달을 쳐다보네.
달은 드높은 떡갈나무 위를 달리고.
하늘에는 달빛을 가릴 구름 한 점 없네.
달빛 속으로 긴 그림자가 비치네.
여자가 말하기를 :
나는 홀몸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랍니다.
나는 죄를 짓고 당신 곁에 있습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나는 이미 행복을 바라지는 않아요.
그러나 나는 풍요로운 생활과
어머니로서의 행복과 의무에 대한
강한 소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감히, 두려움에 떨며
얼굴도 모르는 사내에게 내 몸을 맡기고,
그것을 축복마저 했답니다.
이제 인생은 내게 복수를 하는군요.
지금 당신을 만나게 되나니,
당신을. 그녀는 굳은 걸음으로 걷고 있네.
그녀는 달을 쳐다보았고;
달은 그녀와 함께 걷고 있었네.
그녀의 어두운 눈빛은 달빛 속을 헤엄치네.
남자가 말하기를 :
그 아기가 당신의 영혼에 짐이 되지는 않을 거에요.
보시오. 세상이 얼마나 밝게 빛나고 있는가를!
만물에는 빛이 흐르고 있소.
우리는 차디찬 호숫가를 거닐지만
우리의 따사로움이 당신에게로 불타고 있소.
그것은 태어날 아기를 깨끗하게 씻어주고
당신을 나를 위해 그 아이를 낳을 것이오;
당신은 나에게 빛을 주었소.
당신은 나를 아기로 만들었소.
그는 그녀의 허리를 안았네.
그들의 입김은 바람 속에서 입맞춤하네.
두 사람이 밝고 깊은 밤을 걷고 있네.

이런 봄밤이라면 귀갓길 막바지 아파트 입구에서, 밀회하는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남(여)자의 뒷모습이라도 함부로 단죄할 수 없으리, 이 게시물을

퀴리부인

2011.05.18 23:52

앙리 루소의 그림 사육제의 밤이 떠오르는 글이예요

댓글
Koudelka

2011.05.19 00:17

아, 어디서 이렇게 조악한 글에 과분한 그림을 찾아내셨을까요? 감사합니다.

댓글
폴리리듬

2011.05.19 00:56

글을 읽으면서 한 친구가 떠올랐어요. 그 친구와 겹쳐보이는 부분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와서 그런가봐요. 이래저래 상념이 많아지는 밤이네요.

댓글
Koudelka

2011.05.19 11:54

폴리리듬/ 90년대말 2000년대초 저런 '소년科' 남자애들을 간혹 볼 수 있었죠. 저는 그 소년들만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어딜 가도 저런 소년들을 찾아볼 수 없어요. 제가 너무 늙었거나 소년들이 어른남자가 되었거나.

댓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2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42
100092	이거 제가 잘못한건가요 3 [17]	아를의방	2011.05.18	3105
100091	다이어트 8일째... [1]	Nikiath	2011.05.18	1359
100090	[고냥]상자 속 고양이 아롱이. [7]	헤일리카	2011.05.18	2460
100089	OB맥주의 새로운 도전 [17]	GREY	2011.05.18	3461
»	우우 봄밤의 속삭임 속삭임 [4]	Koudelka	2011.05.18	1512
100087	중국 자살 소동 둘	가끔영화	2011.05.18	2092
100086	듀게 탈퇴하면서 마지막으로 ... [21]	그림니르	2011.05.18	6365
100085	오늘은 5.18 [4]	therefore	2011.05.18	944
100084	긴 시간 듀게에서 살아가며.. [5]	제주감귤	2011.05.19	2428
100083	서울대 미술관의 '근대 일본이 본 서양' 전시회 [3]	뚱딴지	2011.05.19	2152
100082	소녀시대를 처음 보았습니다. [6]	자력갱생	2011.05.19	3533
100081	[바낭] 오늘 예비군을 다녀왔어요... [2]	자력갱생	2011.05.19	1141
100080	웹툰<치즈 인더 트랩> 45화 원점(1) 내용누설 [9]	환상	2011.05.19	2764
100079	봄밤 잡담 [1]	egg	2011.05.19	917
100078	오현경씨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2000년 기사 [11]	무간돌	2011.05.19	5383
100077	길었던 하루 정리 [1]	메피스토	2011.05.19	995
100076	낢이야기 - 나물의 계절 [4]	그냥저냥	2011.05.19	2337
100075	눈팅 10넌차의 잡담 [7]	carnage	2011.05.19	2631
100074	만일 1980년 5월 18일에.... [8]	soboo	2011.05.19	2115
100073	늦었지만 5.18, 생각나는 시 하나, [3]	한이은	2011.05.19	1575

첫 페이지 1302 1303 1304 1305 1306 1307 1308 1309 1310 1311 끝 페이지

쓰기

태그

우우 봄밤의 속삭임 속삭임

댓글 4

퀴리부인

Koudelka

폴리리듬

Koudel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