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2시간 1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몰아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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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절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 는 아니지만 정말 그런 얘기가 나오긴 하고 그래서 나온 제목입니다.)



 - 배경은 브라질의 상파울로. 찢어지게 가난한 싱글 여성 '클라라'가 보모 일자리 면접에 도전합니다. 커다란 집에 혼자 살고 세상 물정 모르는 티 팍팍 내는 임산부 '아나'는 스펙이 심히 딸리는 클라라가 마땅치 않지만, 면접 중에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침착하게 해결해 준 클라라의 능력에 반해서 채용을 결정하지요. 그렇게 두 여자가 한 집에 살며 출산을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둘은 정이 들고 친구를 넘어 연인 사이가 되는데... 문제는 아나의 임신입니다. 자꾸만 이상하고 위험한 행동을 해대는데, 꼼꼼하고 성실한 클라라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시기가 딱 만월일 때이고, 원나잇으로 아나를 임신 시키고 사라진 상대방의 이야기도 매우 수상하거든요. 그러니까, 늑대 인간 아기를 임신한 거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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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백인 여성을 시중드는 가난한 흑인 여성이라는 구도로 시작을 하니 전 당연히 계급 사회를 풍자하는 호러일 줄 알았는데요)



 - 제목과 포스터 이미지를 보고 전 무슨 사악한 영혼을 타고난 어린이가 나오는 사이코 스릴러 같은 건 줄 알고 봤죠. 혹인 미친 자의 피를 타고난 사람들의 가정에 멋모르고 굴러들어간 보모의 피칠갑 서바이벌이라든가요? ㅋㅋ 정말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봐서 보는 도중에 이게 늑대 인간 이야기라는 걸 알고 당황했어요. 사실 미리 알았다면 안 봤을 겁니다. 전 늑대 인간 이야기에는 별 매력을 못 느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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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매우 순식간에 다정다정해질 뿐이고... ㅋㅋㅋ)



 - 근데 영화가 시작부터 좀 특이합니다.

 일단 그림이 예뻐요. 되게 예쁘게 잘 잡는데 그게 아무리 봐도 어여쁜 동화풍 그림이구요. 중간중간 난데 없이 뮤지컬 톤으로 흘러가는 장면들이 삽입되구요. 결정적으로 포스터의 그 아이가 런닝타임 절반을 갓 넘을 때까지도 안 나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클라라와 아나가 단 둘이 지내며 서로 감정을 쌓아가는 이야기가 두 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의 절반이에요. 늑대인간 갖고 멜로를 하는 건 뭐 그러려니 하겠는데 늑대인간 엄마와 멜로라니. 정말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 건가 싶었죠.

 

 결론을 말하자면 영화의 내용이 절반씩 잘려서 두 가지 이야기가 됩니다. 전반부는 이미 말 한대로 클라라와 아나가 애틋하면서도 위험하고 매우 많이 걱정되는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구요. 후반부는 그러다 어떤 사정에 의해 아기를 혼자 맡아 키우게 된 클라라와 늑대 인간 아기-어린이의 애틋하면서도 위험하고 많이 걱정되는 사랑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후반부와 결말의 폭발하는 감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런닝타임의 절반을 할애하며 전개되는 이야기이고. 결국엔 호러를 베이스에 깐, 슬픈 사랑과 운명에 대한 비극적 멜로 드라마... 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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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비현실적 느낌나게 예쁜 그림들이 자주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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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은 사실상 뮤지컬입니다. 이런 영화일 줄 전혀 모르고 보다가 여러 번 당황했네요.)



 - 한 시간 짜리 빌드업... 이란 얘길 읽으셨으니 아시겠지만 빠르고 자극적인 전개 같은 건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동화 같은 그림에 민요 느낌의 뮤지컬 넘버들을 넣으며 착하고 선량한데 어쩌다 인생 꼬인 사람들의 슬픈 사연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고. 감정 빌드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천천히 흘러가요. 이야기가 잘 구축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지루하지 않게 훌훌 흘러가긴 하지만 어쨌든 느림 템포의 이야기라는 거.


 대신에 그만큼 빌드업은 확실히 해 줍니다. 시간 낭비는 없어요. 나오는 인물들 하나하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뒤로 이어지는 전개를 위한 벽돌 조각들이고 다 보고 난 후에 돌이켜보면 그 설계는 상당히 정확합니다. 스타일 자체가 호불호를 탈 순 있어도 어쨌든 의도한 방향으로는 아주 잘 되어 있는 각본, 연출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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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봐도 아싸 주인공 괴롭히는 힘 센 핵인싸 학생처럼 생긴 놈인데 어찌나 착하고 순둥순둥 귀여운지 모릅니다.)



 - 배우들도 정말 잘 합니다. 철부지 부잣집 딸이지만 여리고 마음은 착한 아나, 어쩌다 보니 인생 좀 거칠게 살았지만 똑똑하고 결단력 있는 클라라.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고 잘 어울리며 배우들도 그걸 참 잘 살려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비극 유발자 역할을 맡았지만 우리의 늑대 소년 어린이도 그 나이에 맞게, 납득할 수 있는 비극 유발자이며 그걸 맡은 어린이도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감정 이입에 보탬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늑대 인간의 cg도... 뭐 기술적으로 따지고 들면 쵸큼 그렇긴 합니다만. ㅋㅋ 디자인 자체는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게 되어 있어서 볼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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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얼이 개연성이다... 라는 드립을 치려고 올렸는데 뒤쪽의 초점 나간 어린이가 훨씬 더 잘 생겨 보이는 건...)



 -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히 말해 사실 제 '취향'은 아니었던 이 이야기가 제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큰 인상을 남겼던 건 결말이었습니다. 반전 같은 것 없이 걍 예상대로 부드럽게 흘러가는 비극이었고 결말도 반전 같은 건 전혀 아닙니다만 그래도 상당히 의외거든요. 지금 생각해봐도 '아... 굳이?' 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의외성 때문에 인상도 강렬해졌고. 또 그걸 받쳐주는 연출이 정말 좋았습니다. 근래에 본 영화들 중에 나름 손 꼽을만큼 인상적인 결말이었네요. 이거 아니었음 '잘 만들었는데 내 취향 아님'으로 글이 끝났을 텐데, 결말은 참 맘에 들어 버렸다는 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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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디테일들도 소소하게 재밌고 그랬어요. 늑대 아가를 집에서 키우는 방법.mp3 같은 느낌이랄까요.)



 - 그래서 결론은요.

 위에다 쓸 데 없이 주절주절 길게 적어 놓은 내용 그대로입니다. 느릿하게 전개되는 동화풍의 환타지 멜로... 라고 생각하시는 게 정확해요. 물론 호러 토핑도 섭섭하지 않게 얹혀 있지만 메인 감성은 어디까지나 슬픈 이야기라는 거.

 근데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상당히 좋습니다. 아주 많이 좋아요. 제가 평소에 보고 '이 정도면 난 재밌었음!' 하는 인디 호러들처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ㅋㅋㅋ 정말 잘 만든 영화이고 가난한 티도 안 나고 그냥 재밌어요.

 그리고 뭣보다 안 그런 척 은근히 참신하지 않습니까? 늑대인간 이야기가 아니라 늑대인간 엄마들 얘기잖아요. ㅋㅋ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했구요.

 그렇게 저는 매우 잘 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끄읕.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원래 부잣집 딸에다가 다른 부잣집으로 시집갈 계획까지 있던 아나는 결혼을 얼마 안 남기고 수상한 남자와의 원나잇으로 임신을 한 후 당연히 파혼당하고 집에서도 쫓겨난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자기 뱃속 아기를 꼭 낳아서 키우겠다는 의지로 강하게 살아 보려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다가 클라라를 만난 거죠. 처음엔 신분 차이, 성격 차이로 좀 어색 딱딱했지만 그래도 속 없이 착한 아나 덕에 금새 친해지고, 결국 연인 사이가 돼요. 덧붙여서 클라라는 신비로운 현상들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는, 뭔가 되게 옛날 사람 같은 사고 방식의 소유자라 뱃속 아가가 늑대 인간일 거라는 짐작도 어느 정도 하고 있었죠..

 

 그러다 드디어 출산의 날, 하필 또 만월이라 뱃속 아가는 늑대 아가 모드가 되어 뱃속을 할퀴고 어쩌고 난리를 치다가 배를 찢고 나와서 자기 엄마를 죽게 만들구요. 클라라는 통곡을 하며 짐 싸들고 아나의 집을 뛰쳐 나오고, 그러는 길에 아가를 강가에 버리려고 하지만 아가의 통곡 소리를 듣고 결국 다시 주워와서 자기 아들로 키웁니다. 그 대목에서 바로 세월을 점프해서 아들은 초딩인데요. 클라라가 얘를 키우는 방식이 좀 재밌어요. 일단 100% 채식주의자로 키웁니다. 고기맛을 알게 되면 감당 못하게 될까봐 그러는 거구요. 집에 비밀의 '작은 방'이 있어요. 나름 어린이 취향에 맞게 귀엽게 꾸며놨지만 결국 보름달 시즌 대비용 감금실입니다. 그래서 그 때 즈음이 되면 늑대 어린이는 사회 활동 중단 상태로 방에 갇히구요. 시즌이 지나가면 방에서 꺼내다가 열심히 털 밀어주고 발톱 깎아서 다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놓죠. 다른 사람들에겐 '아이가 건강이 아주아주 안 좋아서 자주 아프다'고 둘러대구요. 어쨌든 이 아가는 자상한 엄마에게 귀염 떨고, 학교에선 절친 하나에 썸타는 여자애(초딩 주제에!!) 하나를 두고 나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데요. 그런데...


 주인공이 사는 월셋집 아줌마가 비극의 싹을 틔웁니다. 성격 좋지만 기본적으로 오지랖 쩌는 '동네 아낙네' 캐릭터인 이 분께서 본인이 아가를 봐 주는 시간 동안 "대체 얘 엄마는 왜 고기 한 점 안 주는데!!!" 라며 스테이크를 미디움 레어로 맛있게 구워서 먹여 버려요. 그래서 애가 성격이 좀 까칠하고 공격적으로 변해서는 엄마한테 '내 진짜 엄마는 누구냐! 어디냐!!' 하고 진상을 부리다가, 엄마가 몰래 숨겨둔 진짜 엄마의 유품 박스를 발견하고는 자기 엄마 찾을 거라고 절친을 꼬셔서 도시로 갑니다. 그런데 하필 그 날이 보름달 뜨는 날이었고, 헤매다 집에 제 때 귀가하지 못해 변신한 후 친구를 얌냠... ㅠㅜ


 다시 인간 형태로 돌아온 후론 그때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상황을 눈치 챈 클라라는 들통 나기 전에 애를 데리고 마을에서 도망가려고 하죠. 하지만 이미 성질을 버릴만큼 버린 아들래미는 엄마를 '작은 방'에 가둬 버리고 썸 타던 여자애랑 댄스 파티에 참석하러 갑니다. 그리고 당연히 얘는 놀다 말고 늑대로 변하는데, 그 상황이 되어서야 자기 절친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제발 도망가...' 라고 말은 하지만 결국 늑대가 되어서 여자애를 해치려 덤벼들죠.

 하지만 다행이 기적의 타이밍으로 탈출에 성공한 클라라가 그 곳에 도착해서 아나가 남긴 유품 권총으로 아들을 제지하고요. 부리나케 애들 데리고 집에 가서 다시 도망갈 준비를 하지만 그 여자애에게 이야기를 들은 마을 주민들이 진짜 옛날 영화 속 장면처럼 각자 무기와 횃불을 들고 우루루 그 집으로 몰려옵니다.

 

 마지막을 직감한 클라라는 쇠스랑에 묶인 채로 으르렁대는 아들에게 과거에 아나와 함께 불렀던 옛날 자장가를 불러주고. 노래를 듣고 진정이 된 (하지만 여전히 늑대인간 형태인) 아들에게 노래 가사의 마지막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더는 굶주리지 마라'. 어머나(...)

 그러고 쇠스랑을 풀어주고선 나란히 서서 곧 박살나고 사람들이 밀려 들어올 문짝을 노려보는 두 사람의 뒷모습으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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