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잡담

2011.05.19 00:52

egg 조회 수:917

 

   여기저기서 덥다고 아우성치는 문자와 카카오톡을 받고 있지만 제가 있는 곳은 아직 춥습니다. 특히 밤에는 잠에서 깰 정도로 추워요.  어제 꾸벅꾸벅 졸다 한기에 깨었는데 새벽 4시더군요. 아직 겨울의 냄새가 완벽하게 가시지 않은 기분이지만 벌써 여름이라고들 하니 어째 혼자 뚝 떨어진 생경한 기분이 들어요. 작년 가을부터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었던 것 같은데 봄은 온듯 만듯하다 어디론가 가볍게 사라진 느낌.

 

 

 

 앗, 별로 즐거운 얘기는 아닌데..

 작년 가을에 정신을 안정시키려고 닥치는 대로 웹서핑을 하던 중에 최초로 구체관절인형을 만들었던 독일인 벨머라는 사람에 관한 게시물을 읽었습니다. 그의 인형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벨머가 만든 인형들은 육체가 뒤틀려있어서 일본이나 한국에서 나온 인형들처럼 보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모양은 아니에요. 구체관절인형에 흥미가 있던 제가 처음 사진을 본건 아마 작년이 아니라 더 전이었겠지만 작년, 그 이미지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건 그의 일생과 그 인형들의 육신의 모델이 벨머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 였습니다. 벨머의 연인은 어느 날 자신의 육체가 그렇게 분해되서 인형으로 재조립된 것을 깨닫고 미쳐서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생을 마쳤다고 읽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진위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인형으로 탄생한 이미지의 배경이 자신의 육체였다는 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감각이 갑자기 저에게 강렬하게 전달되서 정신이 분해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정말 밤을 샐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괴로웠어요.  제가 생각하기론 제 자신이 이미 깊숙하게, 그러한 부분에 두려움을 가진 상태에서 정신적으로 취약했을 때 봐서 접하게 되서 더 심각해졌던 것 같지만. 

 

 열정적으로 잠시 아이돌 팬질을 했던 시절에 깨닫게 된건 다른 수많은 직업처럼 아이돌도 재능과 운과 정신력이 따라줘야한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정신력이. 다른 연예인들도 마찬가지고,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연기하는 대상, 심지어 일상생활에서 연기하기를 강요받다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자신에 대해 착각하게 되는 걸 보는 건 정말 (애정이 있는 경우엔 더욱 더) 괴로운 일이더군요. 지금까지도 저에겐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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